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다
묻고 답하다

여성 혁명

차미경
기사 듣기
기사요약
북한 여성문학을 분석한 김재용, 이상경의 저서 <혁명 속의 여성, 여성 속의 혁명>은 북한 여성작가 8명의 작품을 통해 공식 이데올로기와 비공식적 삶의 현실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특히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여성문학은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억압된 여성들의 다성적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

 

1. 북한 여성문학의 다성성

남한 독자들에게 북한문학은 진입 장벽이 높을 뿐만 아니라 몹시 낯설게 느껴진다. 물리적으로는 매우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지나치게 멀게 느껴지는 이질적 타자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번역된 외국문학에 대한 접근보다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국가보안법'의 엄연한 실정법적 제한으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70년 넘게 이어져 온 분단의 심리적 장벽이 우리의 내면에 세워져 있는 이유가 더 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문학을 한글로 쓰여진 '한반도 문학의 지역 문학'으로 범주화한다면 북한문학 역시 한국문학의 부분 집합에 귀속될 수 있을 것이다. 남한 연구자들에게 북한문학은 '이질적 타자의 영토'에서일지라도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거울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일제 강점기와의 연속성과 더불어 '해방과 분단' 이후의 단절성 속에서도 지속적인 탐색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록 '수령형상문학'과 '당문학적 요소라는 담론적 전제 속에 기술되는 '주체문학'이라는 점에서 남한 독자의 입맛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한반도의 분단이 영구불변의 고정형이 아니라 '한시적 상황임을 공유한다면 북한 혹은 북한문학은 지속적인 탐구와 독해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북한문학은 북한의 내재적 시각과 함께 남한의 비판적 독해와 더불어 제3자적 관점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입장 속에서 입체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김재용, 이상경의 <혁명 속의 여성, 여성 속의 혁명>은 북한문학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방법적 테제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구서에 해당한다. 저자들은 북한의 여성작가 8명을 집중 조명하면서, '북한의 여성문학'을 “북한의 여성작가들이 쓴 작품”으로 한정하여 논의를 시작한다. 저자들이 북한의 여성문학을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북한사회의 공식적 언술 이면에 비공식적으로 발화되는 삶의 현실이 소설 속에서 다성적 발화로 드러남으로써 미묘한 갈등 양상을 잘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남성 작가의 작품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 자신의 문제를 예민하게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들은 "북한에도 여성문학이 존재한다”라고 선언하고, 특히 '고난의 행군'이후 여성문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북한의 여성문학 역시 다른 나라의 '여성' 문학처럼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문제 삼고 있다고 분석한다.'제도와 명분상의 평등'과 '실제 현실에서의 불평등'의 문제가 해방 직후1940년대 임순득의 단편소설 이래로 2010년대 김자경의 장편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 속에서 '억압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보기에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전의 여성문학은 공식적 이데올로기와 비공식적 목소리 사이의 긴장이라는 문제 틀로 분석이 가능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의 여성문학은 새로운 미래 사회의 여성 역할에 대한 모색을 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저자들은 “북한의 여성문학은"그 자체로 문제적임을 전제하면서 "북한 체제에서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여성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비공식적인 목소리를 재현하기 때문"임을 강조한다. "여성문학이 가진 다성성"이 북한문학의 활력이자 새로운 독해 지점임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2. 해방이후 '고난의 행군' 이전까지의 여성문학
-삶의 애환 속 주체적 여성의 형상화

1)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의 형상화-임순득의 경우

저자들은 임순득을 '북한 여성문학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해방 직후 작품들을 주목한다. <솔밭집>(1947)에서는 여학교 교사 '나'의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일제로부터의 해방이 '노동 해방과 교육 평등'이라는 사회주의적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된 현실을 포착하고,<우정>1949에서는 적극적인 아내와 소극적인 남편 사이의 심리적 갈등을 통해 여성이 한 가정의 내외적 속박에서 벗어나 주체적 인간으로 변모하게 되는 과정이 드러난다. <딸과 어머니와>(1949)에서도 '딸의 어머니'로서는 ‘지극히 소박한 진보적인 사상’으로서의 '남녀평등'을 승인하지만, '아들의 어머니'로서는 여전히 ‘남성 우위의 봉건적인 사상’을 견지하는 모성의 이중적인 상황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한다.

특히 1950년대 '사회주의 농업 협동화'를 다룬 <여작업반원들>(1956)과 <어느 한 유가족의 이야기>(1957)에서는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의 원형이 포착된다. <여작업반원들>에서는 협동조합 작업반 소속 여성들이 탁아소와 유치원 문제를 처리하면서 여작업반장 진옥실과 제대군인이자 조합세포위원장인 박상의와의 결혼 문제가 경쾌하게 묘사되고, <어느 한 유가족의 이야기>에서는 '전쟁미망인' 유정덕이 식구의 가장 노릇을 하며 협동조합의 후원으로 작업반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특히 과부가 된 아랫동서 옥금이 다른 남자와 마음이 맞아 아이를 남겨 두고 집을 나간 사실에 대해 정덕이 이해하고 옹호하는 이야기가 그려지면서, 전쟁미망인의 성적 욕망이 드러남으로써 북한 여성문학에서 섹슈얼리티 문제의 원형이 포착된다.

📊숫자로 보는 이 기사
0
의 작품을 통해 공식 이데올로기와 비공식적
2023년 통계청
0
을 집중 조명하면서, '북한의 여성문학'을
2023년 고용노동부
0
성인 종합독서율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주요 결과'(2024.04.18)
0
성인 연간 독서량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주요 결과'(2024.04.18)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시사점

이 기사가 다루는 주제는 현재 진행형의 사회적 과제입니다.

2
맥락 이해

관련 통계와 배경을 함께 읽으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합니다.

3
향후 전망

이 이슈의 향후 전개 방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묻고 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