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집중 읽기 모드로 전환됩니다

[책으로 세상을 보다 6월 4째주] 지방소멸

사라지는 마을에서 남는 것을 묻다

기사 듣기
기사요약

당신이 마지막으로 고향을 찾은 것은 언제였는가. 명절이나 경조사가 아니라면 굳이 찾을 일도 없어진 그곳. 어릴 적 뛰놀던 골목엔 빈집이 늘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동네 은행 지점도 사라졌다. ATM기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경북 영양군. 인구 1만 5천여 명의 이 작은 군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수 1위다.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곳. 통계청이 정한 소멸위험 기준선을 한참 밑돈다. 그런데 이곳 농협은행 지부장은 묘한 말을 한다. 은행의 역할은 이익 창출이 아니라 '금융 공공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지방소멸 시대의 금융 공공성이란 무엇일까. 수익성 없는 곳에 남아 적자를 감수하며 버티는 것? 아니면 떠나는 사람들을 붙잡아 두는 것? 둘 다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소멸 자체를 다르게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소멸』(2014)에서 일본의 미래를 경고했다. 2040년까지 896개 자치단체가 사라질 거라는 충격적인 예측이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228개 시군구 중 106곳이 소멸위험지역이다. 그의 처방은 명확했다. 선택과 집중. 살릴 수 있는 곳에 자원을 몰아주고, 나머지는 포기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게 답일까. 효율성의 논리로만 지역을 바라보는 것은 옳은가. 마스다는 인구를 숫자로만 본다. 생산가능인구, 출산가능인구로 환원된 통계 속에서 삶의 결은 사라진다. 그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소멸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있다. 사라짐 속에서도 무언가는 남는다는 것. 영양군 농협 지부장이 말하는 공공성도 그런 맥락일지 모른다. 떠나는 사람들이 있어도, 남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최소한의 금융 서비스, 의료, 교육. 효율성으론 설명할 수 없는 기본권의 문제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외치지만, 지방엔 빈집이 넘쳐난다. 서울과 수도권에만 집중된 수요. 나머지 지역은 철저히 외면당한다. 이 괴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 아닌가.

당신은 어디에 살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고향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소멸위험지역이라는 딱지가 은 곳이라면, 그곳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숫자로 환원된 예측 속에서 우리가 잃는 것은 무엇일까.

마스다가 던진 경고는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의 해법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효율성과 공공성 사이, 집중과 분산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 정말 선택해야만 하는가. 소멸을 받아들이되, 그 속에서도 지켜야 할 것들을 찾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 아닐까.

영양군 농협 지부장은 2024년까지 2억 6천만원을 지역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작은 돈이다. 하지만 그 작은 실천이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당신의 고향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떠나지 않고 남아서, 혹은 떠났다가 돌아와서 무언가를 지키려는 사람들. 그들이 지키려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지방소멸 시대에 경북 영양군 등 106개 소멸위험지역의 현실을 통해, 효율성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며, 남아있는 주민들의 기본권과 공공성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가 경고한 지방소멸 현상을 두고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삶의 결을 고려하고, 소멸 속에서도 지켜야 할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4년 6월, 경북 영양군. 인구 1만 5천명. 농협은행 지부장이 말한다. 우리의 역할은 이익창출이 아니라 금융 공공성 확보라고. 4년간 2억 6천만원을 투입한다고 했다.

지방소멸. 이제는 흔한 단어가 되었다. 2014년 마스다 히로야가 『지방소멸』에서 처음 제기한 개념이 10년 만에 한국의 일상어가 되었다. 896개 지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던 일본의 예측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영양군의 인구는 1966년 8만 2천명에서 지금의 5분의 1로 줄었다. 매년 500명씩 떠난다. 출생아는 한 해 50명이 채 안 된다. 학교는 문을 닫고 병원은 떠났다. 남은 이들의 평균 연령은 56세를 넘었다.

그런데 정말 지방이 소멸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지방을 소멸시키는 것일까. 수도권 집중이라는 선택의 대가를 치르는 것은 아닐까.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포기한 것들의 목록이 늘어날 때마다 사라지는 것은 단지 인구수만이 아니다.

농협 지부장이 2억 6천만원으로 막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인구 유출? 경제 쇠퇴? 아니다. 그가 지키려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다.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일상적 관계. 얼굴을 아는 이웃.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공동체.

마스다는 지방소멸의 원인을 저출산과 도쿄 집중에서 찾았다. 그러나 더 깊은 곳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성장이라는 하나의 기준만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사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곳은 버려도 된다는 암묵적 합의.

영양군에 남은 1만 5천명은 무엇을 증명하고 있을까. 떠날 수 없어서 남은 것일까, 남기로 선택한 것일까.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거울인지도 모른다.

정부는 지역소멸대응기금을 만들었다. 매년 1조원을 쏟아붓는다. 그런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세대를 이어 전해지던 기억. 흙냄새 나는 말투. 계절의 변화를 함께 겪어온 시간들.

농협 지부장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금융 공공성. 그것은 수익률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를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떠나는 사람들 속에서도 남아있겠다는 고집. 숫자가 아닌 사람을 보겠다는 의지.

『지방소멸』이 제시한 소멸 메커니즘의 핵심은 젊은 여성의 유출이다. 출산과 양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20대 여성이 떠나기 시작하면, 출생률 감소와 인구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지역은 돌이킬 수 없는 축소 경로에 진입한다.

지방 활성화를 위한 정부 예산은 매년 수조 원에 달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일회성 축제와 관광 인프라 투자로는 인구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의 격차를 줄이지 않는 한 예산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한국의 지방소멸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다. 수도권 집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KTX 같은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지방 인구의 수도권 흡수를 가속화하는 역설적 효과를 내고 있다.

학교가 문을 닫고, 병원이 사라지고, 버스 노선이 폐지되는 현실이 지방의 일상이 됐다. 남아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은 계속 하락하고, 이것이 다시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귀농귀촌 정책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도시에서 내려온 이주민과 기존 주민 사이의 갈등, 농업 소득의 불안정성, 문화적 고립감이 정착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멸은 서서히 온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지난다.

📊숫자로 보는 이 기사
0
전국 소멸위험지역 현황 최근값
한국고용정보원·2024
0
2018-2024 증감
2024년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
0
2018 기준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지방소멸 현실화

이 기사는 소멸위험지역 현황을 통해 지방소멸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다루고 있다.

2
삶의 질과 공공성

이 기사는 효율성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며, 주민의 기본권과 공공성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3
경고와 해결책 모색

이 기사는 일본의 지방소멸 경고를 바탕으로 소멸 속에서도 지켜야 할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 소멸위험지역 현황
출처: 한국고용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