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중고책 판매에도 작가·출판사 보상?

조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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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중고책 거래가 급증하면서, 중고 서적 시장에서 작가와 출판사에게도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제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출판협회(SNE)는 최근 중고책 판매 시 저자에게 일정 보상금을 지급하는 새로운 저작권료 시스템을 제안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중고책 거래로 인한 신간 판매 감소와 창작 생태계 위협을 막기 위한 조치로서, 프랑스를 필두로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문제 의식과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래에서는 프랑스 SNE의 보상 시스템 구상과 그 구조 및 목표, 창작자(저자·출판사)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 소비자 및 중고책 플랫폼의 반응과 우려, 그리고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비교 분석한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과 기술이 이러한 중고책 보상 제도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도 살펴본다.

프랑스 출판협회의 중고책 보상 제도 추진 배경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신간 도서정가제(일명 ‘랑 법’)를 통해 출판 생태계를 보호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고책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며 새로운 도전 과제가 부상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중고 서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구매량의 12.7%에서 2024년 20%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 이후 아마존, 라쿠텐, 이베이 등의 온라인 중고책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현재 추세라면 5년 내 중고책이 전체 도서 구매량의 40%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프랑스출판협회(SNE)는 이러한 변화가 신간 도서 시장을 잠식하고 창작자들의 수익 기반을 위협한다고 판단했다. 중고책이 신간과 동일한 온라인 장터에서 훨씬 저렴한 값에 거래됨으로써, 1981년 제정된 고정 도서정가제의 균형까지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프랑스 출판계는 2023년 이후 신간 판매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중고 거래 확대와의 연관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배경에서 프랑스출판협회(SNE)는 중고책 판매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저자와 출판사에게 돌려주는 보상 체계를 추진하고 나섰다. SNE는 프랑스 출판의 생명줄인 창작 과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그 책을 만들어낸 저자와 출판사가 중고 판매에서도 직간접적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작자들이 현행 중고 유통 체인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아무 보상도 못 받고 있는 현실은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SNE는 2023년 말 업계 내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법률 및 시장 조사를 거쳐 구체적인 보상 방안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2025년 초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인 국무회의(Conseil d’État)도 이러한 중고책 보상금 제도가 헌법이나 EU 지침에 반하지 않는다는 자문 의견을 내놓으면서, 제도 도입 논의에 힘이 실렸다. SNE와 프랑스 작가협의회(상설작가위원회)는 이 의견을 환영하며 정부와 의회에 적극적인 입법 조치를 촉구했다.

SNE가 제안한 보상 시스템의 구조와 목표

프랑스출판협회가 구상한 중고책 보상 시스템의 골자는, 중고 도서 판매 시 발생하는 일정 금액의 저작권료(copyright fee)를 징수하여 저자와 출판사에게 분배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법정 허용된 징수기구를 통한 집단관리 방식을 채택할 계획이다. 프랑스에는 이미 SOFIA와 같은 저작권 집단관리기구가 있어 도서 복사(복제권) 보상금, 도서관 대출권 보상금, 디지털 사적복제 보상금 등을 징수·분배해왔다. SNE는 이와 유사하게 중고책 판매에 대해서도 소액의 저작권 보상금을 부과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중고책 거래 가격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 징수하여, 이를 기존 체계에 편입해 저자·출판사에게 돌려주는 식이다. 이때 징수 및 배분은 기존의 SOFIA 같은 기관이 담당하게 되므로, 새로운 조직을 만들 필요 없이 현행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고 SNE는 설명했다. 실제 SOFIA의 사례를 보면, 2023년에만 약 1,260만 유로의 저작권 보상금을 징수하여 6만6천여 명의 작가와 2,600여 곳의 출판사에 분배한 바 있다. 중고책 보상금도 이러한 기존 제도에 편입시켜 운용하면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NE의 궁극적 목표는 창작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중고 거래 활성화로 신간 판매 수익이 줄어들 경우 신인 작가 발굴이나 다양성 있는 출판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중고책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의 일부를 창작자에게 환원함으로써, 신간 출판과 창작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려는 것이다. 이는 출판산업 전체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려는 취지이며, 독자들도 장기적으로 더 풍부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노린다. 프랑스출판협회 측은 1981년 도서정가제 도입 당시 프랑스가 선구적인 역할을 했듯이, 이번에도 프랑스가 모범 사례를 만들어 국제적으로 확산시키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2024년 파리 도서전에서 중고책 판매 시 출판사·저자·번역가에게도 수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법적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고 발표하며, 프랑스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중앙홀에 마련된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전'을 찾은 시민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특별전은 이날부터 약 2개월간 열린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중앙홀에 마련된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전'을 찾은 시민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특별전은 이날부터 약 2개월간 열린다.

