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예산의 숨겨진 진실: 선반영된 잉여금과 과다 편성된 복지비
최근 공개된 2024년 회계연도 서울시 감사위원회 감사보고서에서 충격적인 예산 편성 실태가 드러났다. 서울시가 특별회계 예산 편성 시 다음 연도 결산에서 발생할 것으로 짐작되는 순세계잉여금을 미리 세입으로 잡아 편성한 것이다. 쉽게 말해 결산도 끝나지 않은 돈을 당겨서 쓴 것인데, 이는 마치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내년도 월급 인상분을 기대하며 저축부터 해버린 격이다. 이러한 행태는 현행 법규 취지에 어긋나는 편법으로, 전문가들은 예산 투명성과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서울시처럼 대규모 지자체가 이런 선례를 남김으로써 다른 지자체들에도 유사한 편법이 확산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방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순세계잉여금을 본예산에 원래 태우지 않는 것이 원칙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어 왔다.
순세계잉여금이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순세계잉여금은 한 회계연도의 세입에서 세출 및 이월액 등을 차감하고 남은 돈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잉여금을 다음 회계연도의 수입으로 편성해야 하며, 통상 결산이 완료된 후 추경을 통해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예산 집행의 단년도 원칙을 보완하면서도, 남은 재원을 투명하게 다음 해에 활용하도록 한 취지다. 실제로 서울시도 예년에는 당초예산 편성 단계에서 잉여금을 과다하게 예상에 반영하기보다는 결산 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활용해 왔다. 한 재정분석에 따르면, 서울시는 매년 당초예산의 약 10% 규모의 예산을 남겨 두었다가 추경으로 편성하는 습관을 보여왔다. 이런 방식은 예산집행의 비효율을 보여주는 지표이지만, 최소한 결산 확정 후에 남은 돈을 쓰는 절차는 지켰던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 드러난 문제의 핵심은 결산 이전에 잉여금을 당겨 쓴 최초 사례라는 점이다. 지방재정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산 전 세입 이입”이 지방의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한다. 결산이 확정되기 전에 임의로 세입을 늘려버리면, 의회는 실체 없는 재원을 포함한 예산안을 심의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방회계법도 순세계잉여금은 결산 후 다음 연도에 편입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이입 시점에 대한 명확한 제한이 없던 틈을 이용한 편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선반영 오류가 문제되어 282억 원 규모의 잉여금이 본예산에 잘못 반영된 사례도 있었다. 서울시 사례를 계기로, 다른 지자체들의 특별회계 예산에서도 유사한 순세계잉여금 선반영 여부를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산에 반영한 예상 잉여금이 실제 결산 결과보다 많았다면 그 차이는 어떻게 될까? 답은 우습게도 추경으로 메운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당초 예상한 잉여금보다 실제 결산 잉여금이 부족하면, 그 부족분을 근거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땜질식으로 재원을 조정한다. 예컨대, 서울시의 한 2024년도 제1회 추경안 검토보고서에는 “2024년도 순세계잉여금 예산의 추정치 대비 과소 발생에 따른 차액(약 20억 원)을 반영”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는 당초예산에서 결산 전에 예상했던 잉여금이 실제보다 약 20억 원 적게 나오자, 추경으로 뒤늦게 재정 균형을 맞춘 것이다. 결국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돈을 예산에 넣었다가, 나중에 실제로 돈이 안 들어오자 다른 돈을 끌어와 채우는 꼴이 되고 만다. 이러한 땜질식 운용은 예산 신뢰성을 저해하고, 예산 편성 단계부터 무리한 예상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만약 예상보다 잉여금이 많이 발생했을 경우다. 이때는 오히려 예산에 잡히지 않은 잉여금이 추가로 남게 되어, 이것 또한 추경 편성이나 지방채 상환 등 별도 조치가 필요해진다. 애당초 보수적으로 예산을 짜서 잉여금이 생기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과하게 예산을 부풀리거나 임의로 세입을 조정하는 관행은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떨어뜨린다. 재정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방식은 집행부가 의회의 견제 없이 재량껏 예산을 주무르는 결과를 낳는다.
서울시는 해마다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증액하며 “역대 최대 복지비 편성”이라고 홍보하곤 한다. 그러나 겉포장과 달리 실상은 복지 예산의 대규모 불용(不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애초에 남을 것을 알면서도 과다 편성하여 보여주기식으로 숫자를 키운 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제일 많이 못 쓴 예산이 복지 분야인 일이 반복돼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예산 포장지” 기법이라고 꼬집는다. 실제로 서울시 예산 중 가장 먼저 비판받는 부분이 복지 분야 지출 구조라는 분석도 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저소득층 임대주택 정책에 수백억~수천억 원을 편성해 놓고도 연간 절반 정도를 불용액으로 남긴다”면서, 각종 ‘서울형’ 복지사업들에 이런 불용 예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서울시 예산 편법과 비효율 문제가 드러났지만, 정작 이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견제할 장치가 부족한 현실도 우려를 낳는다. 과거보다 예산안과 결산에 대한 공론장의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처럼, 서울에서 예산·결산 문제가 시민사회나 언론에서 활발히 다루어지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그러나 재정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시민과 의회의 감시가 필수적이다. 현행 법령상 지방의회는 감사결과보고서(결산검사의견서)를 반드시 공개하게 되어 있다. 실제로 「지방회계법 시행령」 제10조 등에 따라 전국 모든 지방의회는 매년 결산검사의견서와 결산서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시·공고해야 한다. 따라서 관심 있는 시민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곳의 지방의회 홈페이지 공고란을 확인함으로써 이러한 예산 감사보고서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 서울시의 이번 감사보고서 역시 시의회 게시판에 공개되어 있었고, 꼼꼼히 들여다본 덕에 순세계잉여금 선반영이라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 관행에 대해 시민감시와 언론의 탐사보도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예산의 투명성과 적법성을 확보하려면, 결산 이전에 예상 잉여금을 당겨쓰는 편법이나 보여주기식 과다 편성을 근절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의회의 견제 강화와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예산 편성과 집행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소통함으로써 재정 운영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서울시 사례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예산운용이 더는 통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남는 돈은 남는 대로, 부족한 돈은 부족한 대로 솔직하게 공개하고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산 민주주의와 책임 행정의 첫 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