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다
민주주의

원자력과 민주주의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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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월 주민의 약 70퍼센트가 반대하는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이 결정되었다. 영덕에서는 군민의 60퍼센트가 원전 건설에 반대하지만 계속 신규 원전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삼척에서는 주민 투표로 85퍼센트의 시민이 반대하는 원전 건설이 아직도 포기되지 않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반대함에도 일본산 수산물 수입은 지속되고, 그나마 형식적이던 수입 규제마저 완화하려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가? 국민의 의견이 이렇게도 반복적으로 무시당해도 되는 것일까?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독일, 스위스, 벨기에, 이탈리아, 스웨덴 등의 나라들이 탈핵을 결정했다. 모두 국민의 뜻을 따라서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 불가능한가? 원자력에 대한 여론은 반영되지도 않고, 제대로 조사되지도 않는다. 의사 결정은 국민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곳에서 이루어진다. 원자력과 민주주의는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일까?

 

최근 원자력 관련 현안들을 살펴보면 그 수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신규 원전 건설, 고준위방폐장 건설(사용 후 핵연료 저장소 건설), 중저준위방폐장 인허가, 송전탑 건설, 원전폐로기술연구소 유치 경쟁, 핵재 처리,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이 지금 당면한 현안들이다. 핵연료의 수입부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논쟁까지 모든 현안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현안이 많고 복잡하다. 이 많은 현안 중에서 몇 가지만 살펴보자.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2015226(정확하게는 27일 새벽 1시경)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결정했다. 30년의 설계 수명이 끝난 월성 1호기의 재가동을 10년 더 허용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월성 1호기보다 나중에 건설된 월성 2,3,4호기에 구비 된 안전 설비들이 갖춰지지 않은 채 수명 연장이 결정되었다는 점이다. 노후 원전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더 위험하다고 평가된다. 첫째는 상식적인 판단이다. 오래된 기계가 고장 날 확률이 높다는 것은 과거 통계 결과와 우리의 일상적 경험에 근거한다. 두 번째는 원전의 안전에 관한 규제가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어왔기 때문에 오래전에 건설된 원전들은 최근 원전보다 안전 설비가 덜 갖춰진 경우가 많다. 월성 1호기는 이 두 가지에 모두 해당되는 경우였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이 구비되지 않은 안전 설비였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을 허용했다. 이 문제에 관한 국민 대상 여론조사는 물론 시행되지 않았다. 원전 지역 주민의 약 70퍼센트 정도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으나 이 사실은 의사 결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과정에서 두 번째로 문제가 된 것은 최근에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의 적용 여부였다. 개정 내용은 수명 연장을 결정할 때 지역 주민의 의사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논란은 이 법의 부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서 발생했는데, 개정된 조항에 대한 부칙에는 공포 후 즉시 반영하도록 되어 있어서 이번 수명 연장 결정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번에는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서로 맞서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개정된 조항을 반영하지 않고 재가동을 결정했는데, 이 문제는 앞으로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규 원전 부지 결정

 

 

 

노후 원전 수명 연장과 함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현안은 신규 원전 건설이다. 정부는 현재 23기의 가동 원전과 건설 중인 5기의 원전도 부족해 삼척과 영덕에 신규 원전 부지를 확보했다. 이 과정은 겉으로 보면 민주적인 형식을 갖추었다. 삼척과 영덕의 지자체가 주민의 뜻을 물은 후 정부에 원전 부지 선정을 신청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갖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삼척 시민과 영덕 군민의 의사를 제대로 물어보지 않았다. 나중에 확인된 것이지만 삼척 시민 중에는 본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부지 신청에 찬성하는 것으로 된 경우가 많았고, 같은 필체로 수십 명이 서명한 문서도 확인되었다. 원전 부지 신청을 철회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부지 신청을 강행한 김대수 전 삼척 시장은 시장 선거 과정에서 퇴출되었고, 그 대신 원전 부지 신청을 철회하겠다는 단 하나의 공약을 내건 김양호 현 시장이 당선되었다.

