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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4월 1째주] 청년주거

빈 방이 늘어가는 도시, 집 없는 청년들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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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과 돌
살과 돌
리처드 세넷
살과 돌리처드 세넷 · 1994

청년안심주택에 공실이 늘고 있다. 청년들은 여전히 월세방을 전전한다.

무주택 청년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한 청년안심주택. 시세보다 저렴하고 거주 기간도 보장된다. 그런데 왜 비어가는가. 정책 담당자들은 홍보 부족을 탓한다. 신청 절차가 복잡해서라고도 한다. 정말 그뿐일까.

리처드 세넷은 『살과 돌』에서 도시 공간과 인간 신체의 관계를 추적한다. 고대 아테네부터 현대 뉴욕까지, 도시는 늘 특정한 신체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광장은 시민의 몸을 위해, 게토는 추방된 자들의 몸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도시는 누구의 몸을 상상하며 지어지는가.

청년안심주택의 입주 조건을 보자. 소득 기준, 자산 기준, 연령 기준. 숫자로 재단된 청년만이 들어갈 수 있다. 그 기준에서 벗어난 이들은? 소득이 조금 높으면 탈락이다. 자산이 조금 적어도 증명이 어렵다. 비정규직은 서류가 복잡하다. 프리랜서는 더하다.

세넷이 말하는 도시의 역설이 여기 있다. 도시는 다양성을 품는다고 하면서도 끊임없이 표준화를 추구한다. 청년안심주택도 마찬가지다. 표준적인 청년, 서류로 증명 가능한 청년만을 위한 공간. 나머지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저렴한 임대주택인가, 아니면 자신의 집인가.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것인가, 집값을 낮추는 것인가. 정책은 전자만 바라본다. 청년들은 후자를 원한다.

세넷은 중세 베네치아의 게토를 분석하며 이렇게 쓴다. 격리된 공간도 나름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선택한 격리일 때뿐이다. 강요된 격리는 결국 썩어간다. 청년안심주택의 공실도 같은 맥락 아닐까. 선택이 아닌 배정, 거주가 아닌 수용.

청년월세 지원 정책이 확대된다고 한다. 더 많은 청년에게 월세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세를 지원받는다고 청년의 주거가 안정될까. 오히려 임대료 상승만 부추기는 건 아닐까.

도시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세넷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청년안심주택의 빈 방들이 묻고 있다. 당신들이 상상한 청년은 누구였는가. 실제 청년들은 어디에 있는가.

결국 문제는 집이 상품이 된 도시다. 청년은 그 도시에서 가장 약한 소비자일 뿐이다. 정책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청년의 방황은 계속될 것이다. 빈 방은 늘어가고, 청년들은 여전히 떠돈다.

전국 청년가구 월세 거주 비율
출처: 통계청 주거실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