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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끊긴 진관차고지, 270대 버스 멈춰…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의 맹점 드러나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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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은평구 진관공영차고지 내 CNG(압축천연가스) 충전소에서 지난 9월 15일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오후 2시를 기해 연료 충전이 멈추면서, 이 차고지를 거점으로 운행하던 버스 약 270여 대가 한때 충전을 못 해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진관차고지를 기종점으로 하는 노선들 중에는 은평뉴타운과 광화문·강남 도심을 오가는 출퇴근 핵심 노선도 다수 포함돼 있어 시민 불편이 불가피했다. 실제로 인근의 다른 충전소로 버스들이 빈 차로 이동해 연료를 채우느라 운행 여건이 악화됐고, 한 운수사 노조 관계자는 “평소보다 약 30%가량 운행 횟수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의 직접 원인은 충전소 운영사였던 제일여객자동차㈜의 부실 경영이다. 제일여객이 연료 공급업체인 서울도시가스에 약 40억 원에 달하는 가스 대금을 장기 체납하여, 결국 도시가스 측이 가스 밸브를 잠근 것이다. 제일여객은 이미 올해 7월에도 같은 이유로 공급 중단 위기를 맞은 바 있어, 연료 대금 체납 문제가 수개월째 누적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미납금을 해소하지 못했고, 사태 직전에는 대표이사가 자취를 감추는 등 사실상 운영 포기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여객과 신성교통, 복잡한 구조와 책임 공방

제일여객의 경영 부실 이면에는 서울 시내버스 업계의 복잡한 기업 구조와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제일여객은 한때 경기 파주 지역 기반의 버스회사 신성교통 계열사로 운영되었으나, 2024년 7월 1일부로 신성교통이 제일여객을 서울 한남여객운수 측에 매각한 바 있다. 이는 모기업인 신성교통이 재정난을 겪으며 서울 사업부를 정리한 조치였는데, 이 과정에서 진관차고지 충전소 운영권은 계속 제일여객 명의로 남아 있었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한남버스, 신수교통, 한국BRT 등 3개 업체는 모두 진관차고지를 거점으로 삼아 왔고, 연료 공급을 사실상 제일여객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충전소 운영사였던 제일여객이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지면서 정상적인 연료 공급이 불가능해졌고, 그 직격탄이 동료 운수회사들과 시민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사태를 둘러싸고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우선 직접적으로는 연료대금을 내지 못한 제일여객 경영진의 잘못이 가장 크다. 특히 제일여객과 과거 한솥밥이었던 신성교통 측의 방만 경영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민단체들은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준공영제를 악용해 사모펀드나 사업주들이 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다”면서, 제일여객 사태 또한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고 비판한다.

한편, 서울시의 관리 책임도 도마에 올랐다. 시는 이번 사태 이전에 이미 제일여객의 체납 및 운영난 조짐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사전 조치가 미흡해 결국 실제 공급 중단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의 감독 소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서울시의 부실한 관리·감독 책임이 크며, 이번 사태에 있어 서울시는 사실상 공동정범에 가깝다”고까지 강하게 성토했다.

준공영제의 구조적 허점과 연료비 정산 문제

이번 사건은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의 구조적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준공영제 아래서 서울시는 버스 업체들의 적자를 보전해주되, 서비스 운영에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지난 20년간 시내버스를 운영해왔다. 수익금 공동관리와 표준운송원가 정산을 통해 버스 공공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으나, 현실에서는 민간업체의 도덕적 해이와 세금 누수가 반복돼왔다. 특히 연료비 정산과 관련해, 그동안은 각 운수사가 연료비를 선지출하면 이후 실제 소요분을 시가 실비 정산해주는 구조였다. 이 과정에서 연료비가 지원금으로 충당되다 보니, 일부 업체는 지원금을 받고도 정작 공급업체 대금은 밀리는 전형적인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올해 버스준공영제 혁신 방안의 하나로 보조금 정산 방식을 손질하고 있다. 인건비나 연료비 등을 사후 실비 정산해주는 기존 방식 대신, 표준단가 기준의 정산제로 전환하여 지원 금액의 상한선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이 현실에 안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이번 제일여객 사태에서 보듯이 현장의 허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전문가는 “준공영제 하에서 공익 서비스에 투입된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끝까지 추적·관리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특히 연료비와 같은 필수 비용은 업체를 거치지 않고 공공이 직접 정산하거나 지급보증을 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 270대
운행 차질 버스
진관공영차고지
약 40억 원
가스 대금 체납액
서울도시가스
약 30%
운행 횟수 감소율
운수사 노조 관계자

행정의 빈틈과 공영차고지 운영 문제점

행정적 허점도 이번 사태를 키운 한 요소였다. 진관공영차고지의 CNG 충전소는 명목상 공공시설이지만, 실제 운영은 민간 버스회사에 위탁된 형태였다. 제일여객은 경영권이 다른 회사로 넘어가고 연료 충전 사업 지속이 불투명해지는 동안에도 서울시에 제대로 된 현황 보고나 승계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운영 공백 위험이 있었지만 행정적으로 포착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서울시설공단의 공영차고지 관리 역할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시설공단은 시내 11개 공영버스차고지를 소유·관리하면서, 차고지 내 입주 회사들과 시설을 총괄하는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연료 충전소와 같이 버스 운행에 필수적인 설비 운영이 민간업체에 과도하게 의존되고 있었고, 공단은 해당 업체의 재무 건전성이나 운영 능력을 별도로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공시설에서 민간 한 곳의 부실로 전체 시스템이 마비된 이번 사례는, 향후 공영차고지 운영 방식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과 향후 과제

사태가 발생하자 서울시는 뒤늦게나마 수습과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우선 문제가 된 제일여객에 대해서는 진관공영차고지 내 CNG 충전소 사용허가를 공식 취소하고, 새로운 운영 사업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다만 행정절차상 완전 정상화까지는 10월 중순쯤 되어야 할 전망이다.

시민사회 및 전문기관들은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공공교통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민간 업체의 영리 추구에 대중교동이 휘둘리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버스 운송부문 공영화나 거버넌스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서울시 버스 업체 중 약 13%가 사모펀드 자본에 넘어가 있고, 준공영제 하에서 막대한 배당을 챙기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업체의 부실을 땜질하는 식 대처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회 역시 준공영제 개선과 공영차고지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혈세로 버스를 지원했는데 정작 시민은 불편을 겪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면서 서울시 집행부에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한 교통위원은 “준공영제 예산이 업체 주머니로 새는 구조는 더 두고볼 수 없다. 서울시가 운송원가 정산 체계를 손보고, 업계의 방만 경영을 견제할 감독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일여객자동차㈜ (충전소 운영사)서울시 (준공영제 관리·감독)한남버스·신수교통·한국BRT (피해 운수사)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
민간업체의 부실 경영이 공공 교통 서비스를 마비시키는 동안 서울시는 왜 사전에 막지 못했는가?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버스 준공영제가 일부 민간업체의 도덕적 해이와 경영 부실을 방치하는 구조적 허점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