 

김양호 시장은 당선 직후 공약한 대로 원전 부지 신청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주민 투표를 통해 물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주민 투표의 선거 관리를 거부했고, 이에 따라 시민들이 직접 선거 관리를 하면서 주민 투표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투표인 명부에 기재된 유권자의 60퍼센트 이상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민 투표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투표자의 85퍼센트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투표 과정에서 수많은 외압들이 존재했으나 삼척 시민들은 그 어려움들을 모두 극복해낸 것이다.

 

특히 가장 극복하기 어려웠던 것이 검찰의 외압이었다. 주민 투표 직후 검찰은 김양호 시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했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미 삼척 경찰에서 무혐의로 판단한 사안이었다.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것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는데, 결국 법원에서 무죄 판결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를 받는 수개월 동안, 즉 주민 투표를 진행한 수개월 동안 삼척 시민들이 받은 정신적 압박감은 대단한 것이었다. 주민 투표는 민주주의의 아주 중요한 표현 방식이다. 이와 같은 주민 투표를 방해하고, 그 결과를 아직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정부를 민주정부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삼척의 원전 건설 반대 여론이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공식적으로 확인되자, 정부는 주민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언론에서는 향후 전력 수급을 결정하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서에서 삼척 원전을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또한 삼척 대신 영덕에 더 많은 원전을 짓는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삼척의 소식을 접한 영덕의 여론은 조금씩 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삼척에서와 같은 반핵 여론이 크게 형성되지 않았던 영덕에서도 삼척의 주민 투표 소식 이후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영덕 군의회가 나서서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약 60퍼센트의 영덕 군민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이를 근거로 영덕 군의회는 주민 투표를 실시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답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이 여론조사 과정에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군의회 의장에게 전화를 거는 등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영덕 군의회가 요구하는 대로 주민 투표가 실시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역시 주민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압박과 이에 저항하는 주민의 노력을 살펴볼 수 있는 사례이다. 정부는 민주주의의 꽃인 주민 투표를 왜 이렇게도 탄압하는 것일까? 주민 투표를 탄압하는 것은 바로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고준위방폐장 건설

 

 

 

노후 원전, 신규 원전에 이어 현안이 되는 것이 고준위방폐장 문제이다. 원전을 운영하면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핵폐기물이다. 핵폐기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원자로 안에서 4년 동안 물을 끓인 핵연료 그 자체가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이고, 그 외의 잡다한 모든 핵폐기물은 중저준위핵폐기물이다. 이 중에서 중저준위는 경주 방폐장으로 가도록 되어 있지만 고준위는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원전 부지에 임시로 저장할 수 있는 공간, , 사용후핵연료 수조가 거의 꽉 찬 상태라서 원전 가동을 지속하려면 반드시 고준위방폐장이 건설되어야 한다. 고준위는 최소 10만 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되어야 하는데, 10만 년 동안 고준위를 격리할 방폐장을 만들 기술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약 50~60년 동안 고준위를 보관할 중간저장소를 만드는 방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201310월에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는데, 바로 이 위원회가 고준위핵폐기물 중간저장소 건설에 관한 사항을 조사·연구해 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이 위원회는 20056월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에 맡겨진 역할은 처리할 사용후핵연료의 총량을 결정하고, 처리 방식을 결정하고, 장소를 결정하는 일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사용후핵연료의 총량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원전 건설과 운영 그리고 폐쇄의 전체 계획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사용후핵연료의 총량이 계산되고, 고준위방폐장의 규모가 결정될 것이다. 또한 이 위원회는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방식도 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처리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핵재처리를 하더라도 고준위핵폐기물의 양은 거의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고준위방폐장은 어느 경우에도 필요하고, 따라서 그에 적절한 장소를 찾아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토 전체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는 이런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고준위핵폐기물의 총량에 관한 논의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처리 방식에 관한 논의도 전혀 진행된 바 없다. 단지 중간저장소의 위치에 관한 사항만 논의하는 듯하다. 그나마 전국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원전이 있는 지역인 부산, 울산, 경주, 울진, 영광 등지에서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중간저장소를 원전이 있는 곳에 건설하겠다는 의도라고 판단할 수 있다.

