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같은 순간에 같은 팀의 골을 보며 수백만 명이 동시에 소리를 지릅니다. 그 감정은 화면과 화면을 건너 번져 갑니다. 요즘은 그 함성 대부분이 어떤 앱을 통과합니다. 문제가 거기서 시작됩니다. 응원 챌린지에 참여해 골 세리머니를 짧은 영상으로 올리고 남의 게시물에 좋아요와 공유를 누르는 동안, 뜨겁던 축제는 조용히 데이터로 바뀝니다.
바뀐 데이터는 어디로 갈까요. 쇼샤나 주보프의 『감시 자본주의 시대』는 바로 그 종착지를 파고든 책입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인 저자는 888쪽에 걸쳐, 우리의 일상 경험이 어떻게 원자재로 채굴되어 시장에 오르는지를 추적합니다. 이 거대한 산업의 문법을 이해하려면 '행동잉여'라는 개념을 잡아야 합니다.
주보프에 따르면 2000년대 초 구글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검색을 처리하고 나면 남는 부산물, 즉 사용자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클릭했는지 같은 흔적이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양을 훌쩍 넘겨 쌓였습니다. 저자는 이 잉여 데이터를 기계 지능에 먹여 '예측상품'을 만드는 과정을 그려 냅니다. 이 상품은 이용자가 지금 무엇을 하고 곧 무엇을 할지 내다봅니다. 광고주에게 팔리는 순간 '행동선물시장'이라는 새로운 거래장이 열립니다.
무엇보다 이 채굴은 우리의 동의나 인식 바깥에서 일어납니다. 검색어를 넘기는 대가로 무료 검색을 받는 교환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진짜 거래 상대는 이용자가 아니라 그 이용자를 예측하려는 기업들이었습니다. 여기서 사람은 고객이 아니라 원료입니다. 무료로 쓰는 서비스의 진짜 값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자신에게서 빠져나갔습니다.
월드컵으로 돌아와 봅시다. 응원이라는 집합적 감정은 이 산업이 가장 탐낼 만한 원료입니다. 승패에 요동치는 심박, 경기 시간대에 몰리는 접속, 특정 선수에게 쏠리는 반응, 골이 터진 직후의 소비 충동은 평상시보다 훨씬 진하고 예측 가능한 신호를 남깁니다. 축제의 열기가 높을수록 채굴할 표면이 넓어지는 셈이지요.
주보프가 특히 무겁게 다룬 대목은 예측을 넘어선 개입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은 2010년 미국 중간선거일에 약 6100만 명 규모로 '나는 투표했다' 버튼과 친구들의 투표 소식을 뉴스피드에 노출하는 실험을 벌였습니다. 이 작은 자극이 직접·간접으로 34만 명가량의 실제 투표를 더 끌어냈다는 결과가 2012년 학술지에 실렸습니다.
예측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앞서 페이스북이 뉴스피드의 긍정적 글과 부정적 글의 비율을 몰래 조절한 감정 전염 실험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조작만으로도 이용자가 쓰는 글의 긍정·부정 표현이 달라질 수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저자는 이런 사례들을 '행동을 읽는 단계'에서 '행동을 조율하는 단계'로 넘어간 결정적 장면으로 읽습니다.
집합적 흥분은 이런 조율에 특히 취약합니다. 나 혼자라면 흘려보냈을 자극도,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아오른 밤에는 몇 배로 증폭되곤 하지요. 응원 열기 속에서 추천된 상품, 강조된 게시물, 배열된 순서는 순수한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예측이 빚은 결과일 수 있습니다. 축제가 끝난 뒤 문득 늘어난 결제 내역을 볼 때, 그 선택이 오롯이 내 선택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위원회의 안내를 다시 읽어 봅니다. 낯선 링크를 누르지 말고 위치정보 공개를 점검하라는 조언은 분명 유효합니다. 다만 그 조언이 지키라는 개인정보는, 도둑맞을 때만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넘겨질 때도 값나가는 자원입니다. 안내문은 이 대목까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위험은 훔쳐 가는 손에만 있지 않습니다. 합법적으로 거둬 가는 구조에도 스며 있습니다.
주보프가 이 두꺼운 책으로 끝내 말하려 한 것은 절망이 아니었습니다. 감시 자본주의가 자연법칙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특정 기업이 만든 발명품이라면, 다시 규율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으니까요. 그 규율의 자리에 개인정보 보호라는 제도가 놓입니다. 그래서 위원회의 당부는 작지만 같은 싸움의 한 조각입니다.
올여름에도 우리는 마음껏 소리 지를 겁니다. 함성은 인간의 몫이고 그 뜨거움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것이 아니지요. 다만 그 감정이 화면을 통과해 어디론가 흘러갈 때, 무엇이 채굴되고 무엇이 나중에 상품이 되어 돌아오는지 한 번쯤 되짚어 보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응원은 조금 더 우리 자신의 것으로 남습니다.
스미싱·계정 탈취 같은 보안 수칙에 머무는 통상적 개인정보 기사와 달리, 주보프의 '행동잉여' 개념으로 응원이라는 집합적 감정이 데이터화되는 순간 무엇이 채굴되는가를 물은 점.
왜 축제의 흥분이 다른 어떤 데이터보다 진하고 예측 가능한 원료가 되는지를 짚고, 페이스북 '나는 투표했다' 실험을 '행동을 읽는 단계'에서 '조율하는 단계'로 넘어간 전환점으로 제시한 책의 실제 논지를 월드컵의 밤에 대입해,
합법적으로 거둬 가는 구조라는 제도 바깥의 물음까지 끌어올린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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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nd et al. 2012 · Facebook 61-million-person election experiment
- PNAS 2014 · Facebook emotional contagion experi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