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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5월 4째주] 기본소득 실험의 종료

샘 올트먼의 실험이 끝난 자리에서 묻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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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기본소득
가이 스탠딩
기본소득가이 스탠딩 · 2018

당신은 매달 100만원을 조건 없이 받는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일을 그만둘까, 아니면 더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나설까. 이 질문이 단순한 상상에서 실험으로 넘어간 지 3년, 샘 올트먼이 주도한 기본소득 실험이 막을 내렸다.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주에서 1000명에게 매달 1000달러를 3년간 지급한 이 실험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수급자들의 노동시간이 주당 1.3시간 줄었고, 구직 활동도 감소했다. 기본소득이 창의적 활동이나 교육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정말 실패한 실험일까. 가이 스탠딩의 『기본소득』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을 지적한다. 그는 기본소득을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닌 '경제적 시민권'으로 본다. 투표권이 정치적 평등을 보장하듯, 기본소득은 경제적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스탠딩은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의 실험을 주목한다. 6000명에게 18개월간 기본소득을 지급했을 때, 노동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절대 빈곤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일을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농기구를 사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았다.

한국의 맥락은 또 다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밝힌 대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평균의 3배에 달한다. 그런데 더 주목할 것은 양극화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11배가 넘는다. 평균의 함정에 가려진 현실이다.

기본소득 논의가 뜨거웠던 2020년과 지금의 온도차는 크다. 팬데믹이 던진 질문들은 일상의 회복과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고,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스탠딩은 기본소득이 '시간의 정치'라고 말한다. 생존을 위한 시간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간을 가질 권리. 그것이 진정한 자유의 시작이라고. 샘 올트먼의 실험에서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을 실패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삶을 위한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볼 것인가.

결국 기본소득 논의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의 문제다. 모두가 최소한의 존엄을 보장받는 사회인가, 아니면 일하는 자만이 가치 있는 사회인가. 실험은 끝났지만 질문은 계속된다.

OECD 국가별 노인 빈곤율
출처: OE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