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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7월 4째주] 위기임산부

보이지 않는 이들의 선택이 보호라는 이름 아래 놓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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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 2017

당신은 혼자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가족에게도, 파트너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매일 커가는 배를 감추며 출근하는 그녀의 하루를. 위기임신보호출산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보건복지부는 이 제도가 위기임산부와 아동의 지지체계로 자리잡았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위기임산부란 누구인가. 경제적 어려움, 미혼, 가정폭력, 성폭력. 제도는 이들을 분류하고 정의한다. 하지만 실제 그들의 삶은 이런 범주로 나뉘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위기는 여러 겹으로 얽혀 있고, 그 매듭은 제도의 언어로는 풀리지 않는다.

병원 상담실에서 만난 스물세 살 여성은 임신 7개월이었다. 대학 휴학 후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세를 내고 있었다. 파트너는 연락이 끊겼다. 부모님은 지방에서 식당을 운영하신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었다. 병원비가 아니라.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은 한국 사회가 가족을 어떻게 규정하고, 그 규정 밖의 존재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추적한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단순히 관념이 아니다. 그것은 주민등록제도, 의료보험, 교육 시스템 곳곳에 새겨져 있다. 위기임산부 지원 제도 역시 이 틀 안에서 작동한다.

저자는 묻는다. 왜 우리는 특정한 가족 형태만을 정상으로 여기는가. 그리고 그 정상성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위기임신보호출산제는 분명 진일보한 제도다. 하지만 여전히 임산부를 위기와 비위기로 나누고,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구분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혼인 외 출생아 비율은 2019년 2.2%에서 2023년 4.7%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신고되지 않은 임신, 중단된 임신, 입양으로 이어진 출산은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것은 제도가 포착한 것뿐이다.

김희경은 가족을 혈연이나 법적 관계가 아닌 돌봄의 관계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를 돌보는 관계, 책임지는 관계가 가족의 본질이라면, 위기임산부를 지원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보호가 아닌 연대로, 시혜가 아닌 권리로.

상담실을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1년 후 이 제도는 얼마나 많은 여성을 도왔다고 발표할 것이다.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질문은 남는다. 왜 그들은 위기에 처해야 했는가.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 위기를 만드는 구조를 얼마나 바꾸려 하는가.

혼인 외 출생아 비율 추이
출처: 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