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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관세 1년, 한국이 맞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새로운 문법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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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2025년 1월 20일 2기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넘긴 2026년 4월 현재 자동차(기본 25% · 한국산 15% 고정), 철강·알루미늄 50%, 반도체 25% 등 다층 관세 체제를 공식화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관세 협상으로 일부 품목에 '최혜국(MFN)' 지위를 확보했지만, 2단계 확장 관세와 세컨더리 보이콧의 압력이 동시에 다가오고 있다. 한국 산업의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20일 취임사에서 약속한 '관세의 황금시대'는 1년여가 지난 2026년 4월 현재 세 갈래의 현실이 됐다. 자동차에 대한 25% 기본 관세(2025년 3월 26일 서명·4월 3일 발효),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2026년 4월 2일 확대), 그리고 2026년 1월 14일 232조 발동으로 부과된 첨단 반도체(NVIDIA H200, AMD MI325X 등)에 대한 25% 관세다. 여기에 2026년 4월 본격 협상에 들어간 '국가별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 프레임워크까지 더하면, 한국 수출 구조가 동시에 네 개의 관세 층을 만나는 셈이다.

한국은 다행히 지난해 11월 체결한 한미 관세 협정 덕분에 일부 방어선을 확보한 상태다. 반도체 분야는 '최혜국(MFN)' 지위를 보장받았고, 자동차 관세는 한국산 전기차에 대해 상호 협상을 통한 단계적 조정 조항이 삽입돼 있다. 그러나 이 협정의 구조는 '조건부 방어막'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나 경제 위협을 이유로 재협상을 요구하면 언제든 다시 테이블에 올라간다. 실제로 백악관은 지난 1월 반도체 232조 포고령에서 "가까운 시일 내 반도체 및 파생품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를 예고하며 한국의 MFN 지위에 내포된 한계를 드러냈다.

또 하나의 압력은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sanction)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4월 중순 북한 노동자 송출 및 러시아 우회 무역에 관여한 중국·홍콩 기업을 추가로 제재 대상에 지정했다. 한국 기업이 이들 기업과 거래할 경우 미국 시장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 문제는 공급망이다. 반도체 부품, 철강 원자재, 자동차 부품의 상당수는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거나,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된다. 직접 대중국 거래는 줄여도, 간접 경로는 전수 점검이 어렵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2026년 4월 발표한 '트럼프 2기 관세 영향 분석'은 경고등을 켰다. 관세 확대가 완전 실행될 경우 한국의 2026년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6~9%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자동차가 가장 취약하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 대수 중 약 40%가 한국·멕시코·유럽에서 수출되는 완성차에 의존한다. 25% 관세가 실효적으로 적용될 경우 대당 마진이 평균 2,400달러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 HMGMA 공장이 2025년 3월 공식 개소한 것도 이 계산서에 따른 포석이다.

철강은 이미 50% 관세의 충격 속에 있다. 포스코·현대제철의 대미 수출은 2024년 약 280만 톤에서 2025년 262만 톤, 2026년 1분기 85만 톤 수준으로 급락했다. 포스코가 4월 협력사 7,000명 직고용이라는 선제적 결단을 내린 것도, 국내 고용 유지와 대미 수출 감소를 동시에 방어하려는 전략의 일부로 해석된다. 관세 충격이 일자리 구조까지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버팀목이지만 구조적 위험에 노출됐다. 2025년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 매출의 72.5%, 삼성전자 매출의 22.3%가 미국 시장에서 발생한다. 한국 기업은 대미 투자를 확대해 관세를 회피하는 방식을 택했다. 삼성은 텍사스 테일러 팹 투자를 370억 달러로 상향했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HBM 팹 양산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계 반도체 투자 2위국으로 한국이 대만을 제치고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대미 투자 확대는 국내 일자리와 R&D 역량의 부분적 이전을 수반한다.

트럼프 2기 관세가 1기와 다른 점은 '상호주의(reciprocity)'의 명시화다. 1기 때는 232조·301조 등 안보·불공정무역 법조항을 통해 품목별로 관세를 매겼다. 2기는 '국가별 상호 관세' 원칙을 공식화하며, 각 국가가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종합해 역방향 관세율을 산정한다. 이는 사실상 양자 협상을 양국의 전체 무역 체제에 대한 재협상으로 확대하는 효과를 낳는다. 한국은 2007년 한미 FTA가 이미 상당 부분의 관세를 철폐한 상태라, 상대적으로 재협상 카드가 적다.

외교적 대응은 제한적이다. EU는 4월 초 미국산 보잉 항공기 구매 대금 인상 등 보복 조치로 대응했고, 캐나다는 관세 철회를 조건으로 무역 장벽 동시 감축을 제안했다. 한국은 '선 협상 후 대응' 원칙을 유지하며 직접 보복은 자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22일 브리핑에서 "관세 확대의 실질 시행 전 양자 채널을 통해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만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절제된 대응이지만, 뒤에는 외교·통상·산업 부처가 대미 설득 카드를 조율하는 긴박한 움직임이 있다.

장기 시나리오에서 주목할 것은 '한국 산업의 글로벌 재배치'다. 관세가 구조화되면 수출 중심 대기업은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 일자리, 세수, 부품 공급망에 연쇄적 영향을 준다. 한국은행 4월 10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은 "관세 쇼크로 인한 수출 둔화와 국내 투자 위축이 2026년 하반기 성장률을 0.3~0.5%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기록했다. 한 국가의 통상 체제가 다른 국가 거시경제의 변수가 되는 정도가, 지난 20년 글로벌 무역 이래 가장 크다.

트럼프 2기 관세 1년은 한국에 '확실성의 종말'이다. 한미 FTA 14년(2012년 발효), WTO 가입 31년, OECD 편입 30년이라는 자유무역 주도 경제 정책의 기본 가정이 흔들린다. 한국은 이제 '다자 무역 체제의 수혜국'에서 '양자 협상의 피로를 감당해야 하는 국가'로 전환 중이다. 2단계 확장 관세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에 방향 전환의 규모를 가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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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 반도체 관세율
미국 백악관, 2025-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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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알루미늄 관세율
미국 백악관, 2025-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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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미수출 감소 최대 전망
한국무역협회, 2026.04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MFN 지위의 구조적 한계

한미 11월 협정은 개별 품목 방어막일 뿐, 국가별 상호 관세 프레임워크 앞에서는 재협상 테이블로 되돌아갈 위험이 크다.

2
대미 투자 확대의 양면성

삼성·SK·현대의 미국 현지 투자는 관세 회피에는 효과적이지만, 국내 고용과 R&D 역량의 부분적 이전을 수반한다.

3
자유무역 기본 가정의 종언

한미 FTA 14년(2012년 발효), WTO 31년 체제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며, 한국은 양자 협상 피로를 만성적으로 감당하는 국면에 진입한다.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