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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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임금은 선진국, 여성·중소기업 임금은 후진국한국의 노동시장이 보여주는 이중적인 모습이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OECD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지만, 성별,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OEC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4만 8922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의 91.6%에 달했다. 이는 역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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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임금은 선진국, 여성·중소기업 임금은 후진국

한국의 노동시장이 보여주는 이중적인 모습이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OECD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지만, 성별,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OEC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4만 8922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의 91.6%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30년 전인 1992년 63.8%와 비교하면 1.4배나 증가한 수치다. 한국의 노동자 평균 임금은 1992년 2만 6000달러 수준에서 2011년 4만 달러를 넘어서며 매년 OECD 평균에 근접해왔다. 특히 2014년에는 일본을 추월했으며, 그 이후로 한국과 일본의 평균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현재 한국의 평균 임금은 OECD 38개 회원국 중 19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균 임금의 상승이 모든 노동자에게 균등하게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크게 상승하면서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의 임금 소득 증가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이로 인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양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국제적으로 악명 높다. 2022년 기준 31.2%로 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이는 일본(21.3%), 미국(17.0%)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며, OECD 회원국 평균 성별 임금 격차 12.1%의 2.5배에 달한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여성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총액은 남성의 71%에 불과했다. 2008년 60.8%에서 격차가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큰 격차가 존재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남성과 여성이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이 출산·육아로 인해 남성보다 평균 근속연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보는 반면, 여성의 절반 이상은 '기업 내 채용·승진·배치에서의 차별이 누적된 탓'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300인 이상 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3만 8214원을 100으로 봤을 때, 300인 미만 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1만 6843원으로 44.1%에 불과했다. 즉,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의 이중구조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고임금과 저임금 간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당 임금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18년 0.349에서 2020년 0.325로 줄었다가 2021년 0.327, 2022년 0.332로 다시 커졌다. 지니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최근 몇 년 사이 임금 불평등이 다시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임금 격차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불평등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첫째,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 성별, 기업 규모별, 고용 형태별로 벌어지는 임금 격차는 사회 구성원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둘째,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은 내수 시장을 위축시키고, 전체적인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셋째, 인재 유출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 수준은 우수한 인재들이 대기업으로만 몰리는 현상을 초래하여,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확립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성별이나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중소기업이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넷째,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고,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의 최저임금은 매년 인상되고 있지만, 그 혜택이 모든 노동자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실질적으로 미칠 수 있도록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에 대한 인건비 지원이나 사회보험료 감면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노동시장이 보여주는 이중적 모습은 빠른 경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평균 임금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심각한 임금 격차는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제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노동자가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자신의 노동의 대가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인 개선 의지, 그리고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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