 

저자·출판사의 요구와 기대 효과

저자와 출판사 측에서는 중고책 보상 제도 도입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신간이 한 번 판매되고 나면 수차례 중고 거래로 이어지더라도 창작자에게는 추가 수입이 전혀 없다는 점에 대한 불만이 쌓여왔기 때문이다. 프랑스 출판계는 중고 시장 확대를 창작에 대한 공정한 대가 지급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신간 판매 감소로 인한 수익 저하는 새로운 작품 기획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출판 산업의 혁신과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고책에서라도 약간의 보전 수입이 생긴다면, 작가들의 창작 의욕 고취와 출판사의 재투자 여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프랑스출판협회 르노 르페브르(SNE 상임이사)는 창작자들이 가치 사슬에서 완전히 배제된 현상은 지속될 수 없다며, 중고책 보상은 출판의 창조적 밑거름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프랑스 작가단체들은 앞서 도입된 복사권 보상(복사기에 의한 출판물 복제 보상)이나 공공도서관 대출 보상 제도가 출판 문화의 기반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왔듯이, 중고책 보상 제도도 유사한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대 효과로는 먼저 저자들의 경제적 안정이 꼽힌다. 인기 작가가 아니더라도, 다수의 중고 거래를 통해 미미하지만 누적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면 창작 지속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출판사들 역시 일부 비용 회수를 통해 신인 발굴이나 모험적 출판 시도에 투자할 여력을 늘릴 수 있다. 더 나아가 중고 시장과 신간 시장의 공존을 도모함으로써, 독자들은 신간과 중고를 자유롭게 선택하면서도 창작자에 대한 미안함이나 윤리적 고민을 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프랑스 출판계는 이러한 윈윈(win-win) 생태계를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독자는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사고, 작가·출판사는 정당한 몫을 돌려받으며, 전체적으로 문화 생산이 지속되는 구조가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소비자와 중고책 플랫폼의 반응과 우려

한편 소비자와 중고 거래 플랫폼 측면에서 중고책 보상 제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릴 수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중고책의 매력인 저렴한 가격이 훼손될지 우려가 있다. 경제적으로 책값 부담을 줄이려고 중고를 찾는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이 전가되면 구매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개인 간 거래나 소규모 헌책방까지 규제가 확대될 경우 중고책 입수의 자유로움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고책 플랫폼 기업들 역시 추가적인 관리 비용과 수수료 부담을 우려할 수 있다. 특히 거래마다 저작권료를 정산·납부해야 한다면 플랫폼 운영에 복잡성이 증가하고, 마진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프랑스 정부와 SNE는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설명한다. 뱅상 몽타뉴 SNE 회장은 중고책에 부과될 보상금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며 독자 가격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보상금은 아마존, 라쿠텐, 이베이 등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거래에만 적용하고, 동네 헌책방이나 파리 센강 변의 부키니스트(bouquinistes), 자선단체 등의 영세 중고 판매자들은 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일반 개인이나 소규모 업체의 중고 거래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대형 플랫폼을 통한 대규모 상업적 중고 거래만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화로 전통 헌책 문화와 자선 목적 중고 거래는 보호하면서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거대 리셀러들로부터 창작자의 몫을 환수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프랑스의 자선단체 에마우스(Emmaüs)는 온라인 중고 시장 성장으로 자신들의 책 판매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우려해왔다. 에마우스는 아마존 등 플랫폼이 지속가능한 소비 모델을 위협한다며, 대형 플랫폼의 지나친 할인·무료배송 전략에 제동을 걸어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2023년부터 신간 도서 주문에 대한 무료배송 금지(35유로 미만 주문 시) 조치를 도입하는 등, 온라인 독과점 견제와 출판 생태계 보호에 의지를 보여왔다. 중고책 보상 제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대형 플랫폼과 소비자 사이의 책임 균형을 도모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최종 법제화 과정에서 소비자 단체나 유통업계의 반발이 변수로 남아 있으며, 어느 정도의 요율과 범위로 시행될지가 실효성을 가르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해외의 유사 사례 및 제도 비교

