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SG기준원(KCGS)은 4월 17일 '2026 ESG 평가 일정 및 평가모형 주요 개정사항'을 다루는 설명회를 비대면으로 개최한다. 2024년 평가 대상이었던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780곳에서, 2025년 820곳, 그리고 2026년에는 960곳까지 평가 대상을 확대한다. 코스닥 중견기업과 시가총액 1,000억 원 이상의 신규 상장사가 주로 추가된다. 한국 상장사 전체 1,645개사(2025년 말 기준) 중 약 58%가 ESG 평가를 받게 되는 셈이다.
평가모형의 핵심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공급망 관리 지표의 가중치가 기존 5%에서 9%로 상향된다. 1·2차 협력사의 인권·환경 실사가 부실할 경우 모기업 점수가 감점되는 구조다. 둘째, 기후 관련 재무공시 권고기준(TCFD) 적용 항목이 대폭 확대된다. 기후 리스크 시나리오 분석, 탄소 감축 로드맵, 스코프 3(공급망) 배출량 공개 여부가 새 핵심 지표로 들어온다. 셋째, 이사회 다양성과 감사위원회 독립성 가중치도 상향 조정된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은 금융위원회의 움직임이다. 금융위는 4월 중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 로드맵'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2025년 삼일PwC와 한국회계기준원이 공동 준비한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SB)' 초안이 공개됐고, 2026년 상장사 의무 공시 대상이 자산 2조 원 이상에서 자산 5천억 원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ESG기준원의 평가모형 개정은 이 제도 흐름과 연동돼 있다.
기업계는 부담을 호소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4월 초 논평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과 호환되지 않으면 기업은 이중 공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며 조정을 요청했다. 특히 중견기업은 공시·평가·인증에 필요한 전담 인력과 외부 컨설팅 비용이 연간 수억 원대로 추산되며, 이는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수 있다.
반면 ESG 투자자 측의 요구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24년부터 ESG 등급 C등급 이하 기업에 대해 투자 재검토 절차를 운영 중이다. 블랙록·뱅가드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한국 상장사 의결권 행사에서 ESG 점수를 핵심 변수로 활용한다. 중견기업이 ESG 평가 대상에 편입되는 것은 '더 많은 규제'이기도 하지만, '더 많은 자본 접근 기회'이기도 한 양면성을 가진다.
해외 사례는 참고가 된다. EU는 2024년 기업지속가능성공시지침(CSRD)을 발효해 약 5만 개 기업에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했다. 일본은 2027년부터 프라임 시장 상장사 전체에 통합 보고서를 의무화한다. 한국의 이번 개정은 글로벌 규제 흐름을 뒤늦게 따라가는 성격이 강하다. 산업계 일부에서는 "속도 조절"을 요구하지만, 국제 자본시장의 시선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평가 대상이 960개사로 확대되면서 중견기업 ESG 공시·평가 대응 비용이 본격화되며, 이는 납품 계약과 자본조달의 전제조건으로 자리잡는다.
EU CSRD·일본 통합보고서·ISSB 기준과 맞물리면서, 한국 평가모형이 국제 자본시장의 해석 기준이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ESG 기조와 EU·한국의 강화 기조 사이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가진 한국 기업은 지역별 ESG 대응 이중화가 불가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