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되면 양떼가 비춰진다. 다음 컷,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도시 노동자들. 편집의 비유는 노골적이다. 사람은 양과 같다. 무리 지어 이동하고, 앞선 이의 등에 떠밀려 공장으로 간다. 찰리 채플린의 떠돌이(the Tramp)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선다. 그의 임무는 단 하나, 다가오는 부품에 나사 두 개를 조이는 것이다. 단순 반복. 그러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관리자는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컨베이어 속도를 계속 올린다.
그리고 결국, 그는 기계에 빨려 들어간다. 거대한 톱니바퀴 사이를 떠돌이가 따라 돈다. 이 장면은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숏 중 하나다. 1936년 『모던 타임즈』 개봉 당시 미국은 대공황 한복판이었고, 테일러주의(Taylorism)와 포드주의(Fordism)는 생산성의 이름으로 인간을 표준화된 동작의 집합으로 환원하고 있었다. 채플린은 이 환원의 끝에 무엇이 남는지를 보여준다. 기계 속을 떠다니는 한 인간의 몸. 그리고 그 얼굴에는 여전히, 조금 피곤한 미소가 있다.
90년 후, 한국은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2026년 4월 1일 고용노동부는 주4.5일제 시범사업을 공식 시작했다. 324억 원의 예산으로 중소기업 200곳, 근로자 약 2만 명이 실험 대상이다. 주 1회 조기 퇴근, 격주 금요일 휴무, 월 1회 완전 휴무 중 기업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실노동시간 단축지원법'이 입법예고됐다.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을 규제하고, 이동·대기·교육 시간 같은 '그림자 노동'을 공식 근로시간에 편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정책 패키지는 채플린이 조롱한 '속도의 폭력'을 90년 만에 제도적으로 제어하려는 시도다. OECD 2025년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2024년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901시간이었다. OECD 평균 1,752시간보다 149시간 길다. 채플린이 풍자한 1930년대 미국의 가혹한 노동시간(주 60~72시간)은 이미 역사가 됐지만, 2026년 한국의 1,901시간은 여전히 '모던 타임즈'의 연장선에 있다.
영화의 중반, 떠돌이는 자동 식사 기계의 실험 대상이 된다. 사장은 "직원이 밥 먹으러 자리를 비우지 않으면 생산성이 오른다"고 설명한다. 기계는 수프를 붓고, 옥수수를 돌리고, 입을 닦아준다. 그러나 기계가 오작동하면서 떠돌이의 얼굴은 수프 범벅이 되고, 나사는 이빨 사이를 쑤신다. 관리자는 말한다. "실용적이지 않군요." 그리고 실험은 중단된다. 인간의 몸이 맞지 않으면, 기계는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버전이 준비된다. 떠돌이가 폐기된다.
2026년의 '자동 식사 기계'는 더 정교하다. 퇴근 후 열어본 메시지앱, 주말에 답해야 하는 업무 메일, 휴가지에서 참여하는 원격 화상회의. 공식 근로시간 바깥에서 이뤄지는 이 모든 접촉이 '이동·대기 시간'의 현대판이다. 고용노동부가 이를 실근로시간에 편입하겠다는 것은, 채플린의 떠돌이가 입을 다물고 수프를 피할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겠다는 시도와 같다.
중소기업계는 난색이다. 중소기업중앙회 4월 15일 조사에서 주4.5일제 도입 의향은 32.5%에 그쳤다. 반대 이유 1위는 '인건비 부담'(58.4%), 2위는 '대체인력 확보 어려움'(47.1%). 『모던 타임즈』가 개봉하던 1936년 미국 대공황기의 고용주들이 했던 말과 문장 구조가 거의 같다. 당시 포드 자동차는 주 40시간 근무(1926년 도입)를 유지하면서도 이익을 냈지만, 중소 제조업은 '속도 하향'을 생존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90년이 지나도 '더 짧게 일하는 법'이 당연한 상식이 아니라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채플린은 영화의 마지막에 정치적 답을 내놓지 않는다. 떠돌이와 그가 사랑하게 된 고아 소녀(폴레트 고다드)는 먼 길을 함께 걷는다. 등 뒤로 태양이 떠오르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말한다. "웃어, 그리고 계속 가자." 이 장면은 희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권고에 가깝다.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다만 그 안에서 사람은 사람답게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 채플린의 답이 거기에 있다.
2026년 한국이 주4.5일제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구조를 바꿀 수 있느냐는 더 큰 질문의 일부다. 324억 원의 예산과 200개 중소기업, 2만 명의 근로자. 이 숫자들이 1년 후 어떤 데이터로 돌아올 것인지가 한국 노동 체제의 미래를 좌우한다. 채플린은 이렇게 물었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한 자리에 무엇이 남았나?" 2026년의 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다만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 그 자체가 시작이다.
1936년 채플린이 풍자한 테일러주의 노동 강도가 2026년 한국에서 연간 1,901시간이라는 OECD 상위 지표로 되돌아온다.
'자동 식사 기계'가 노동자의 식사 시간까지 생산성에 편입한 풍자는, 퇴근 후 메시지앱으로 이어지는 오늘날의 '그림자 노동'과 직결된다.
주4.5일제 시범사업의 성패는 생산성 수치가 아니라, 기계와 제도 사이에서 사람이 여전히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