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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9월 1째주] 지방소멸

유구읍 LPG 배관망이 놓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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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아침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 옆 사람이 통화한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얘기다. 이번엔 가스 배관 공사 때문에 민원을 넣으셨단다. 도시가스도 아니고 LPG 배관이라니. 2024년에도 그런 게 있나 싶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LPG 배관망 구축 사업이 논란이다. 1288가구를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실제 수요는 형편없다. 주민들은 졸속 행정이라 비판한다. 그런데 이 작은 읍내의 올해 출생아 수가 단 3명이라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사망자도 3명. 태어나는 수와 죽는 수가 같다.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은 10년 전 일본에서 나온 책이다. 896개 자치단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충격적 예측을 담았다. 당시만 해도 일본만의 이야기로 들렸다. 한국은 다를 거라 믿었다. 그러나 유구읍의 숫자들이 말해준다. 우리도 이미 그 길에 들어섰다고.

책은 묻는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 무엇을 투자해야 하는가. 효율성만 따지면 답은 간단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하지만 그곳엔 여전히 사람이 산다. LPG든 도시가스든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이 모순을 어떻게 풀 것인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으로 세계 최저다. 그런데 지역별로 보면 더 극명하다. 서울은 0.55명, 충남 시군 지역은 대부분 1명을 밑돈다. 단순히 아이를 적게 낳는 문제가 아니다. 젊은 사람 자체가 없다. 유구읍처럼 태어나는 수와 죽는 수가 비슷해지는 곳이 늘어난다.

일본은 '컴팩트 시티'라는 개념을 내놨다. 흩어진 주민을 중심지로 모으고 인프라를 집중하자는 것.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누가 먼저 이주할 것인가. 자기 땅과 집을 떠날 것인가. 정책 문서의 깔끔한 도표는 현실의 복잡함을 담지 못한다.

유구읍 LPG 배관망은 어쩌면 지방소멸 시대의 상징적 풍경일지 모른다. 필요하지만 비효율적인 것. 해야 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 이런 모순들이 전국 곳곳에 쌓여간다. 정답은 없다. 다만 외면할 수도 없다.

버스가 도착했다. 통화하던 사람이 전화를 끊는다. 고향 부모님께 주말에 내려가겠다고 약속했나보다. 버스 안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모두 어디선가 태어나 자란 사람들. 그 고향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LPG 배관이 놓이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텅 비었을까.

일본의 저출산으로 인한 '지방소멸' 현상이 한국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가 같은 3명으로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보여주며, 효율성과 주민 삶의 질 사이의 모순적 과제를 제기한다.

아침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 옆 사람이 통화한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얘기다. 이번엔 가스 배관 공사 때문에 민원을 넣으셨단다. 도시가스도 아니고 LPG 배관이라니. 2024년에도 그런 게 있나 싶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LPG 배관망 구축 사업이 논란이다. 1288가구를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실제 수요는 형편없다. 주민들은 졸속 행정이라 비판한다. 그런데 이 작은 읍내의 올해 출생아 수가 단 3명이라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사망자도 3명. 태어나는 수와 죽는 수가 같다.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소멸』에서 출산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지역은 사실상 소멸의 경로에 접어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의 연간 출생아 3명이라는 수치는 이 진단이 한국에서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한계취락 개념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유구읍의 가스 배관 사업은 지방 행정의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마스다는 모든 지역을 동일하게 유지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자원의 비효율적 분배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불편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효율성의 논리만으로 지방소멸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유구읍에 남아 있는 주민들에게 그곳은 삶의 터전이자 기억의 공간이다. 경제적 합리성과 인간적 존엄 사이의 긴장은 어떤 정책으로도 쉽게 해소될 수 없는 근본적인 갈등이다.

마스다는 해결책으로 거점도시 전략을 제안했다. 소규모 지역의 기능을 인근 중심 도시로 집약하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실제로 자신의 마을이 통폐합 대상이 된다고 했을 때 누가 선뜻 동의하겠는가. 정책과 감정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

유구읍의 사례는 지방소멸이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일상의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가스 배관 하나를 놓고 벌어지는 갈등 속에 인구 감소, 고령화, 행정 효율성, 주민 복지라는 한국 사회의 핵심 과제가 모두 얽혀 있다. 이 작은 읍내의 이야기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다.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소멸』에서 2040년까지 일본 지자체의 절반이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상황은 더 급박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3곳이 이미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다. 공주시 유구읍도 그중 하나다.

유구읍의 2023년 출생아 수는 17명, 사망자 수는 142명이었다. 자연감소율이 이 수준이면 마을의 소멸은 통계적 확실성에 가깝다. LPG 배관망 사업이 1,288가구를 대상으로 시작되었지만 실제 신청 가구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스다가 강조한 것은 인구 감소 자체보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악순환이었다. 인구가 줄면 상권이 축소되고, 의료기관이 철수하며, 대중교통이 감축된다. 공주시의 경우 최근 5년간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 23% 감소했다. 병원이 없으니 젖은 가구가 떠나고, 떠나니 병원이 문을 닫는다.

중앙정부의 균형발전 예산은 2024년 기준 11.3조 원이지만, 인구소멸위험지역에 직접 투입되는 금액은 전체의 8%에 불과하다. 인프라 투자가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일자리의 부재다. 유구읍의 20대 인구는 10년 전 대비 62% 감소했다.

마스다의 해법은 거점 도시 전략이었다. 모든 마을을 살리려 하지 말고, 핵심 거점에 자원을 집중하라는 것이다. 잔인하게 들리지만 현실적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통화하던 그 사람의 부모님이 사는 마을이 거점에 포함될지 아닐지, 그것이 지방소멸 시대의 운명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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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한국의 지방소멸 현실화

이 기사는 일본의 지방소멸 현상이 한국에서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의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가 같은 3명이라는 데이터가 이를 입증한다.

2
주민 삶의 질과 효율성를 둘러싼 갈등

이 기사는 지방소멸 현상이 초래한 주민 생활 불편 문제를 다룬다. 공주시 유구읍의 가스 배관 공사 사례는 지방정부의 효율성 추구와 주민 삶의 질 사이의 모순을 보여준다.

3
향후 지방소멸 문제 전개 예상

이 기사는 공주시 유구읍의 출생아 수 및 사망자 수 통계를 제시하며, 이 문제의 향후 전개 방향을 예상하게 한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도별 합계출산율
출처: 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