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임금은 OECD 회원국 중 19위로, 구매력 기준 약 4만 8천 달러에 이른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화려한 평균치 뒤에는 성별과 기업 규모에 따른 극심한 임금 불평등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여성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남성의 64.9%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회원국 평균인 88.1%와 비교하면 23.2%포인트나 낮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줄어왔지만, 여전히 선진국 기준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58.7%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612만 원인 반면, 5인 미만 소기업 근로자는 237만 원에 그친다. 이 격차는 지난 10년간 오히려 확대되어 왔으며, 대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는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이중 격차가 중첩되는 지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의 경우, 대기업 남성 근로자 임금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승진 기회의 제한, 경력 단절의 위험, 열악한 복리후생이라는 삼중고까지 겪고 있어, 사실상 노동시장의 구조적 차별이 교차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원인 분석에서 전문가들은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한국의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는 원하청 관계를 통해 중소기업의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압박하며, 이는 곧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 또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유발하는 육아 부담의 불균등 분배, 유리천장 효과, 비정규직 집중 등이 성별 임금 격차를 고착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웨덴과 아이슬란드는 성별 임금 격차 해소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아이슬란드는 2018년부터 직원 25인 이상 기업에 동일 임금 인증을 의무화했으며, 이를 통해 성별 임금 격차를 12% 이하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독일은 2023년 공급망 실사법을 통해 대기업이 하청 기업의 노동 조건까지 책임지도록 했다.
한국 정부도 최근 공공부문 성별 임금 공시제를 도입하고, 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생산성 혁신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실질적 적용, 중소기업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 임금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 분포의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숫자 하나로 대표되는 평균 임금이 아닌, 모든 노동자가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저선을 높이는 것이 진정한 과제다.
임금 격차는 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여성의 임금 불평등은 경력 단절과 출산 기피로 직결되어, 한국의 초저출생 위기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원인 중 하나입니다.
ESG 경영과 공급망 실사가 글로벌 표준이 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임금 불평등은 국제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