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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째 주, 역사로 보는 세상] 보이지 않는 공포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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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 민간 항공기 네 대가 납치되어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미 국방부 청사를 타격했고, 나머지 한 대는 펜실베이니아 들판에 추락했다. 이 사건으로 2,977명이 희생되고 수천 명이 부상을 입었다. 테러의 이미지는 전 세계로 동시에 송출되었고, 잔해 수습이 끝난 뒤에도 ‘전쟁’은 다른 방식으로 계속되었다. 9월 둘째 주는 그렇게 세계 질서가 재편된 분기점을 상기시킨다. 이 사건은 민주주의가 공포 앞에서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켰는가라는 질문을 우리 사회에 깊이 새겨 놓았다.

테러는 영토보다 감정과 제도를 점령한다. 미국은 9월 18일,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무력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AUMF)을 통과시켜 ‘테러와의 전쟁’을 법적으로 뒷받침했다. 이어 10월 26일에는 ‘애국법(USA PATRIOT Act)’을 제정하여 금융, 통신, 수사 영역에서 국가의 감시 권한을 크게 확대했다. 2003년에는 22개 기관을 통합한 국토안보부(DHS)를 출범시키며 안보 관료제를 상설화했다. 이처럼 공포의 위험을 ‘관리’하는 장치는 예외적인 조치들을 일상으로 만들었고, 안전의 확장과 자유의 축소 사이에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요구했다. 권한 행사의 비례성, 한시성, 그리고 책임의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윤리적 과제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되었다.

이 시기를 조명하기 위해, 사건을 직접 다루기보다 그 감정적, 제도적 흔적을 은유하는 영화 두 편을 고른다. 첫 번째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2008)이고, 두 번째는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히든〉(Caché, 2005)이다. 〈다크 나이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커’의 무차별적인 폭력과 이를 막으려는 영웅의 도덕적 딜레마를 그린다. 〈히든〉은 파리의 한 중산층 가족에게 배달되는 익명의 비디오테이프가 어떻게 불안을 증폭시키고, 보이지 않는 시선과 잊힌 과거가 한 가정을 무너뜨리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두 영화의 교차 지점은 상징 속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다크 나이트〉에서 도시 전체를 감시하는 ‘소나’ 시스템은 예외 상태에서 정당화되는 전방위적 감시의 유혹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국적도 목적도 없는 조커의 폭력은 기존의 전쟁 규범을 벗어난 비대칭적 위협을 상징하며, 배트맨의 선택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되돌려준다. 이 작품이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비판적 우화로 해석되는 이유다. 반면 〈히든〉은 화면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고정된 롱테이크 기법을 통해, ‘누가 지켜보는가’보다 ‘지켜본다는 사실’ 자체가 만들어내는 죄책감과 망각의 정치학을 드러낸다. 익명의 테이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을 흐리며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책임 사이의 경계를 흔든다.

오늘날 이 사건이 갖는 의미는 구체적인 수치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테러 방지를 넘어 사이버 안보와 온라인 극단주의 대응으로 임무를 확장했고, ‘안보’라는 명분 아래 일상적인 데이터 수집과 자동화된 위험 분류는 가속화되었다. 한편, 9·11 이후 시작된 전쟁에는 2021년까지 8조 달러 이상이 투입되었고, 전쟁으로 인한 직접 사망자는 90만 명 이상, 간접 사망자를 포함하면 최소 450만 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이 수치는 감춰진 비용과 목소리를 드러내는 일, 즉 누가, 무엇을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내할 것인지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안전장치임을 말해준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다시 질문으로 돌아온다. 공포가 장기적인 정치가 되지 않게 하려면, 위협의 실재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권한의 비례성, 한시성, 책무성을 제도 안에 새겨 넣어야 한다. 우리가 속한 도시, 학교, 직장, 그리고 매일 접속하는 플랫폼은 어느새 어떤 ‘예외’를 일상으로 받아들였는가. 추모는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의식을 넘어, 그 기억이 현재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되묻는 시민적 기술이어야 한다. 9월 둘째 주는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감시하며,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가.

전 세계 테러 발생 건수 추이
출처: 국가정보원/글로벌테러리즘데이터베스(G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