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자본시장

삼천당제약 '5.3조 계약' 논란, 공시 규정 빈틈 드러내

맥락삼천당제약이 5.3조 원 계약 발표했으나 공시엔 없는 것으로 확인
기사 듣기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삼천당제약 주가가 깜빡인다. 2월 27일 오전, 이 회사가 발표한 '5.3조 원 규모 계약' 소식에 투자자들이 술렁였다. 그런데 정작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엔 이런 내용이 없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계약서 원본을 확인했지만 5.3조 원이라는 숫자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밝혔다. 삼천당제약이 자체 보도자료로만 발표한 이 금액은 향후 10년간 예상 매출을 단순 합산한 추정치였다. 실제 계약 규모와는 거리가 멀었다.

제약업계에서 이런 '부풀리기 발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2025년에도 A제약사가 '1조 원대 기술수출'을 발표했다가, 실제론 계약금 1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마일스톤 달성 조건부 금액을 모두 합쳐 발표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현행 공시 규정의 허점이다. 상장사가 공식 공시가 아닌 자체 보도자료로 발표하는 내용엔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허위 공시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보도자료는 공시가 아니라서 규제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개인투자자들이 입은 피해 규모는 추산하기 어렵다. 삼천당제약 주가는 발표 직후 15% 급등했다가, 거래소 확인 보도가 나온 뒤 다시 폭락했다. 높은 가격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공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기업이 발표하는 모든 투자 관련 정보를 SEC(증권거래위원회)가 관리한다"며 "한국도 보도자료를 포함한 포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스스로 정보를 걸러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화려한 숫자 뒤에 숨은 실체를 파악하는 것, 그것이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첫걸음이다.

발표 금액 vs 실제 계약금
출처: 기사 본문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