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2일 서울에서 대통령이 반중·반외국인 집회에 대한 강력 단속을 지시했다. 오늘 우리는 혐오와 안전, 표현과 환대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공공의 울타리인지 묻는다.
이번 지시는 같은 주에 시행된 중국인 대상 단기 비자프리 조치와 맞물렸다. 일부 단체가 도심에서 반중·반외국인 집회를 이어가자 정부는 외국인 안전과 국가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대응 수위를 높였다. 비자프리는 내년 6월까지 한시 운영된다.
현장의 논리는 분명했다. 방한 관광의 회복과 소비 진작, 한중 관계의 관리라는 경제·외교 목표가 첫째 줄에 적혔다. 유통·관광 업계는 손님 맞을 준비를 서둘렀고, 치안 당국은 혐오 선동과 외국인 위협에 해당하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제지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선의의 경계가 얼마나 선명하냐는 것이다.
결과는 즉각 정치적 논쟁이었다. 혐오를 제지하자는 다수의 상식과, 거칠고 불편한 표현까지도 공론장의 일부라고 보는 자유주의 원칙이 부딪쳤다. 정부는 질서 회복을 말하지만, 시민사회는 한시 조치가 영구 관행으로 굳는 순간을 경계한다.
같은 주 1일, 정부는 2026년도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8.2% 늘린 66.3조원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북측은 5일 해군 전력 과시와 강경 발언으로 맞받았고, 대북정책의 기조를 둘러싼 ‘두 국가’ 관점 논쟁도 가열됐다. 안보·외교 환경의 긴장이 경제·사회 의제의 배경음을 더 키운 한 주였다.
이 사건의 시대적 의미는 국가가 거리의 언어에 개입하는 방식의 전환에 있다. 혐오표현을 치안의 문제로 다루며 외국인 안전과 도시 브랜드를 정책 목표로 올려놓은 것이다. 그러나 단속의 칼날은 언제든 표현의 자유를 베일 수 있다. 다문화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금지선을 긋는 일과, 권력 편의의 질서 유지를 구분하는 투명한 절차와 사법적 통제가 뒤따라야 한다.
여기서 한 권의 책이 바늘구멍을 더 좁힌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2019). 이 책은 일상의 언어와 제도가 어떻게 ‘악의 없는’ 배제와 격차를 재생산하는지 추적한다. 비자프리와 단속의 교차점에서 첫째, 의도는 선하지만 결과가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 둘째, 집단의 낙인은 경제 논리로도 상쇄되지 않는다는 점, 셋째,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규제는 또 다른 불평등을 낳는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의도는 면죄부가 아니다. 이 짧은 문장은 ‘환대의 도시’를 말하는 입과 ‘통제의 도시’를 실행하는 손 사이에 필요한 자의식이다. 반외국인 정서를 제어하되, 임의적 검열로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감각 말이다.
오늘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세 가지 키워드로 수렴한다.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고, 공공안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다문화 공존은 어떤 제도 설계를 통해 현실이 되는가. 불법과 혐오 선동을 선명히 가르되, 불편한 언어를 전부 제거하는 유혹을 이길 수 있는가. 외국인의 안전을 보호하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시민의 권리도 동시에 지킬 규칙을 만들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구호를 지우고 어떤 얼굴을 지킬 것인가. 자유는 통제의 명분으로 줄어들고 환대는 비용의 언어로 소모되기 쉽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규범이 된다. 균형은 선언이 아니라 설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