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심화, 일본 방위비 9조 엔 시대의 지형 변화
2026년 3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는 외형적으로 연례 회의의 연장이었다. 그러나 공동성명의 내용은 세 나라 군사 협력의 질적 비약을 담았다. 실시간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체계의 '연중 무휴 운영' 확정, 이지스함 기반 3국 합동 해상훈련의 반기 정례화, 사이버·우주 영역 합동 작전 프레임워크 구축 등.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 선언이 '원칙의 합의'였다면, 이번 서울 성명은 '실행의 제도화'에 해당한다.
제도화의 배경에는 세 가지 지정학적 변수가 있다. 첫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2025년 북한은 고체연료 ICBM 화성-19형 시험발사를 두 차례 성공시켰고, 2026년 4월 19일에는 SL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실험이 보도됐다. 둘째, 중국의 대만해협 훈련 상시화와 핵전력 증강. 셋째, 러시아-북한 군사협력 심화. 세 나라 모두 '개별적으로는 대응 가능하지만 동시에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의 위협이다.
일본은 이 구도에서 가장 공세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2년 12월 기시다 전 총리가 선언한 '방위비 GDP 대비 2% 달성'은 당초 2027년 목표였고, 다카이치 현 총리는 이를 2년 앞당겨 2025~2026년 내 달성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26 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방위 예산이 9조 353억 엔(약 84조 8,100억 원), GDP 대비 1.9% 수준으로 확정되면서 2% 목표에는 0.1%포인트 미달했다. 그럼에도 2013년 0.89%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며, 사상 처음 '9조엔대' 진입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예산은 장사정 미사일(반격 능력)·'실드(SHIELD)' 다층 연안방어 체제 구축·공격용 무인기 확보에 집중 배분된다.
한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2.6~2.7% 수준으로 이미 일본보다 높다. 그러나 질적 구성은 다르다. 한국은 병력 유지비와 인건비 비중이 높고, 일본은 자산 구입과 연구개발 비중이 높다. 2026년 한국 국방부는 '국방혁신 4.0' 후속 프레임을 통해 AI·무인체계·우주·사이버 전력 비중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일 협력은 이 혁신 방향과 맞물려, 한국이 미국 기술·일본 전력 설계와의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경로로 작동한다.
그러나 한미일 협력 심화가 순탄하지만은 않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요구. 트럼프는 2025년 11월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유지에 GDP 대비 3.5%를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를 공식화했다. 한국 정부는 '기존 SMA 프레임워크 유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2026년 하반기 재협상이 예상된다. 둘째, 일본과의 과거사 쟁점. 2023~2024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는 관리 모드이지만, 위안부·강제징용 판결의 집행 이슈는 언제든 재점화 가능하다. 셋째, 중국의 반발. 베이징은 한미일 안보협력 심화를 '인도태평양판 미니 나토'로 규정하고, 경제 분야 압박 카드(희토류·공급망)를 시사한다.
한반도 확장억제 재설계도 쟁점이다. 미국은 2024년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한국에 확장억제의 '가시성' 요소를 확대했다. 2026년 3월에는 미 공군 B-52H 전략폭격기 편대가 한반도 공역에 재투입됐고, 4월에는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이 부산항에 기항할 예정이다. 그러나 '가시성'은 '공유'가 아니다. 한국은 핵무기 사용 결정 과정에 공식 참여하지 못하며, 이는 독일이 미국 핵무기 공유(이중열쇠 시스템)에 참여하는 것과 대조된다. 한국 내 '한국형 핵공유' 요구는 이 비대칭의 산물이다.
일본의 행보는 한국에 반면교사이자 압박 요소다. 일본은 '반격 능력(counter-strike capability)'을 공식 도입해 적 기지 타격 장사정 미사일(토마호크 500발 구매)을 확보했다. 이는 전수방위 원칙의 중대한 전환이다. 한국도 현무-4·5 등 장사정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외적 선언 수준은 일본보다 낮다. 일본의 공세적 선언이 한국 내 '더 공격적 태세' 논의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의 대응은 세 갈래로 나타난다. 첫째, 동북아에서 한러·북러·중러 관계의 동시 강화. 푸틴의 3월 평양 방문이 그 상징이다. 둘째, 한국에 대한 선별적 경제 압박. 2025년 하반기 이후 중국의 대한국 요소수·희토류 수출이 지연됐다. 셋째, 대만해협 훈련의 빈도 증가를 통한 '지역 전체 긴장 유발'. 이는 한미일의 협력 피로감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한국의 외교 딜레마는 '협력의 속도 조절'에 있다. 너무 빠르면 중국의 경제 보복과 대북 돌발 위험이 커진다. 너무 느리면 미국의 동맹 유지 의지가 약화된다. 이재명 정부는 '속도는 관리, 방향은 지속'이라는 이원 접근을 취하고 있다. 정상 선언 수준의 외형적 합의는 이어가되, 실무 단계의 이행 속도는 중국·북한 반응을 보며 조절하는 방식이다.
2026년 봄, 동북아 안보 지형은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한미일 협력은 심화되고, 북중러 결속은 강화되며, 미국의 대외 약속은 조건부화된다. 이 삼중 변화 속에서 한국이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할 여지는 좁아지고 있다. 일본 방위비 2% 달성은 그 좁아짐의 한 지표이며, 한국도 곧 유사한 선택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2023년 정상 선언이 2026년 실무적·상시적 협력 체제로 확장되면서, 한미일 3각은 '양자 관계의 합'이 아닌 '독립적 협력 단위'로 발전한다.
GDP 2% 목표에는 0.1%p 미달했지만 처음 9조엔을 넘긴 예산은 전후 방위 전략의 역사적 전환이며, 한국의 확장억제·핵공유 논쟁을 다시 촉발하는 변수가 된다.
미국의 조건부 약속, 중국의 경제 보복, 북한의 도발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한국이 택할 수 있는 '모호성'의 공간은 빠르게 줄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