 

공론화란 특정 문제에 관해 국민의 의견을 듣고, 이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절차가 아닌가? 민주적인 절차와 방식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또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의 공론화위원회는 논의할 내용도 제대로 선정하지 못했고, 전국적인 논의를 진행 시키지도 않았다. 그래서 예산 낭비에 불과하니 공론화위원회를 해산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도 20156월에 공론화위원회가 그동안 공론화 과정의 결론을 발표하면 원전 지역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 것으로 예측된다. 원전 지역에 고준위핵폐기물 중간저장소를 건설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짐작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원자력은 양립할 수 없다

 

 

 

최근 원전 관련 현안들 가운데 몇 가지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지만, 모든 사안들에서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일이 강행됨을 확인할 수 있다. 주민 투표를 방해하고, 지역 여론에 반대되는 결정을 하고, 의제도 제대로 담지 못하는 공론화위원회는 국가 예산을 낭비한다. 그렇게 비민주적으로 일들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만일 원자력 산업이 지역 주민에게는 손실이지만 국민 전체에게 이익이 된다면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 산업이 국민 전체에게 이익이 될까?

 

후쿠시마 핵사고를 살펴보면 원자력 사업의 정체가 드러난다. 2011312일부터 3일간 네 개의 원전이 폭발했다. 그 결과 일본 국토의 약 70퍼센트 정도가 방사성 물질인 세슘에 오염되었다. 그리고 일본 정부의 인구 변화 정보에 따르면 사고 이후 4년 동안 자연 감소가 약 85만 명이고 사회적 감소가 약 10만 명이었다. 이 자연 감소 수는 4년 동안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85만 명이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사고 이전에는 일본 인구가 약간 증가 추세, 또는 정체였음을 감안하면 핵사고의 영향으로 4년간 85만 명이 덜 태어났거나 더 사망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덜 태어난 것이 저출산의 영향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출생자 감소폭보다 사망자 증가폭이 훨씬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인구 감소의 경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된다는 점이다. 방사능 환경오염은 약 300년 동안 지속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앞으로 이와 같은 현상이 300년 동안 지속 된다고 가정해보면 한 번의 핵사고로 일본의 국운이 완전히 꺾일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이런 핵사고는 이미 전 세계에서 세 번이나 발생했고, 그 확률도 상당히 높다. 전 세계 440여 개의 원전 중 6개가 폭발했으니, 75개의 원전 중 1개가 폭발한 셈이다. 이런 높은 확률로 발생하고 있으니 핵사고의 위험을 전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데, 원자력 산업이 국민의 이익을 증가시킨다고 볼 수 있을까? 또한 현재 원자력 산업계가 정당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단 하나의 논거가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인데, 여기에서 길게 논의할 수는 없지만 이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원전에서 손을 떼고 있는 상황으로, 그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원자력 발전의 비경제성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원자력 산업은 국민 전체에 이익이 되지 않고, 지역 주민에게 이익이 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원자력 산업은 누구의 이익이 되는 것일까? 민주주의는 정부 정책을 이용한 특정 집단의 이익을 허용하지 않는다.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국민의 의사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살펴보면 원자력 산업은 국민의 이익에 반하면서도 반()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몇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필자의 신념은 이렇다. “민주주의와 원자력 산업은 양립할 수 없다.”

 

 

 

김익중

 

1960년생.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경주핵안전연대 운영위원장,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저서 한국 탈핵, 탈핵 학교(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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