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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5월 3째주] 법의 언어, 삶의 온도

STO 법안 통과와 『법의 제국』이 묻는 정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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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국회가 증권형 토큰(STO) 발행 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기사는 로널드 드워킨의 『법의 제국』을 인용하며 법의 추상성과 삶의 구체성 사이의 간극을 조명한다. STO 허용이 청년 투자자들에게 진정한 기회가 될지 또 다른 불평등이 될지는 법안 이후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해석과 실천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2025년 5월 초, 국회는 증권형 토큰 발행(STO) 법안을 통과시켰다. 디지털 자산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평가 속에 금융당국은 후속 제도 마련에 분주하다.

법안이 통과되면 세상이 바뀔까. 자본시장법 개정안 몇백 페이지가 한국의 2030세대 투자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법조문의 건조한 문장들이 월급날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직장인의 한숨과 어떻게 만날까.

로널드 드워킨은 『법의 제국』에서 법이란 단순한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해석적 실천이라고 주장했다. 법관은 과거의 판례와 원칙들을 가장 정합적으로 해석해 현재의 사안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STO 법안도 마찬가지다. 조문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가 실질적인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한국의 STO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36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과 미술품, 지적재산권까지 토큰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다. 그러나 드워킨이 경고했듯이, 새로운 법이 기존의 불평등 구조 위에 세워질 때 그 법은 공정함의 외피를 쓴 불공정이 될 수 있다. 디지털 금융 리터러시의 격차가 새로운 투자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위험은 충분히 존재한다.

드워킨은 법의 정당성이 이른바 원칙의 공동체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시민들이 서로를 평등한 존엄의 주체로 대우하겠다는 약속이 법의 토대라는 것이다. STO 법안이 진정한 금융 민주화가 되려면, 소수의 기관투자자와 정보 접근성이 높은 이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반 시민도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STO를 둘러싼 규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는 라이선스 기반의 유연한 접근을 택했고, 미국 SEC는 기존 증권법의 엄격한 적용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이 어떤 경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드워킨의 표현을 빌리면, 같은 법률도 해석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낸다.

『법의 제국』이 법의 언어, 삶의 온도을 바라보는 시선은 표면적 현상 너머의 구조를 향한다. 로널드 드워킨은 개별 사건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대신, 그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적 조건을 추적한다. 이런 관점은 반복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법의 언어, 삶의 온도 문제의 핵심은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 있다. 법과 정책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하더라도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빈번하다. 로널드 드워킨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간극이다. 설계된 세계와 살아가는 세계 사이의 거리.

한국 사회에서 법의 언어, 삶의 온도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 구조, 인구 변화, 기술 발전, 세대 갈등 등 복합적인 요인과 얽혀 있다. 한 가지 변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이 정책 입안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는 법의 언어, 삶의 온도 분야에서도 독특한 양상을 만들어냈다. 선진국이 수십 년에 걸쳐 겪은 변화를 불과 한 세대 만에 경험하면서, 제도적 성숙 없이 양적 팽창만 이뤄진 측면이 있다.

결국 STO 법안은 기술과 법, 자본과 평등이 교차하는 시험대다. 디지털 토큰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자본시장의 오래된 불균형을 해소할 것인가, 아니면 더 정교한 형태의 배제를 만들어낼 것인가. 드워킨이 강조했던 것처럼, 법은 스스로 정의롭게 되지 않는다.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진지함이 법의 운명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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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2025년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 수는 약 1,500만 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24년 기준 3조 2,000억 원으로 코스닥 시장을 추월하는 날이 빈번해졌다.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상거래 감시, 예치금 분리보관,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지만, 디파이(DeFi)와 NFT 등 새로운 영역의 규제는 여전히 공백 상태다.

로널드 드워킨은 『법의 제국』에서 법이 단순한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공동체의 도덕적 원리를 해석하는 지속적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법관 헤라클레스' 사고실험은 이상적 판사가 기존 판례와 원리를 종합하여 가장 정합적인 해석을 도출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관점에서 가상자산 규제는 기존 금융법의 틀을 단순히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자산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맞는 원리적 해석을 요구한다.

드워킨은 법의 정당성이 '강제력'이 아니라 '정합성'에서 온다고 보았다. 즉 개별 법규가 전체 법체계의 원리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시민의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가상자산 규제가 투자자 보호와 기술 혁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유도 이 정합성의 부재에 있다. 같은 자산에 대해 과세당국, 금융당국, 기술부처가 서로 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는 현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외 사례를 보면 EU의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정은 2024년 12월 전면 시행되며 세계 최초의 포괄적 가상자산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반면 미국은 SEC와 CFTC 간 관할권 다툼이 계속되고 있고, 일본은 2023년 개정 자금결제법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한국은 이들 사이에서 자국 시장의 특수성에 맞는 독자적 법체계를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결국 가상자산 규제의 본질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철학적 문제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기술에 중앙집권적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태생적 긴장을 내포한다. 드워킨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권리 체계와 충돌할 때, 우리는 기술을 규제에 맞출 것인가, 규제를 기술에 맞출 것인가.'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법과 현실의 괴리

법의 추상성과 삶의 구체성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어, 법안이 실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이해관계자의 역할

STO 법안이 청년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지 불평등을 심화할지는 이해관계자들의 해석과 실천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다.

3
법의 언어와 삶의 모습

법조문의 추상성과 개인의 구체적 삶의 모습을 연결해, 법이 현실에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일평균 거래대금
출처: 금융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