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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7월 5째주] 기후테크

자본이 기후를 품을 때 우리가 놓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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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네이오미 클라인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네이오미 클라인 · 2014

7월 9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1300억 원 규모의 기후테크 펀드 조성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이 투자 상품이 되는 시대가 왔다.

기후를 둘러싼 언어가 바뀌고 있다. 위기에서 기회로, 규제에서 혁신으로. 대우건설은 ESG위원회를 기후정보공시 대응 조직으로 개편했고, 정부는 매주 생태계 정책 브리핑을 쏟아낸다. 모두가 바쁘다. 그런데 정작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가.

네이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기후위기와 자본주의의 불편한 동거를 파헤친다. 그는 묻는다. 시장이 기후를 구원할 수 있는가. 아니면 기후를 구실로 시장을 구원하려는 것인가.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다. 오염을 사고파는 시장이 만들어졌다. 기업들은 배출권을 구매하며 면죄부를 얻고, 투자자들은 녹색 포트폴리오로 수익을 낸다. 클라인은 이를 '재앙 자본주의'라 부른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시스템.

성장금융의 1300억 원은 어디로 흐를까. 탄소 포집 기술, 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모두 필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이 자금이 만들어낼 변화가 정말 기후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자본의 이동일까.

클라인은 진짜 해법은 성장 자체를 의심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더 적게 생산하고 더 적게 소비하는 삶. 하지만 기후테크 투자는 정반대로 간다. 더 많은 기술, 더 큰 시장, 더 높은 수익률.

우리는 기후위기를 기술적 문제로 환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탄소를 줄이는 기술만 있으면 지금처럼 살 수 있다는 환상.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부품만 바꾸려는 시도.

문제는 속도다. 기후는 시장의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2024년 여름, 전 세계가 폭염에 시달리는 동안 투자자들은 차분히 수익률을 계산한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혁신이 아니라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 하지만 1300억 원의 펀드는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오히려 묻지 않음으로써 현재를 정당화한다.

자본이 기후를 품을 때, 기후는 상품이 된다.

국내 ESG 채권 발행 규모
출처: 한국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