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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 구매권력 이동...삼성·SK하이닉스가 주목하는 변화

맥락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구매 협상력 강화로 산업 구조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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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일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구매자들의 협상력이 눈에 띄게 강해지기 시작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반도체 직접 구매에 나섰고, 이들의 구매 규모가 전체 시장의 40%를 넘어섰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권력 이동'을 체감하는 건 구체적인 숫자 때문이다. 2024년 전체 D램 시장에서 서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였지만, 2025년 말 기준으로는 48%까지 올라갔다. 특히 AI 학습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 능력을 최대한 늘려도 수요를 따라잡기 벅찬 상황이다.

구매 생태계 변화의 핵심은 '직거래'다. 과거에는 서버 제조사인 델, HP 등이 메모리를 구매해 완제품에 탑재했지만, 이제는 최종 사용자인 클라우드 기업들이 직접 나선다. 이들은 단순히 가격 협상력만 갖춘 게 아니다. 자체 AI 칩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메모리 사양까지 요구하기 시작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이런 성능의 메모리를 만들어달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한다"며 "과거처럼 표준 제품을 대량 생산해 파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글은 자사 TPU(텐서처리장치)에 최적화된 메모리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별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런 변화는 반도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중소 메모리 제조사들의 입지가 좁아진다. 빅테크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맞출 수 있는 기술력과 생산 규모를 갖춘 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정도다. 중국 YMTC나 대만 낸야 같은 후발주자들은 AI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졌다.

고용 시장도 재편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AI 전문 인력 확보에 나서면서 관련 분야 엔지니어 몸값이 치솟았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AI메모리사업부를 신설하며 300명 규모 채용을 진행했고, 삼성전자도 비슷한 규모의 인력을 충원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월 'AI 반도체 동맹' 구축 방안을 발표하며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 간 협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 예산에는 차세대 메모리 개발 지원금 3000억원이 편성됐다.

다만 이런 구조 변화가 반도체 기업에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빅테크와 긴밀히 협력하는 과정에서 기술 고도화가 빨라지고,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2028년까지 HBM 공급 계약을 맺으며 향후 3년간 매출 가시성을 확보했다.

시민들이 체감할 변화도 있다. 메모리 가격이 안정되면서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 가격 상승 압력이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AI 서비스 고도화로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전기요금이나 탄소배출 문제는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D램 시장 서버용 비중 변화
출처: 기사 내 업계 데이터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