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엔지니어가 데이터센터의 서버 사이를 걷는다. 24도로 유지되는 공간, 끊임없이 돌아가는 냉각 팬 소리, 깜빡이는 수천 개의 LED 불빛. 그는 서버 한 대를 점검하며 잠시 멈춘다. 이 기계 하나가 소비하는 전력이 가정집 하나와 맞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엔 다른 생각이 스친다. 여기 저장된 데이터들은 누구의 것일까. 이 공간을 채우는 열기는 또 어디로 가는가.
2025년 1월, CBRE가 발표한 보고서는 데이터센터를 '정책 기반의 전략 자산'으로 규정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였다. 단순한 IT 인프라를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시설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정부와 기업들은 앞다투어 데이터센터 유치와 건설에 나서고 있다.
제임스 브라이들의 『새로운 암흑시대』는 우리가 디지털 인프라를 바라보는 시각에 균열을 낸다. 저자는 데이터센터를 현대의 대성당에 비유한다. 중세 대성당이 신의 권위를 물리적으로 구현했다면, 데이터센터는 알고리즘의 권위를 체현한다. 거대하고, 접근 불가능하며, 그 작동 원리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브라이들은 아이슬란드의 데이터센터를 방문한 경험을 서술한다. 빙하 옆에 자리한 거대한 창고, 차가운 공기를 이용해 서버를 냉각시키는 시설. 겉으로는 친환경적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 처리되는 데이터의 90%는 광고와 추적 정보다. 우리의 일상을 감시하고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빙하의 찬 공기로 숨을 쉰다.
데이터센터가 전략 자산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가가 이 시설을 통제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뜻인가, 아니면 기업의 이익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뜻인가. 한국의 데이터센터 대부분은 외국계 기업이 운영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데이터조차 상당 부분 해외 서버에 저장된다. 주권이란 무엇인가.
통계는 이 변화의 속도를 보여준다. 한국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019년 3.2테라와트시에서 2023년 7.8테라와트시로 증가했다. 4년 만에 두 배 이상이다. 2025년에는 10테라와트시를 넘어설 전망이다. 원자력발전소 1기가 연간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브라이들은 묻는다. 우리는 정말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는가.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우리의 이해도 깊어지는가. 오히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판단력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알고리즘은 복잡성을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은폐한다. 블랙박스 속에서 작동하는 규칙들이 우리 삶을 좌우한다.
데이터센터를 전략 자산으로 보는 시각은 기술을 중립적 도구로 보는 관점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특정한 가치관과 권력 구조를 내재한다. 데이터센터는 감시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다.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고 조작하는 시스템의 심장부다.
그 엔지니어는 서버실을 나선다. 바깥 세상은 여전히 밝고 시끄럽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거리를 걷는다. 그들이 생성하는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어딘가의 서버로 전송된다. 분석되고, 저장되고, 거래된다. 엔지니어는 문득 생각한다. 이 모든 연결이 정말 우리를 더 자유롭게 만들었을까.
새로운 암흑시대는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온다. 브라이들의 경고는 2025년 한국의 데이터센터 열풍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전략 자산이 된 데이터센터는 누구를 위한 전략인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