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마지막으로 바다에 들어간 게 언제였는가. 파도 소리만 듣고 돌아온 게 아니라, 정말로 물속에 몸을 담갔던 날 말이다. 제주 해녀들은 오늘도 바다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 숫자는 해마다 줄어든다. 2023년 기준으로 제주 해녀는 3,226명. 10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나이가 문제일까. 현직 해녀의 평균 연령은 72세다. 80대 해녀도 여전히 물질을 한다. 그런데 젊은 사람은 오지 않는다. 월 평균 소득이 202만 원을 넘지 못하는 일. 하루 4~5시간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야 하는 일. 누가 선뜻 나서겠는가.
1997년, 일본인 인류학자 마거릿 록이 『늙어감에 대하여』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일본의 고령화를 연구하면서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늙음이란 무엇인가. 생물학적 현상인가, 문화적 구성물인가. 록은 일본 여성들이 폐경을 겪는 방식이 서구와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같은 신체 변화도 문화에 따라 다르게 경험된다는 것이다.
해녀의 은퇴는 어떤가. 숨을 참는 시간이 짧아질 때 그만두는가. 무릎이 아파서인가. 아니면 딸이 "이제 그만하시라"고 할 때인가. 록의 관점에서 보면, 해녀의 은퇴는 단순히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 여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 그리고 바다와 인간의 관계가 모두 얽힌 복잡한 현상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의 65세 이상 취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311만 명에서 2023년 391만 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단순 노무직이다. 경비, 청소, 주차 관리. 평생 쌓은 기술과 경험은 어디로 갔을까.
해녀의 물질 기술은 특별하다. 바닷물의 온도와 조류를 읽고, 해산물이 있는 곳을 찾아내는 능력. 이것은 매뉴얼로 전수할 수 없는 암묵지다. 그런데 우리는 이 지식의 가치를 제대로 매기고 있는가. 월 202만 원이 그 값인가.
록은 책에서 "노화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고 썼다. 사회가 노인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늙음의 경험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일본은 고령자를 '실버'라고 부르며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었다. 미국은 'Active aging'을 외치며 노년의 활동성을 강조한다. 한국은 어떤가.
제주도는 해녀 문화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보존해야 할 전통이 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통은 박물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어야 한다. 해녀가 사라지면 그 지식도 함께 사라진다. 단순히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바다를 읽는 한 가지 방식이 영원히 잊혀지는 것이다.
당신의 일터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오래된 직원이 퇴직하면서 함께 사라지는 것들. 그것을 우리는 무엇이라고 부르는가. 구조조정? 세대교체? 아니면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
해녀의 물질이 완전히 멈추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될까. 바다에서 전복을 캐는 기술만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자연과 함께 늙어가는 법, 몸으로 하는 일의 품위, 그리고 느리지만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까지도 함께 잃게 될지 모른다. 당신은 준비되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