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큐온캐피탈 본사 12층. 이중무 대표는 모니터에 뜬 대출 승인율 그래프를 본다. AI가 2초 만에 판단한 신용등급. 거절당한 사람들의 이름은 화면에 남지 않는다. 그저 숫자로만 존재한다. 그는 디지털 전환이 가져온 효율성에 만족한다. 하지만 거절당한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묻지 않는다.
금융의 디지털화. 모두가 환영하는 변화처럼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3분이면 대출이 가능하고, AI가 신용을 평가한다. 은행 창구에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정말 모두에게 편리한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정규직이 아닌 사람들, 신용 기록이 부족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캐시 오닐이 쓴 『대량살상 수학무기』는 알고리즘이 만드는 차별을 파헤친다. 수학자였던 그녀는 월가에서 일하며 깨달았다. 공정해 보이는 알고리즘이 실은 기존의 편견을 더 견고하게 만든다는 것을. 우편번호 하나로 대출이 거절되고, 과거의 연체 기록 하나로 미래가 차단된다.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의 디지털 전환. 기사는 이를 '고도화의 결실'이라 표현한다. 모바일 앱 사용자가 늘고,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그 이면은 어떤가. 알고리즘이 배제한 사람들은 더 높은 금리의 사금융으로 내몰린다. 디지털 금융의 편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국의 비은행권 대출 잔액은 계속 늘어난다. 특히 저신용자 대출이 급증한다. 이들은 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났을까. 단지 신용점수가 낮아서일까. 아니면 디지털 시스템이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복잡성 때문일까. 비정규직, 프리랜서, 소상공인. 그들의 소득은 불규칙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オ닐은 말한다. 빈곤이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의 결과라고. 알고리즘은 과거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한다. 그런데 그 과거가 이미 불평등했다면? 차별의 역사가 데이터에 새겨져 있다면? 기계는 그것을 그대로 학습하고 재생산한다.
디지털 전환은 멈추지 않는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효율성이 곧 정의는 아니다. 배제된 사람들의 목소리는 데이터로 남지 않는다. 그들은 통계의 사각지대에 존재한다.
이중무 대표는 오늘도 디지털 혁신을 고민한다. 더 정교한 알고리즘, 더 빠른 승인.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만드는 시스템이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고 있지는 않은가. 기술의 진보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보인다. 불빛이 꺼진 곳들이 있다. 그곳에도 사람들이 산다. 대출을 거절당한 사람들, 디지털에서 소외된 사람들. 그들에게 금융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화면의 숫자는 계속 올라간다. 승인율, 수익률, 성장률. 하지만 숫자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무도 듣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의 금융. 그것은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