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공존의 시도] 우리의 삶과 공전에 대해

차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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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미국 작가 카렌 테이 야마시타의 소설을 통해 공전과 공존의 의미를 탐구하며, 기후변화와 인류세 시대에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진정한 공존 방법을 모색한다. 인간중심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계 모델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일본계 미국 작가인 카렌 테이 야마시타Karen Tei Yamashita의 소설,《Through the Arc of the Rain Forest열대우림의 호를 통해서》(1990)에는 기묘한 공존 관계가 나온다. 이시마루 가즈마사는 어릴 적 운석에 맞은 후 눈앞에 작은 공이 떠다니는 걸 발견한다.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마치 공전하듯 머리 주위를 벗어나지 않는 공 때문에 그가 놀림감이 되고 그의 앞길이 막힐지 모른다는 부모의 걱정과 달리, 이시마루는 말도 통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을 이내 그의 '반려동물이자 친구'로 받아들인다.

공전과 공존, 우리말로만 가능한 말장난 같은 연상이지만 머릿속을 맴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동물의 멸종을 가속화시키고 있고, 인류세와 여섯 번째 대멸종이 더 이상 황당한 얘기가 아닌 지금 이 순간, 인류는 뒤늦게 공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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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 혁명 이후
역사적 경과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발견이 이뤄진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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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출간
야마시타 작품
공존 관계를 다룬 『Through the Arc of the Rain Forest』 발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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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대
기후변화 시대
인류세와 기후변화 문제가 본격화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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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출생
이동신 교수
현재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

캐리 울프Cary Wolfe처럼 동물 논의를 통해 공존을 고민하는 이들은 인간이라는 개념을 만드는 첫 순간부터 동물이 이용됐다고 말한다. '동물이 아닌' 존재로 인간을 규정하고, 저속한 '동물성'과 비교해 '인간성'은 우월하다는 인간중심주의적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하는 모든 일과 생각에 깊이 박힌 인간중심주의를 해체하지 않고는 진정한 공존이란 불가능하다.

혁명을 뜻하는 영단어인 'revolution'은 원래 공전을 뜻하는 말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만 봐도 혁명이라는 정치적 혹은 역사적 정의보다"천체의 일부로 궤도나 원형을 따라 회귀적으로 도는 행위나 사실; 지구 주위에서 태양, 별 등이 보이는 움직임"이라는 정의가 먼저 나온다.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이라고 말을 하지만, 사실 그 내용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을 중심으로 천체가 움직인다는 '공전'에 대한 것이 아니었던가?

물론 지구가 공전하는 행성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차크라바르티도 굳이 그 사실을 재확인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푸코의 용어를 잠시 빌리자면, 그 사실을 '인식connaissance'이 아니라 '지식savoir'의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는 뜻일 거다.

하지만 소설은 현실의 재현이다. 소설의 주인공처럼, 사람들은 현실에서 세상을 그렇게 떠돌아다녔다. 그렇지만 이들은 향수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기보다는 불가능한 행복을 가능하게 만들고자 했고, 고향을 찾아 세상을 떠돌아다니기보다는 세상을 고향으로 바꾸고자 했다.

늦지 않았다고 간절히 믿고 이제라도 바꿔 보자, 그렇게 말하며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공존을 바라는 수많은 이들이 자본주의의 근원지에서 등장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해 왔다. 데이비드 애튼버러, 제인 구달, 레이첼 카슨, 톰 리건, 도나 해러웨이, 앨 고어, 피터 싱어, 아르네 네스, 그레타 툰베리, 그린피스, PETA……… 명단은 점점 늘어 간다.

어쩌면 거시적인 시각만큼이나 미시적인 시각 역시 필요한지도 모른다. 기후변화와 인류세가 너무도 큰 문제라는 이유로 해결책마저 무조건, 전부 다 커야만 하는 걸까? 송이버섯을 채집하고 유통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조사하다 '예상치 않은 구석'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고 '자본주의의 폐허 속 삶의 가능성'을 찾았던 애나 칭Anna Lowenhaupt Tsing은 '행성의 개별자The Particular in the Planetary'라는 강연에서 행성의 작은 비인간 존재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고민을 갖고 다시 공전과 공존의 연상으로 되돌아온다. 사실 공전은 행성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그처럼 거대한 차원과 정반대로 아주 미세한 원자단위에서도 공전은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동신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영어학 석사학위를, 미국 텍사스 A&M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 《A Genealogy of Cyborgothic: Aesthetics and Ethics in the Age of Posthumanism》, 공저서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전 지구적 공존을 위한 사유의 대전환> <관계와 경계: 코로나 시대의 인간과 동물> 등을 펴냈고, <갈라테아 2,2>를 번역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재단 지원사업 '위계에서 얽힘으로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동물 관계'의 연구책임을 맡고 있다.

1
인간중심주의 해체의 필요성

진정한 공존을 위해서는 인간이 하는 모든 일과 생각에 깊이 박힌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를 근본적으로 해체해야 한다는 철학적 과제가 제시된다.

2
미시적 관점의 중요성

기후변화와 같은 거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예상치 않은 구석'에서의 작은 공존 관계들을 발견하고 육성하는 미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3
새로운 관계 모델 탐구

원자 단위의 '얽힘' 관계에서 행성적 변화까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공존 방식의 모색이 현 시대의 필수적 과제로 대두된다.

카렌 테이 야마시타디페시 차크라바르티캐리 울프게오르크 루카치애나 칭도나 해러웨이카렌 바라드이동신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
인간중심주의를 해체하지 않고는 진정한 공존이 가능할까?
자본주의 체제를 대체할 혁명적 변화 없이 공존의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거시적 시각과 미시적 시각 중 어느 것이 공존 문제 해결에 더 중요할까?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