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달성 이후 사그라든 불씨? 촛불행동 미래는
촛불행동(정식 명칭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지난 2022년 4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출범해 주말마다 서울 도심 촛불집회를 이끌어 온 시민단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몰아낸 2016년 촛불항쟁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로 결성돼, 윤석열 정부 2년 반 동안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을 외치며 광장을 지켜왔다. 그 사이 촛불집회 횟수는 150회를 훌쩍 넘겼고, 누적 참여 인원도 수만에 이른다. 다만 초기엔 수천 명 규모로 이어지던 집회가 윤석열 정부 말기에는 거대 야당과 민주노총까지 가세하며 연인원 10만~2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집회로 번지기도 했다.
이제 임무를 완수한 촛불행동의 앞날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최대 공동 목표를 달성한 만큼 조직 동력이 급속히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촛불집회가 빠르게 잦아들었듯이, 윤석열 퇴진이 현실화된 마당에 더 이상 매주 광장에 모일 명분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촛불행동 내부에서도 “이제 승리의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선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윤석열 정권 잔재 청산과 사회 대개혁 과제가 남았다”라며 투쟁 기조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투쟁 방향: 국민의힘 해체부터 반미 강화까지
‘윤석열 퇴진’ 구호가 현실이 된 지금, 촛불행동은 새로운 투쟁 의제들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우선 첫 번째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기반 세력을 역사의 무대로부터 완전히 퇴장시키는 일이다. 촛불행동은 윤 전 대통령을 “내란의 수괴”로 규정하고, 공범 세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인의 각종 비리에 대한 특검 요구는 그대로 “김건희 구속” 구호로 이어졌고,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내란 공범 정당”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해체 요구까지 꺼내 들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사법 체제 개혁이다. 윤 전 대통령의 집권을 가능케 한 사회 구조로서 검찰과 법원을 지목하며, 촛불행동은 “검찰독재 타도”, “검찰청을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꾸준히 외쳐왔다. 특히 윤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촛불행동은 사법부 내 적폐 청산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가운데 흰 머리)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을 향한 강경한 규탄 표현이 눈길을 끈다.
세 번째로 대외 노선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과정에서 촛불행동은 윤 전 대통령의 친미·친일 외교를 “굴욕외교”로 비판해왔다. 이제 윤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에도 미국에 대한 강경한 태세는 오히려 강화되는 분위기다. 촛불행동 지도부는 노골적으로 “한미동맹은 우리의 목에 건 족쇄”, “미국은 양키 제국주의의 끝판”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반미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촛불행동 내부 일부 인사들은 “주한미군 방빼라!”(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급진 구호도 제기하고 있어, 촛불시민운동이 반미·자주 노선으로까지 확장될지 주목된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는 이를 두고 “종북 좌파의 본색”이라며 색깔론 공세를 펴는 상황이다.
대중성 시험대: 촛불은 계속 타오를까
시민혁명에 준하는 성과를 이뤘지만, 촛불행동 앞에는 대중성 확보라는 숙제가 놓여 있다. 무엇보다 “윤석열 퇴진”이라는 명제는 보수·진보 진영에 따라 상반된 지지를 받았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직전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의견은 51.8%, 반대는 46.0%로 팽팽히 갈렸고, 그의 구속 이후에도 여론은 극명하게 갈라졌다. 이는 2016년 박근혜 퇴진을 둘러싼 전국민적 공감대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이렇듯 의견이 갈린 상태에서 촛불행동이 노선 강화를 선언하자, 중도 성향 국민 상당수가 이탈하거나 거리를 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촛불행동이 너무 이념 편향적으로 흐를 경우 광장의 외연이 급격히 좁아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윤석열 퇴진이 가시화된 2025년 들어 촛불집회 참가자 수는 다소 감소 추세다. 9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158차 촛불대행진에는 약 4,500여 명(주최 측 집계)이 참여했는데, 이는 탄핵 직전 주말 집회에 동원된 인파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숫자다.
정치권과 촛불행동: 협력과 부담 사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퇴진을 이끌어낸 촛불행동은 결과적으로 현 이재명 정부 출범의 디딤돌이 됐다. 탄핵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촛불집회에 상당 부분 편승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이처럼 탄핵 이전까지 촛불행동은 야권에 사실상 우군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 촛불행동과 정치권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현 집권세력에게 촛불행동은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개혁 드라이브의 동력이 되지만, 촛불행동이 선을 넘을 경우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촛불행동 지도부의 강경 반미 노선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전직 신학대 교수로 이재명 대통령의 친형이기도 하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미동맹은 우리 목에 건 족쇄”라는 글을 올리자,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김민석 총리와 김민웅 대표는 대표적인 ‘반미 브라더스’”라며 정부를 공격했다.
엇갈리는 언론과 여론의 시선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이후 촛불행동에 대한 언론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진보 성향 언론들은 촛불행동을 “시민이 이룬 민주주의 승리의 견인차”로 조명한다. 반면 보수 언론들은 촛불행동을 색안경에 끼고 바라보고 있다. <주간조선> 등은 촛불행동의 조직 구성에 주목해, 과거 주사파로 불리던 NL계 인사들이 대거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이렇듯 언론의 시선은 촛불행동을 영웅시하거나 반대로 불온시하는 양극단으로 갈리고 있다.
촛불행동 내부에서도 성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센 탄핵 드라이브를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조직 운영과 리더십의 그늘도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성폭력 2차 가해 논란이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문제는 판결 이후 촛불행동 측 대응이었다. 김민웅 대표는 별다른 사과나 반성 없이 계속 집회 전면에 섰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촛불행동 안팎에서 “과연 대표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정 문제도 투명성 강화를 요구받고 있다. 촛불행동은 수만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으로 운영돼 왔다. 그런데 작년 말 경찰이 촛불행동 후원금 모금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촛불행동은 향후 수입·지출 내역을 월별 공시하고, 외부 회계감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대한민국 현대사에 두 번째로 벌어진 대통령 축출이다. 두 번 모두 광장의 촛불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촛불은 이전과 결이 사뭇 다르다. 과연 촛불행동은 촛불혁명의 완수를 위해 계속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역사적 소임을 다하고 그 역할을 줄여갈 것인가?
전망은 엇갈린다. 촛불행동 스스로는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며 향후에도 거침없는 개혁 드라이브의 시민 선봉장을 자처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실의 벽을 지적한다. 정권 퇴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끝난 뒤 시민들의 일상으로의 회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이다.
촛불행동이 어떤 형태로 존속하든, 이들이 제기한 적폐청산·민주개혁 아젠다가 제도권에 받아들여지고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한 사회학자는 “촛불행동의 미래는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와 함께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직은 사라져도 촛불 시민의 정신은 계속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단체가 영속하는지가 아니라, 시민들이 권력을 감시하고 변화시키는 데 익숙해졌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이후, 대한민국 촛불운동은 새로운 길목에 섰다. 그 불빛이 앞으로도 한국 사회를 밝히는 희망으로 남을지, 차갑게 식어가는 잿불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