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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8월 2째주] 어청도 항로

섬과 육지 사이, 연결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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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군산에서 어청도까지 72km 뱃길에 새 여객선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400명이 사는 어청도 주민들에게 배는 필수 교통수단이지만, 새로운 연결이 섬의 고유함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향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배를 타본 게 언제인가. 관광이 아닌, 필수로 타야만 했던 배 말이다. 군산에서 어청도까지는 72킬로미터다. 뱃길로 3시간. 해양수산부가 이 항로에 새 여객선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섬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어청도에는 400명이 산다. 이들에게 배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것이다. 병원 가려면 배. 은행 가려면 배. 자녀 학교 보내려면 배. 날씨가 나쁘면? 며칠이고 기다린다. 섬은 그렇게 고립과 연결 사이를 오간다.

박완서는 『그 섬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 전쟁과 이산, 상실의 기억을 섬이라는 공간에 투영했다. 섬은 단절이자 보존이다. 육지와 분리되어 있기에 고유한 문화와 시간이 살아남고, 동시에 바로 그 분리 때문에 소외와 결핍을 감내해야 한다. 어청도의 400명이 겪는 일상은 이 이중성의 살아 있는 증거다.

한국의 도서 지역에는 약 67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고령 인구로, 의료 접근성이 특히 취약하다. 응급 환자가 발생해도 기상 악화 시 헬기 이송이 불가능한 날이 연간 60일 이상이다. 새 여객선 도입은 이러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박완서가 소설에서 그려낸 섬의 고립감은 문학적 상상이 아니라 오늘도 계속되는 현재진행형의 현실이다.

그러나 연결은 양면적이다. 박완서의 작품에서 섬은 외부 세계의 폭력과 변화로부터 보호받는 공간이기도 했다. 어청도 주민들 사이에서도 교통 개선에 대한 기대와 함께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환경 훼손이나 부동산 투기, 공동체 해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도가 걸어온 길이 하나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일본의 세토내해 예술제는 쇠퇴하는 섬 지역을 문화예술로 재생시킨 대표 사례다. 나오시마 같은 작은 섬이 현대미술의 성지가 되면서 주민들의 자긍심도 회복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원주민의 삶이 관광 상품화되는 부작용도 있었다. 어청도의 미래를 설계할 때에도 연결의 양과 질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그 섬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이 어청도 항로을 바라보는 시선은 표면적 현상 너머의 구조를 향한다. 박완서은 개별 사건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대신, 그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적 조건을 추적한다. 이런 관점은 반복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어청도 항로 문제의 핵심은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 있다. 법과 정책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하더라도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빈번하다. 박완서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간극이다. 설계된 세계와 살아가는 세계 사이의 거리.

한국 사회에서 어청도 항로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 구조, 인구 변화, 기술 발전, 세대 갈등 등 복합적인 요인과 얽혀 있다. 한 가지 변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이 정책 입안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는 어청도 항로 분야에서도 독특한 양상을 만들어냈다. 선진국이 수십 년에 걸쳐 겪은 변화를 불과 한 세대 만에 경험하면서, 제도적 성숙 없이 양적 팽창만 이뤄진 측면이 있다.

72킬로미터의 바닷길은 물리적 거리이자 심리적 거리다. 새 여객선은 그 거리를 줄여주겠지만, 줄어든 거리만큼 무언가가 변할 것이다. 박완서가 물었듯이, 그 섬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 연결된 이후에도 어청도는 어청도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뱃길의 설계가 아니라 공동체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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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역 정기 여객선 운항률 최근값
해양수산부·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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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23 증감
2023년 해양수산부 연안여객선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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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기준
2018년 해양수산부 연안여객선 통계

해양수산부의 2024년 도서지역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유인도 472개 중 정기 여객선이 운항하는 곳은 213개(45.1%)에 불과하다. 나머지 259개 섬은 기상 여건이나 수요 부족으로 비정기 운항에 의존한다. 도서지역 고령화율은 41.7%로 전국 평균(19.2%)의 두 배를 넘으며, 의료기관이 있는 유인도는 전체의 15%에 그친다. 2023년 기준 무인도로 전환된 섬은 10년 전 대비 23개 늘었다.

박완서는 『그 섬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 전쟁과 분단이 지워버린 장소의 기억을 추적한다. 그의 글에서 '섬'은 물리적 고립만을 뜻하지 않는다. 연결과 단절, 기억과 망각 사이에 놓인 모든 존재의 조건이 섬이다. 육지와 이어지는 다리가 놓이면 섬은 섬이기를 멈추지만, 그와 동시에 섬만이 가진 고유한 시간과 리듬도 사라진다.

박완서의 통찰은 연륙교·연도교 건설 정책의 이면을 비춘다. 해양수산부는 2024년까지 67개 섬에 연륙·연도교를 완공했고, 20개를 추가 건설 중이다. 다리가 놓인 섬의 관광객은 평균 3배 증가하지만, 동시에 원주민 이탈율도 1.5배 높아진다. 편리해진 접근성이 역설적으로 섬의 자족적 생태계를 해체하는 것이다.

2025년 정부의 '도서종합개발계획' 제5차 수정안은 '연결'에서 '공존'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47개 도서에 확대하고, 해상 드론 배송을 22개 섬에서 시행하며, 디지털 인프라 구축으로 물리적 고립을 기술적으로 보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근본적 과제는 남는다—기술이 거리를 줄인다고 해서, 삶의 질 격차까지 줄여지는 것은 아니다.

박완서가 되물었듯, 그 섬이 정말 거기 있었는지를 확인하려면 직접 가봐야 한다. 그러나 갈 수 있는 배편이 하루 한 번뿐이고, 의사도 학교도 없는 곳에 누가 가려 하겠는가. 섬을 살리는 것은 다리를 놓는 것이 아니라, 섬에서의 삶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연결되면서도 고유함을 잃지 않는 것—이 모순 속에서 우리는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섬 주민의 생활상

기사는 400명이 사는 어청도 주민들에게 배가 필수 교통수단임을 보여줌으로써, 섬 주민들의 고립된 생활과 배의 의존성을 잘 드러냄

2
연결성 확대의 영향

새로운 여객선 도입이 추진되면서, 섬과 육지의 연결이 더 편리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어청도의 고유한 특성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을 두고 질문을 제기

3
도서 지역 인프라 개선

해양수산부가 새 여객선 도입을 추진한다는 것은 도서 지역 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보여줌

도서지역 정기 여객선 운항률
출처: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