20%
중고책 시장 비중
프랑스출판협회(SNE)
40%
5년 내 중고책 전망
프랑스출판협회(SNE)
1,260만 유로
SOFIA 징수액
SOFIA(저작권 집단관리기구)

프랑스의 움직임에 비춰 다른 나라들은 어떠한 대응이나 유사 사례가 있을까? 주요 출판 강국들을 중심으로 중고책 거래와 저작권 보상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본: 일본에서는 2000년대 대형 중고서점 체인 북오프(BookOff)의 성공으로 중고책 시장이 크게 확대되자, 작가들과 출판사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북오프는 신간과 거의 다름없는 책을 낮은 가격에 팔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작가들은 인세 수입을 잃게 된다고 비판받았다. 이에 2008년 북오프는 일본문예가협회 등 저작권자 단체에 1억 엔(약 10억 원)을 자발적으로 지급 제안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놓았다. 중고서점이 저작물 사용료에 준하는 금액을 저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힌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로,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다만 법적으로는 도서의 양도권(배포권)이 최초 판매 시 소멸되므로, 중고 거래에는 저작권료 청구 근거가 없다는 원칙이 있었다. 이 때문에 저작권자 단체들은 해당 금액을 어떤 명목으로 수용할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북오프의 제안은 도의적 차원의 일회성 지원으로 해석되었고, 일본 내 공식 제도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사례는 중고책 거래로 인한 작가 피해 인식을 사회에 환기시켰고, 이후 작가와 출판계에서 중고 거래의 영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독일: 독일 역시 최근 들어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등을 통한 온라인 중고책 판매 증가로 출판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독일의 리셀러인 모목스(Momox)는 중고 도서와 미디어 판매로 매년 수천만 유로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이 수익은 온전히 모목스와 플랫폼에 돌아갈 뿐 작가나 출판사는 일절 받지 못한다. 독일 출판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음원 산업에서 스트리밍이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문제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독일의 저작권료 징수단체 VG 워트(VG Wort)는 저작권자의 권리가 다른 방식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이용에 대해서는 우리가 보상금을 징수해 분배한다는 설립 취지를 상기시키며, 중고책 재판매로 발생한 가치에도 일정한 저작권료가 부과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신간 판매 대금에는 인세가 포함되어 창작자가 보상을 받지만, 동일한 책이 두 번째, 세 번째 판매될 때는 아무런 보상이 없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현재 독일에는 중고책 판매에 따른 법정 보상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만 출판업계 단체와 작가들이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어, 향후 프랑스의 사례를 참고한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영국: 영국은 법적 규제는 없지만, 민간 주도의 혁신적 실험이 등장한 점이 눈에 띈다. 2024년 영국의 온라인 서점 플랫폼 Bookshop.org은 Bookloop이라는 중고책 순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서비스에서 독자들은 다 읽은 책을 Bookloop에 팔면, 플랫폼이 책을 수거하여 필요한 다른 독자에게 중고로 판매해준다. 주목할 점은 판매 대금의 일부를 저자들에게 환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Bookloop에서 중고책이 판매되면, 정해진 비율의 금액이 영국작가협회(Society of Authors)와 저작권징수단체(ALCS)가 공동 운영하는 저자 기금에 자동 적립된다. 이렇게 모인 돈은 창작 지원금의 형태로 작가들에게 배분되며, 예컨대 작가들의 창작 활동 경비(취재여행비, 육아지원 등)를 보조하는 데 쓰인다. Bookloop의 취지는 책에 두 번째 생명을 주면서 독립서점을 지원하는 독자 커뮤니티를 키우고, 환경과 지역경제 모두에 이득이 되게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즉, 중고책 거래의 선순환을 통해 독자, 창작자, 지역 서점이 모두 혜택을 보는 모델을 지향한다. 비록 Bookloop은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플랫폼 실험이지만, 중고책 거래와 저자 보상이 양립 가능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미국에서는 첫 판매 원칙(First Sale Doctrine)이 확고히 자리잡고 있어, 중고품 판매에 대한 저작권자 보상 개념이 아직은 생소하다. 미 연방법은 한 번 판매된 책에 대해서는 권리소진(exhaustion)이 발생하여, 이후 중고 거래를 저자가 통제하거나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프랑스와 같은 법적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출판계 일각에서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신간보다 중고 구매가 압도적으로 늘어날 경우 장기적으로 작가들의 창작 의욕과 수입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다. 전미작가협회 등을 중심으로 도서관 대출권(PLR) 도입이나 전자책 재판매 규제 등 간접적으로 저자 권익을 보호하려는 논의는 진행 중이지만, 중고책 거래 자체에 저작권료를 부과하는 방안은 아직 공론화되지 않았다. 한 미국 출판 전문가는 프랑스의 시도를 두고 미국식 첫 판매 독트린에 대한 도전이라 평하기도 했다. 향후 프랑스에서 제도가 시행되어 성과를 거둘 경우, 미국에서도 이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촉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디지털 플랫폼과 기술의 활용 가능성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의 발전은 중고책 보상 시스템 구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고책 거래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화된 현재 환경은 거래 데이터를 추적하고 보상금을 징수·분배하기 용이한 인프라를 제공한다. 프랑스의 구상처럼, 아마존 등 주요 플랫폼과 연계해 판매 정보를 수집하고 자동으로 일정 요율의 보상금을 산출하여 저작권 관리기구에 송금하는 프로세스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 이미 프랑스는 디지털 사적복제 보상금을 스마트폰·태블릿 등의 판매 시에 부과하여 저작권자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자 시스템을 갖춘 만큼 중고책 거래에도 유사한 징수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고책 거래 시 결제 단계에서 소정의 보상금이 부과되고, 이는 중앙 기구로 집계되어 투명하게 작가들에게 정산되는 식이다.

