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역사적인 순간이 펼쳐졌다. 재일동포가 설립한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여름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는 대회 104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승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의 복잡한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10년, 대한제국은 일본에 강제 병합되어 식민지가 되었다. 이후 35년간 지속된 일제강점기 동안 한국인들은 심각한 억압과 차별을 겪었다. 한국어 사용이 금지되고, 한국인들은 일본식 이름을 강요받았다. 많은 이들이 강제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갔고, 여성들은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되는 등 인권 유린이 자행되었다.
1945년 해방 이후에도 재일동포들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많은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 남게 되었는데, 이들은 법적, 사회적 차별에 직면했다. 취업, 주거, 교육 등 일상생활의 모든 면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이러한 차별에 맞서 재일동포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민족학교들이 설립되었다.
교토국제고등학교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탄생했다. 재일동포의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일본 사회와의 융화를 모색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출발한 것이다. 그리고 79년이 지난 2024년, 이 학교는 일본 고교야구의 최고 무대인 고시엔에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썼다.
주목할 만한 점은 우승을 이끈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이 모두 일본 국적의 학생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재일동포 학교가 더 이상 폐쇄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일본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일본 국적 학생들이 한국계 학교에서 공부하며 그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 것은 일본 사회의 다문화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기 직후 벌어진 장면은 이 승리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선수들이 부른 한국어 교가가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것이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이 교가는 학교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일본 국적 선수들의 입에서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지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장면은 과거 식민지 시대에 한국어 사용이 금지되었던 역사와 대조를 이루며, 현재 일본 사회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는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들을 환기시키는 계기도 되었다. 재일동포들이 여전히 겪고 있는 차별과 편견, 그리고 양국 간의 역사 인식 차이 등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 전문가 이정훈 교수는 "이번 사건은 일본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적과 관계없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죠."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이는 과거의 아픈 역사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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