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 치료비·25일 렌트 상한’으로 보험료 3 % 깎아주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갔나
지난 1부 기사(7월 17일 자 〈8주 뒤 치료비 틀어쥔 ‘부정수급 대책’…보험사 곳간 채우고 국민 건보에 폭탄 던지나〉)는 정부와 보험업계가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8주 초과 치료비를 끊어 민간보험 비용을 줄이고, 그 절감분으로 보험료를 3 % 낮추겠다고 발표한 배경과 파장을 짚었다. 의료계와 소비자단체는 “환자 치료권을 제약해 건강보험 적자만 키울 뿐”이라고 반발했고, 실제로 8주 제한이 시행되면 연간 7천억 원 넘는 치료비가 건강보험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이번 후속 보도는 같은 맥락에서 도입된 대차(사고 대체 렌터카) 25일 상한이 현실에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또 보험료가 정말 줄었는지를 숫자로 확인한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사고 차량이 수리로 운행 불능인 기간에 한해 렌터카 비용을 최대 25일(전손 10일, 실제 정비 160 시간 이상일 때 30일)까지만 보상한다. 금융당국은 2024년 소비자 유의사항을 통해 “25일을 넘기는 대차료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문제는 현실 수리 기간이 약관의 ‘평균값’을 자주 초과한다는 점이다. 국제 비교 자료에 따르면 중형 전기차의 평균 수리 기간은 19.6 일로 내연차(11.1 일)보다 8 일 이상 길다. 수입차나 전기차처럼 부품이 해외에서 들어오는 경우 한 달을 훌쩍 넘기기 일쑤여서, 25일 상한을 넘는 순간 하루 8만∼90만 원(차급별 렌트 요금)이 고스란히 운전자 부담이 된다. 경기 광주에 거주하는 B씨는 부품 대기로 수리 예고가 두 달 이상 잡혔지만 보험사가 “통상 5일이면 수리 가능하다”며 대차료 5일분만 지급해, 나머지 50여 일치 130만 원을 본인이 냈다.
대차 한도를 줄여 절감한 비용은 보험료로 돌아왔을까. 보험업계가 발표한 자동차보험 평균 인하율은 2022년 1.2 %, 2023년 1.9 %, 2024년 2.5 %, 2025년 0.8 %에 불과하다. 평균 보험료는 2022년 72만 3,434원에서 2025년 68만 6,000원 안팎으로 내려왔지만, 4년 누적 인하율은 6.4 %(약 4만 6,000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정비공임은 연 2.7 %씩 상승했고 손해율은 80 %대 초중반을 벗어나지 못해 보험사들은 올해도 적자를 기록했다.
소비자 불만도 빠르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자동차보험 민원은 2023년 상반기 6,34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 증가했는데, 대표 유형 가운데 하나가 대차 한도·차급 분쟁이었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치료비·렌트비 ‘누수’를 막아야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하며 병원 8주 초과 입원비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댈 채비다. 그러나 대차 한도와 치료비 제한이 만든 비용 절감분이 고스란히 보험료 인하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규제가 늘수록 소비자 부담만 커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부품·병상 수급 지연 때 한도 유예, 초과 비용의 보험사·정비업체·병원·렌터카업체 공동 분담, 대차료·병실료 산정식 공개가 병행돼야 “비용 통제 → 손해율 개선 → 실질 보험료 인하”라는 고리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의 숫자는 ‘8주 제한·25일 상한’이라는 규제 뒤에 남은 빈자리가 소비자의 지갑임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