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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2월 2째주] 의료 파업

멈춰선 병원과 계속되는 삶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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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치료다
자유가 치료다
프란코 바살리아
자유가 치료다프란코 바살리아 · 2021

병원 복도가 텅 비었다. 환자들은 여전히 아프다.

2월 둘째 주,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맞선 집단행동이었다. 수술이 연기되고 진료가 중단됐다. 언론은 의료 대란을 말했고, 정치권은 각자의 입장을 쏟아냈다. 그런데 정작 아픈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었을까.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프란코 바살리아는 정신병원의 의사였다. 그는 환자를 가두는 병원 체계에 의문을 품었다.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사람을 격리하는 것이 과연 의료인가. 그의 고민은 『자유가 치료다』에 담겼다.

바살리아가 본 것은 단순한 의료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었다. 권력이 어떻게 돌봄의 이름으로 작동하는가였다. 의사는 처방하고, 환자는 따른다. 이 구조 속에서 아픈 사람은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된다. 치료받을 권리는 있지만 치료를 선택할 권리는 없다.

지금 한국의 의료 현장도 마찬가지 아닐까. 의사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싸운다고 말한다. 정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양쪽 모두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환자는 어디에 있는가. 진료실 문이 닫힌 날, 약을 받으러 온 노인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의료는 특별한 영역이다.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에게는 특별한 지위가 주어진다. 면허라는 독점적 권한, 전문가로서의 권위. 하지만 이 특별함이 때로는 벽이 된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의료와 일상 사이에.

바살리아는 그 벽을 허물려 했다. 정신병원의 문을 열고 환자들을 거리로 내보냈다. 미친 짓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가 믿은 것은 단순했다. 아픈 사람도 한 명의 시민이라는 것. 병원 안에서만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도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

한국의 의료 파업은 어쩌면 우리가 미뤄둔 질문을 꺼내놓았는지 모른다. 의료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문가의 영역에만 맡겨둘 문제인가. 아니면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공동의 과제인가.

파업은 끝날 것이다. 협상이든 강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일단락될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물음은 남는다. 우리는 어떤 의료를 원하는가. 병을 고치는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을 돌보는 관계까지 포함하는 의료를 상상할 수 있을까.

빈 진료실 앞에서 돌아서는 환자의 뒷모습이 묻고 있다. 당신들이 싸우는 동안,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전공의 의존도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율)
출처: 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