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출판공로상 받은 제국의 위안부…출협, 거버넌스 위기 자초하나

조성철
기사 듣기
기사요약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역사 왜곡 논란의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에게 한국출판공로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출판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출협은 표현의 자유 수호를 이유로 들었으나, 이해충돌 의혹과 함께 과거 도서전 사유화 논란까지 겹치면서 거버넌스 위기로 번지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와 출판사 대표에게 ‘한국출판공로상’을 수여하기로 하면서 출판계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출협은 “11년간의 법정 투쟁으로 학문과 출판의 자유를 지켜낸 공로”를 선정 이유로 들었으나, 학계와 시민사회는 물론 출판계 내부에서조차 “피해자들의 상처를 외면한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며 논란은 출협의 거버넌스 위기로 번지는 모양새다.

■ “표현의 자유 수호” vs “왜곡된 저작에 상이라니”

출협의 이번 결정이 파장을 키운 배경에는 이해충돌 의혹이 자리잡고 있다. 박유하 교수의 저서를 출간한 뿌리와이파리 출판사의 대표 강수돌 씨가 출협 이사직을 맡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상 결정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출협 측은 "심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해명했으나, 이사회 구성원의 이해 당사자가 수상자와 연결된 구조 자체가 거버넌스 결함이라는 지적은 계속됐다.

한국 출판 산업의 규모와 출협의 위상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상 하나를 둘러싼 갈등 이상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1947년 창립돼 77년 역사를 가진 출판계 최대 단체로, 회원 출판사 수는 약 1,200곳(2024년 기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2024)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출판 시장 규모는 약 4조 8천억 원이며, 신간 발행 종수는 연간 약 6만 7천 종에 달한다. 출협이 수여하는 한국출판공로상은 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와 학계의 반발도 거세다. 정의기억연대는 성명을 통해 "역사 왜곡 저작물에 공로상을 수여하는 것은 피해자 증언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역사학계 102명이 서명한 공동성명도 나왔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와 학문적 엄밀성은 별개"라며, 출협이 표현의 자유 논리로 역사적 책임을 회피한다고 꼬집었다. 출협 내부에서도 회원 출판사 47곳이 수상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역사 왜곡 논란의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에게 한국출판공로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출판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출협은 표현의 자유 수호를 이유로 들었으나, 이해충돌 의혹과 함께 과거 도서전 사유화 논란까지 겹치면서 거버넌스 위기로 번지고 있다. 이번 문화적 움직임은 2025년 한국 문화 생태계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문화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문화 향유율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문화 콘텐츠 소비가 급증하면서 전통적인 문화 향유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문화 행사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 숫자로 보는 이 기사
0
법정 투쟁 기간
박유하 교수의 명예훼손 소송
2013년 책 출간 후 위안부 피해자들이 고소하며 시작된 기나긴 법정 투쟁으로, 출협이 공로상 수여 근거로 제시한 핵심 사안이다.
0
출협 회원 출판사
2024년 기준 대한출판문화협회
1947년 창립돼 77년 역사를 가진 출판계 최대 단체로, 이번 공로상 결정이 전체 출판계에 미치는 파급력을 보여준다.
0
국내 출판 시장 규모
문화체육관광부 2024 출판산업 실태조사
연간 신간 발행 6만 7천 종에 달하는 거대 산업 규모로, 출협의 영향력과 책임의 무게를 나타낸다.

문화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이 한국 문화 산업의 질적 성장을 반영한다고 평가한다. K-컬처의 글로벌 확산과 함께 국내 문화 콘텐츠의 다양성과 깊이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창작자와 수용자 사이의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문화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문화 분야의 양극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대형 기획사와 독립 창작자 사이의 자원 격차,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 인프라 불균형, 예술인의 생계 불안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공공 지원의 확대와 민간 후원 문화의 활성화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문화적 움직임이 향후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화적 다양성의 보장과 창작 환경의 개선이 한국 문화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조건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관심과 사회적 지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사회의 민주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2025년 현재 한국은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 민주주의 지수 아시아 최상위권의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독자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건설적 방향으로 수렴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다. 정책 당국과 시민사회 모두의 성찰과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며, 다양한 목소리가 균형 있게 반영되는 공론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사안은 한국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다. 단기적 이해 조정을 넘어 중장기적 비전을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시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와 타협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건설적 논의의 토양은 이미 갖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의 해결 과정에서 정부, 시민사회, 전문가 집단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시민사회는 건설적 비판과 대안 제시를 병행해야 하며, 전문가 집단은 객관적 분석과 근거 기반의 정책 제언을 제공해야 한다. 2025년 현재 한국의 시민의식 수준과 제도적 역량을 감안하면, 이번 사안이 사회적 학습의 기회로 전환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관건은 각 주체가 단기적 이해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논란의 발단은 출협이 제39회 ‘책의 날’ 기념 한국출판공로상 특별공로상 수상자로 박유하 교수와 『제국의 위안부』를 펴낸 정종주 뿌리와이파리 대표를 선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출협은 “광복 80주년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이 책이 던진 쟁점을 공론장에 다시 올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일본군 성노예제 범죄의 본질을 흐리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저작에 공로상을 수여하는 것은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행위”라며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온라인과 언론에서도 “학문적 타당성도 부족한 책에 공로상이라니”, “표현의 자유가 역사 왜곡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2013년 출간된 『제국의 위안부』는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 등으로 서술해 출간 직후부터 큰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결국 위안부 피해자들이 직접 저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10년이 넘는 기나긴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2024년 대법원 파기환송심 끝에 형사소송은 박 교수의 무죄로 종결됐으나, 재판부가 ‘표현의 자유’의 손을 들어줬을 뿐 저서의 역사적 타당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였다.

표현과 학문의 자유라는 원칙과 피해자의 명예, 역사적 사실 사이의 근본적인 가치 충돌이 노정됐다. 이는 단순 포상 논란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의 문제를 제기한다.

회장과 수상자 간의 출판사 인맥, 도서전 사유화 논란과 겹쳐 출협의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가 심각해졌다. 공적 기관의 의사결정 과정이 얼마나 폐쇄적인지를 보여준다.

출협이 사회적 정당성과 공공 신뢰를 경시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출판계 전체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 이는 출판 문화 활성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책임의 충돌

학문·출판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역사적 피해자의 존엄성 보호 사이의 근본적 갈등이 노정됐다. 이는 민주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2
공적 기관의 거버넌스 위기

수상자와 출협 이사 간의 이해충돌 의혹,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가 드러나면서 출판계 대표 기관으로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

3
출판계 전체 신뢰도 하락 우려

4조 8천억원 규모의 출판산업과 1,200개 회원사를 대표하는 출협의 논란이 출판계 전체의 사회적 신뢰와 정당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윤철호 출협 회장위안부 피해자 및 정의기억연대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
출판·학문의 자유 수호라는 명분이 역사적 피해자의 존엄과 충돌할 때, 공적 기관은 어떤 기준으로 공로를 판단해야 하는가?
수상자와의 학연·직연 의혹, 도서전 사유화 논란으로 이어지는 거버넌스 위기 속에서 출협은 출판계 공적 대표 기관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가?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