 

앞서 살펴본 영국 Bookloop의 사례는 플랫폼 자체 기술로 보상 절차를 내장한 예이다. Bookloop은 거래가 이루어질 때 자동으로 일정 금액을 적립하여 저자 기금으로 전송하는데, 이러한 내장형 시스템을 각국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블록체인 등의 신기술도 응용 가능하다. 가령 책마다 고유 식별 코드를 부여해 소유권 이동을 추적하고,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스마트 계약을 통해 즉시 저자에게 소액의 저작권료가 지급되는 모델도 이론적으로 구상해볼 수 있다. 전자책의 경우 이미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으로 이용 횟수를 관리하거나 라이선스 재판매를 제한하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물리적 책도 IoT 태그나 블록체인 인증서 등을 활용하면 장기적으로 권리 추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물론 이런 기술 활용 방안들은 비용 대비 효용과 프라이버시 이슈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당장의 현실화보다는 미래지향적 논의로 남아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통해 중고 거래 활성화와 창작자 보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중고책 보상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거래 과정에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보상금 징수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담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플랫폼 사업자, 저작권 단체, 기술 기업, 정부가 협력하여 표준화된 데이터 교환과 투명한 정산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자동화된 로열티 관리가 실현된다면, 독자들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창작자에게 공정한 몫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저자·출판사(창작자)중고책 플랫폼·소비자프랑스출판협회(SNE)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
중고책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저자와 출판사에게 보상하는 것이 창작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공정한 해법인가?
중고책 보상 제도가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권리와 플랫폼 시장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창작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균형점은 어디인가?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