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태어난 고향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곳에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가. 모태펀드가 지방 투자를 늘려 2024년 1694억원을 쏟아부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돈으로 막을 수 있는 소멸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마스다 히로야가 2014년 『지방소멸』을 펴낼 때만 해도 이는 일본만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896개 지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그의 예언은 과장된 디스토피아로 여겨졌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6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현실을 마주한다. 절반에 가까운 지역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뜻이다.
마스다는 이 책에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지방소멸의 핵심은 일자리가 아니라 '20~39세 여성 인구'라는 것. 출산 가능 인구가 떠난 도시는 아무리 노력해도 회생 불가능하다는 냉정한 진단이었다. 그는 이를 '극점사회'라 불렀다. 인구가 몇몇 거점 도시로만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현상.
우리 정부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다. 청년 일자리 정책, 지역 특화 사업, 농촌 사회공헌 인증제. 온갖 대책이 쏟아진다. 하지만 왜 청년들은 여전히 서울로만 향하는가. 지방대학 졸업생의 수도권 취업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보면 2023년 기준 소멸위험 '고위험' 지역이 45곳에서 52곳으로 늘었다. 불과 1년 사이 7곳이 추가된 셈이다. 더 놀라운 건 이들 지역 대부분이 이미 각종 지원 정책의 대상이었다는 점. 돈을 쏟아부어도 인구는 계속 빠져나간다.
마스다는 묻는다. 모든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 아니냐고. 잔인하게 들리는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평등한 발전이라는 이상과 효율적 생존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지방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그들은 왜 떠나지 않는가. 아니, 떠날 수 없는가. 노인들만 남은 마을에서 젊은이 한 명이 짊어진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가. 그들에게 고향은 선택의 대상인가, 운명인가.
정책입안자들은 숫자로 말한다. 출생률, 고용률, 인구증가율. 하지만 소멸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삶이다. 누군가의 유년이 깃든 골목, 첫사랑을 만난 학교, 부모가 늙어간 집. 이런 것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당진시의회가 새해 첫 회의에서 의료비 지원을 확대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필수 공공의료 확충 계획도 세운다고 한다. 그런데 의사는 있는가. 병원은 유지될 수 있는가. 환자가 될 젊은이들은 남아있는가.
『지방소멸』이 제시한 소멸 메커니즘의 핵심은 젊은 여성의 유출이다. 출산과 양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20대 여성이 떠나기 시작하면, 출생률 감소와 인구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지역은 돌이킬 수 없는 축소 경로에 진입한다.
지방 활성화를 위한 정부 예산은 매년 수조 원에 달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일회성 축제와 관광 인프라 투자로는 인구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의 격차를 줄이지 않는 한 예산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질문은 이것이다. 모든 땅에 사람이 살아야 하는가. 도시 집중이 나쁘기만 한 것인가. 효율과 공정, 발전과 보존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마스다의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할 뿐이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의 고향은, 지금 어떤가.
2024년 새해가 밝았지만 지방 중소도시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정부는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위한 일자리 정책을 발표했고, 모태펀드는 지방 특화 사업에 1694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청년들은 여전히 서울행 기차표를 끊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역산업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은 2023년 기준 118곳으로, 전체의 51.8%에 달한다. 소멸 위험 지수(20~39세 여성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가 0.2 미만인 소멸 고위험 지역도 42곳에 이른다. 레오나르도 페르지올리의 사일런트 스프링 리로드가 경고한 공동체의 조용한 소멸은 한국의 농산어촌에서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지방 소멸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다. 통계청 인구이동통계에 의하면, 2023년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8만 3,000명이며, 이 중 20~30대가 74.2%를 차지한다. 비수도권 대학 졸업자의 수도권 취업률은 42.7%로, 교육과 고용의 불균형이 인구 이동의 핵심 동인이다. 일자리를 따라 떠난 청년은 돌아오지 않고, 남은 고령 인구만으로는 지역 사회의 기본 기능을 유지할 수 없다.
일본의 선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2014년 마스다 보고서를 통해 896개 지자체의 소멸 가능성을 경고한 이후, 지방창생 정책을 10년간 추진해왔다. 연간 1조 엔(약 9조 원)의 교부금을 투입했음에도 도쿄권 집중은 오히려 심화되어, 2023년 도쿄도 인구가 사상 최초로 1,400만 명을 돌파했다. 재정 투입만으로는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교훈이 일본의 경험에서 도출된다.
지역 소멸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문화적·역사적 유산의 단절을 의미한다. 문화재청 조사에 따르면,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512명 중 70세 이상이 68.3%를 차지하며, 전수자가 없는 종목이 23건에 달한다. 전통시장 폐업률은 비수도권에서 연간 4.7%로 수도권(1.8%)의 2.6배에 이른다. 페르지올리의 표현을 빌리면, 지역 소멸은 수백 년에 걸쳐 축적된 공동체의 기억과 정체성이 함께 사라지는 과정이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역전의 사례는 존재한다. 전남 순천은 생태관광과 귀농·귀촌 정책을 결합해 2023년 순유입 인구를 기록한 드문 비수도권 도시가 되었고, 경북 예천은 스마트팜 클러스터 조성으로 30대 이하 농업인 비율을 12.4%까지 끌어올렸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성공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지역 고유 자산의 재발견과 청년 맞춤형 정주 환경 조성이 핵심 요인이었다고 분석한다. 소멸의 시계를 되돌릴 열쇠는 결국 지역 안에 있다.
일본의 10년 전 경고가 현재 한국에서 구체화되고 있으며, 228개 자치단체 중 절반 이상이 이미 소멸위험 상태에 빠져있다.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마스다가 지적한 '20~30대 여성 인구 감소'가 회복 불가능한 임계점이라는 이론이 한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단순 일자리 정책만으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없다.
정부의 수조원 규모 투자에도 청년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문화, 인프라, 미래 가능성 등 정성적 요소를 포함한 지방 정책 재편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