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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3월 2째주] 청년 주거

도심의 빈 공간과 청년들의 좁은 방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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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서울의 높은 오피스 공실률과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 사이의 모순을 지적하며, 건축가 승효상의 '비움의 건축' 철학을 통해 공간 분배 문제의 본질을 조명한다. 폐교와 빈 사무실을 청년 주거로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누구를 위한 도시인지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3월 11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 빌딩. 30층 건물의 절반이 비어있다. 같은 시각, 신림동 고시원에서 한 청년이 1.5평 방에서 아침을 맞는다.

서울 도심 공실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재택근무 확산, 기업 구조조정, 상권 이동. 이유는 다양하다. 텅 빈 사무실들이 늘어가는 동안, 청년들은 여전히 좁은 방에서 살아간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주거의 최소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공간들이다.

승효상은 『빈자의 미학』에서 건축의 본질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 있다고 선언했다. 그가 말하는 빈자란 가난한 자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자를 가리킨다. 화려한 외관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의 오피스 빌딩들이 텅 빈 채 서 있는 풍경은, 그의 철학이 얼마나 시의적절한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2024년 서울 도심권 오피스 공실률은 약 9퍼센트에 달했다. 여의도와 강남까지 포함하면 빈 사무실 면적은 축구장 수백 개에 해당한다. 같은 시기 서울의 1인 가구 중 주거 빈곤층은 약 36만 명으로 추산된다. 승효상은 공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공간이 잘못 배분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누군가에게는 남아도는 공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리노베이션 스쿨 모델은 빈 건물을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전환하는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오래된 상가를 청년 창업 공간으로 바꾸고, 폐교를 예술가 레지던시로 탈바꿈시키는 시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승효상의 비움 철학은 이러한 전환의 사상적 토대가 될 수 있다. 새로 짓는 대신 비워진 것을 다시 채우는 것, 그것이 도시 재생의 출발점이다.

한국에서도 서울시가 빈 오피스를 청년 주거로 전환하는 시범 사업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용도 변경 절차의 복잡성과 건축법상 주거 기준 충족 문제, 건물주의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승효상은 건축이 법과 자본의 논리에 갇혀 있는 한 진정한 공간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제도가 사람을 따라가야지, 사람이 제도에 맞춰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빈자의 미학』이 포착하는 주거 문제의 핵심은 집이 삶의 공간이 아닌 투자 자산으로 전락한 현실이다. 부동산 시장의 논리가 주거권을 압도하면서, 안정적인 거처를 마련하는 일이 생존의 문제가 됐다.

한국의 주거 불평등은 세대 간 격차와 겹쳐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부모 세대의 자산이 자녀 세대의 주거 환경을 결정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자력으로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은 점점 더 비현실적인 것이 되고 있다.

전세 제도라는 한국 고유의 주거 형태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저금리 시대의 종언과 함께 전세의 경제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것은 이 구조적 변화의 한 징후다.

주거 정책이 공급 중심에서 수요 관리로, 소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이 가계 자산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에서 이런 전환은 기존 자산 보유자들의 저항에 부딪힌다.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승효상이 던지는 이 질문은 건축을 넘어 사회 전체를 향한다. 빈 빌딩 옆에서 좁은 방을 전전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우리 도시가 효율과 이윤의 논리로만 설계되어 왔음을 고발한다. 비움으로써 채우는 건축이 가능하다면, 빈 사무실로써 삶을 채우는 도시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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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년 1인 가구 거주 유형별 비율 최근값
2024년 서울시 청년주거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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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기타 증감
2024년 서울시 청년주거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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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기준
2024년 서울시 청년주거실태조사

서울시 청년주거실태조사(2024)에 따르면 서울 거주 만 19~34세 1인 가구의 월 평균 주거비는 소득의 37.2%를 차지한다. 전용면적 20㎡ 미만 원룸의 평균 월세는 55만 원으로 5년 전 대비 28% 상승했다. 반지하·옥탑방 거주 비율은 줄었지만, 이는 주거 환경 개선이 아니라 해당 주거 유형의 공급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청년층의 주거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1.3점으로 전 연령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승효상은 『빈자의 미학』에서 건축의 본질이 화려한 외관이 아닌 삶을 담는 그릇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빈자'의 건축은 가난의 건축이 아니라, 비움과 절제를 통해 진정한 풍요에 도달하는 건축이다. 그의 관점에서 한국의 아파트 중심 주거 문화는 삶의 다양성을 획일적 평면 안에 가두는 폭력이며, 부동산 투기는 집을 삶의 공간이 아닌 투자 상품으로 전락시킨 결과다.

승효상이 제안하는 건축의 원칙은 '풍토, 빈자, 지문'으로 요약된다. 그 땅의 기후와 문화에 순응하고, 과시가 아닌 생활에 충실하며, 그 장소만의 고유한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이 원칙으로 현재의 청년 주거 문제를 바라보면, 문제는 '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삶에 맞는 집이 없는 것'이다. 획일적 원룸은 효율적이지만, 공동체와 단절된 고립의 공간이기도 하다.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도 있다. 서울시는 2025년부터 '공유주거 활성화 조례'를 시행하며, 셰어하우스와 코리빙(Co-living) 공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시작했다. LH의 청년 매입임대주택 공급은 2024년 1만 2,000호로 확대되었고, 사회주택 인증제도도 도입되었다. 그러나 서울의 연간 신규 1인 가구 증가 수(약 5만)에 비하면 여전히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존엄과 직결된 문제다. 승효상의 말처럼 건축이 삶을 담는 그릇이라면,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제공하는 그릇은 너무 작고 너무 비싸다. 20대의 월급에서 40%가 월세로 빠져나가는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이라는 말은 희망인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인가.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청년 주거 불균형

기사는 서울 도심의 높은 오피스 공실률과 열악한 청년 주거 환경 간 모순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2
공간 활용 방안

기사는 폐교나 빈 사무실 등을 청년 주거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 접근을 소개한다.

3
누구를 위한 도시

기사는 청년 주거 문제를 통해 도시 공간이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는지 묻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서울 청년 1인 가구 거주 유형별 비율
출처: 서울시 청년주거실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