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 2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가 폭염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다. 삼복더위라는 계절적 수사를 넘어 기후 재난이 상시화된 오늘, 우리는 더워지는 하늘 아래에서 삶의 기본권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이번 폭염은 한반도 남부 해상에 고정된 열돔이 한 달 가까이 자리 잡으면서 시작됐다. 25일 오전 기준 전국 183개 특보 구역 가운데 180곳, 무려 98 %에 폭염특보가 동시에 내려졌고 체감온도 38도를 웃도는 이른바 ‘가마솥 하루’가 사흘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위기경보 격상은 단순 행정 절차를 넘어 노동과 일상의 리듬을 흔들었다. 낮 12시부터 5시 사이 건설 현장은 작업 중지를 권고받았고, 전국 9 천여 개 무더위 쉼터가 24시간 개방됐다. 그러나 에어컨이 없는 주거지 내부 온도는 그대로였고, 과부하에 직면한 전력 수급은 지역별 순환정전 검토라는 극한 처방까지 소환했다.
피해는 숫자로 먼저 드러났다. 5월 이후 온열질환자가 2100명을 넘었고 10명이 숨졌다. 같은 기간 돼지 4만8천여 마리, 닭 등 가금류 96만 마리가 폐사해 가축 피해가 100만 마리를 돌파했다. 의료·농축산 기반이 취약한 지역일수록 피해율은 가팔랐다.
폭염 대응 체계가 국가재난관리 시스템의 일상 메뉴가 된 것은 한편으로 기후 적응 정책의 진전이지만, 그러나 위험을 관리하는 체계가 위험의 근원을 줄이지 못한다는 역설도 남겼다. 탄소 배출 감축보다 냉방 전력 확보가 더 시급한 현실은 기후 정의와 에너지 불평등 사이의 균열을 키운다.
《그대로 멈춰라, 지구 온난화》 허창회 (2024)는 대기과학자의 시선으로 지구 열대화 시대를 해부한다.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곡선이 가파르게 치솟은 배경, 극단적 기후 현상이 인간 생태계와 식량 체계를 어떻게 흔드는지 짚는다. 열은 움직이는 살인자라는 책의 짧은 경고는 전국을 뒤덮은 경보 사이렌과 겹치며 재난을 과학 지식의 문제가 아닌 생존 문턱의 문제로 재구성한다.
기후정의, 에너지빈곤, 지역불평등이라는 세 갈래 쟁점은 이번 심각 단계 격상이 던지는 질문을 압축한다. 누가 더 뜨거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일해야 하는가, 냉방 전력은 누구에게 우선 공급되어야 하는가, 지방과 도시 사이 폭염 취약성 격차를 줄일 재정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우리 사회의 긴급 의제로 떠올랐다.
올여름 전국에 깔린 열기는 그저 뜨거운 하루가 아니다. 아지랑이로 흔들리던 여의대로의 허공은 앞으로도 반복될 재난의 바닥선을 그려 보이며 묻는다. 더워지는 땅 위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뜨거운 시대, 생존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