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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4월 3째주] 검찰개혁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것은 무엇을 바꾸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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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핸드북
독재자의 핸드북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알라스테어 스미스
독재자의 핸드북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알라스테어 스미스 · 2011

검찰이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한다는 게 당연한 일일까. 조국혁신당이 내놓은 검찰개혁 4법의 핵심은 이 둘을 떼어놓자는 것이다. 공소청법은 검찰의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기고, 검찰은 기소만 하게 만든다고 한다. 탈정치화와 탈권력기관화가 목표라는데, 이게 과연 무슨 의미일까.

한 사람이 조사도 하고 판단도 내린다. 이게 문제라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왜 검찰에서는 이게 당연했을까. 역사를 보면 검찰이 처음부터 이런 권한을 가졌던 건 아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검사국에서 시작된 이 구조가 해방 후에도 그대로 이어졌을 뿐이다.

권력은 나누면 약해진다고들 한다. 그래서일까, 한국의 검찰은 세계에서도 드물게 강력한 권한을 유지해왔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쥐고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미국은 FBI가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한다. 영국도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를 검토한다. 왜 우리만 다를까.

정치학자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는 독재자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핵심 전략을 분석했다. 그의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권력자가 측근들에게 특권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검찰의 구조를 보면서 이 대목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조직은 그 자체로 거대한 특권이 아닐까.

문제는 이런 구조가 만들어내는 결과다. 검찰이 정치화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정치화 그 자체일까. 아니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어떤 것일까.

개혁이라는 말은 늘 희망을 품게 한다. 하지만 제도를 바꾼다고 모든 게 해결될까.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긴다고 해서, 그 조직이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 있을까. 권력을 나눈다는 것과 권력을 견제한다는 것은 같은 말일까, 다른 말일까.

민주주의는 권력분립이 핵심이라고 배웠다. 입법, 사법, 행정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균형을 맞춘다고. 그런데 검찰은 어디에 속할까. 행정부 소속이면서도 준사법기관이라 불린다. 이런 애매한 위치가 오히려 검찰을 더 강하게 만든 건 아닐까.

독재자의 핸드북을 쓴 메스키타는 이렇게 말한다. 권력을 유지하려면 충성스러운 집단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되, 그들에게는 최대한의 보상을 주라고. 검찰이라는 조직을 보면서 이 문장이 계속 맴돈다. 과연 우연일까.

조국혁신당의 개혁안이 현실이 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수사하는 사람과 기소하는 사람이 달라진다. 서로를 견제할 수도 있고, 서로 책임을 미룰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방식이 최선은 아니었다는 것.

권력은 스스로를 개혁하지 않는다. 이것도 역사가 가르쳐준 교훈이다. 그렇다면 진짜 질문은 이것 아닐까. 검찰을 개혁하려는 정치권력은 과연 자신들의 권력도 개혁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니면 이것도 또 다른 권력게임의 한 수일 뿐일까.

주요국 검찰 기소율 비교
출처: 대검찰청 검찰연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