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SG기준원(KCGS)은 4월 17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비대면 온라인(Zoom) 방식으로 '2026 ESG 평가 설명회'를 연다. 행사 주제는 2026년 ESG 평가 일정과 평가모형 주요 개정사항 안내다. KCGS는 국내 최대 규모의 ESG 평가·의결권 자문 기관으로, 2024년 상장회사 1,001사를 평가·공표했고 2025년에도 총 1,024사에 대한 등급을 공표하는 등 매년 평가 범위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평가모형 개정의 핵심은 세 가지 축이다. 첫째, 공급망 관리 지표의 비중이 상향되면서 1·2차 협력사의 인권·환경 실사가 부실할 경우 모기업 점수에 실질적 영향을 준다. 둘째, 기후 관련 재무공시 권고기준(TCFD)과 ISSB 기준의 항목이 대폭 반영돼, 기후 리스크 시나리오 분석·탄소 감축 로드맵·스코프 3(공급망) 배출량 공개 여부가 새 핵심 지표로 들어간다. 셋째, 이사회 다양성과 감사위원회 독립성 가중치도 조정된다. 세부 수치는 설명회 이후 공식 공표되는 평가모형 문서에서 최종 확인된다.
이번 개정의 제도적 배경은 금융위원회 로드맵이다. 금융위는 2026년 2월 25일 한국형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의 구체적 경로를 발표했다. 1단계 의무 공시는 2028년(FY2027) 연결자산총액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적용되며, 예시로 2029년에는 1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스코프 3 배출량 공시는 원칙적으로 2031년(FY2030) 이후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공시 기준(KSSB)은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2024년 4월 30일 공개한 초안을 바탕으로, 2026년 2월 최종본이 확정됐다.
기업계는 부담을 호소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과의 정합성이 부족하면 기업이 이중 공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공시·평가·인증에 필요한 전담 인력과 외부 컨설팅 비용은 대기업·중견기업을 막론하고 연간 수억 원대로 추산된다.
반면 ESG 투자자 측의 요구는 강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ESG 하위 등급 기업에 대해 의결권 행사 시 가중치를 부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운영 중이며, 블랙록·뱅가드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한국 상장사 의결권 행사에서 ESG 점수를 핵심 변수로 활용한다. ESG 평가 대상에 편입되는 것은 '더 많은 규제'이기도 하지만, '더 많은 자본 접근 기회'이기도 한 양면성을 가진다.
해외 사례는 참고가 된다. EU는 2023년 1월 5일 기업지속가능성공시지침(CSRD)을 발효했고, 2024 회계연도부터 일부 기업에 적용을 시작했다. 다만 2026년 2월 EU 이사회가 옴니버스(Omnibus) 패키지로 CSRD·공급망실사지침(CSDDD)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간소화를 승인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의무 대상 기업 수는 줄어드는 방향이다. 일본은 2027년 6월부터 시가총액 3조 엔 이상 프라임시장 상장사에 대해 ISSB 기반 공시를 먼저 의무화한다. 한국 로드맵은 EU·일본 사이의 중간 속도로, 자산 규모 기준 단계적 확대라는 경로를 택했다.
KCGS 평가모형 개정은 권고 차원의 평가를 법정 공시(2028 FY2027~)와 연동시키는 구조로, 대상 기업의 실제 대응 비용이 법적 의무 단계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CSRD 간소화로 EU가 속도를 늦추는 사이, 한국은 자산 30조 원 단계를 고수하며 시기적으로 중간 속도를 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역외 규제 변화와 국내 규제 속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일본이 프라임 시가총액 3조 엔 이상부터 먼저 의무화하는 선택과 달리, 한국은 연결자산 규모 기준을 택했다. 두 기준의 차이가 한일 기업의 공시 부담 구조를 다르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