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 어느 날, 우리는 2025년을 어떻게 기억할까. 의료 디지털화가 완성된 원년? 아니면 공공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길을 잃은 시작점? 레몬헬스케어가 상급병원 80%에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미래의 누군가는 이 순간을 분기점으로 볼지도 모른다.
병원이 바뀐다. 종이 차트가 사라지고 클라우드가 들어선다. 의사는 태블릿으로 처방하고 환자는 앱으로 결과를 받는다. 효율적이다. 빠르다. 그런데 왜 불안한가. 기술이 해결하는 것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의 경계는 어디인가.
앤 마리 몰의 『돌봄의 논리』는 의료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구분한다. 선택의 논리와 돌봄의 논리. 전자는 환자를 소비자로, 의료를 상품으로 본다. 후자는 환자를 취약한 존재로, 의료를 관계로 이해한다. 디지털 전환은 어느 쪽을 향하는가.
상급병원 80%라는 수치가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성공? 아니면 집중? 대형병원은 시스템을 도입하고 중소병원은 뒤처진다. 도시는 연결되고 지방은 고립된다. 기술이 격차를 줄이는 게 아니라 늘리는 건 아닐까.
몰은 당뇨병 환자들의 일상을 추적한다. 혈당 측정기가 정확한 수치를 제공해도 환자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오늘 먹을 것, 운동할 시간, 약 먹는 타이밍. 기술은 데이터를 주지만 결정은 못 내린다. 돌봄은 그 사이에서 일어난다.
공공의료의 디지털화. 듣기 좋은 말이다. 하지만 공공은 무엇이고 디지털은 무엇인가.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정부가 관리한다는 뜻인가. 스마트폰이 없는 노인은? 개인정보를 우려하는 환자는?
의료 현장의 시간은 독특하다. 3분 진료라 비판받지만 그 3분이 누군가에겐 전부다. 디지털화가 그 시간을 늘려줄까 줄여줄까. 의사는 모니터를 보고 환자는 의사를 본다. 눈이 마주치지 않는 진료실.
몰이 강조하는 건 돌봄의 복잡성이다. 좋은 돌봄은 표준화될 수 없다. 각자의 몸, 각자의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이 복잡함을 담아낼 수 있을까. 아니면 평균으로 환원시킬까.
변화는 막을 수 없다. 기술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변화인지는 물어야 한다. 효율? 수익? 아니면 사람? 상급병원 80%라는 성과 앞에서, 나머지 20%를 생각한다. 그들은 왜 아직 바뀌지 않았을까. 못한 걸까, 안 한 걸까.
2025년 2월. 의료의 미래가 그려지는 지금. 우리는 어떤 의료를 원하는가. 빠르고 정확한? 아니면 느리더라도 따뜻한? 둘 다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기술이 답이 아니라 질문일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