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 지하철. 한 중년 여성이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관광 바우처 신청 페이지가 자꾸 오류를 일으킨다. 옆자리 청년은 능숙하게 화면을 넘기며 무언가를 주문한다. 같은 공간, 다른 속도. 디지털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간극이다.
이번 주, 한국관광공사가 관광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혁신바우처 사업을 시작했다. 3월 14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정부는 이를 두고 '관광산업의 미래 경쟁력'이라 말한다. 전환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무언의 경고.
그런데 전환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종이를 화면으로, 대면을 비대면으로 바꾸는 일일까. 아니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뜯어고치는 일일까. 질문은 간단해 보이지만 답은 그렇지 않다.
셰리 터클의 『외로워지는 사람들』은 2011년에 쓰였다. 스마트폰이 막 일상에 스며들던 시기. 그는 MIT 교수로서 학생들의 변화를 지켜봤다. 대화는 줄고 메시지는 늘었다. 만남은 줄고 접속은 늘었다. 연결은 많아졌는데 외로움은 깊어졌다.
터클이 주목한 건 '편집 가능한 자아'였다. 메시지는 고쳐 쓸 수 있다. 사진은 보정할 수 있다. 실시간 대화에서 느끼는 어색함, 침묵, 더듬거림이 사라진다. 완벽해 보이는 소통.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는가.
관광업계의 디지털 전환도 비슷한 맥락이다. 예약은 편해졌다. 결제는 간단해졌다. 정보는 넘쳐난다. 그런데 여행의 본질은 무엇이었던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고, 현지인과 어설픈 대화를 나누고, 예상치 못한 풍경과 마주치는 일 아니었나.
물론 효율성을 무시할 순 없다. 작은 여행사가 살아남으려면 디지털 도구가 필요하다. 온라인 마케팅 없이는 고객을 찾기 어렵다. 정부 지원도 그래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전환의 방향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서두르는가. 디지털화가 늦으면 정말 경쟁력을 잃는가. 아니면 경쟁력이라는 말 자체가 우리를 조급하게 만드는가. 터클은 이렇게 썼다. 우리는 기술을 사용하면서 기술에 사용당한다.
지하철에서 만난 그 여성을 다시 떠올린다. 그는 결국 신청을 포기했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을까.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뒤에 남겨두고 있는가.
전환은 필요하다. 하지만 속도는 조절할 수 있다. 방향은 바꿀 수 있다. 무엇보다 전환의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들을 기억해야 한다. 연결이 아닌 관계를, 정보가 아닌 경험을, 효율이 아닌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