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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7월 1째주] 교육개혁

두더지 게임이 된 교육 정책과 우리가 놓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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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없는 사회
학교 없는 사회
이반 일리치
학교 없는 사회이반 일리치 · 1971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한 아버지가 초등학생 아들과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방학 특강 시간표를 확인하는 목소리. 수학 심화반이 오전 9시, 영어 회화가 오후 2시.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아이는 방학을 어떤 마음으로 기다렸을까.

7월 초, 정부가 또다시 사교육 대책을 발표했다. 방과후 교실을 2학기에 300개 학교로 늘리고 2025년에는 모든 학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언론은 '두더지 잡기 게임'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나를 막으면 다른 곳에서 튀어나온다는 의미였다. 정책 입안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반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1971년)를 다시 펼쳤다. 반세기 전에 쓰인 책인데도 놀랍도록 현재적이었다. 일리치는 학교가 교육을 독점하면서 오히려 배움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교육 열풍을 보면 그의 통찰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일리치는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제도화된 가치'를 지적한다. 건강은 병원에서, 안전은 경찰에게서, 그리고 교육은 학교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믿음은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위축시킨다. 더 많은 학교, 더 긴 수업시간이 더 나은 교육을 의미한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한국의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2023년 기준 27조 1천억원에 달했다. 5년 전보다 4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정부가 사교육 경감 대책을 쏟아내는 동안 오히려 사교육비는 늘어났다. 역설적이지 않은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면, 우리가 문제 자체를 잘못 설정한 것은 아닐까.

일리치는 대안으로 '학습 네트워크'를 제안했다. 배우고 싶은 사람과 가르치고 싶은 사람이 자유롭게 만나는 구조다. 지금의 온라인 플랫폼을 예견한 듯한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자발적 학습조차 입시 경쟁력으로 환산된다.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자 코딩 학원이 생겨났고, 토론 수업이 강조되자 토론 과외가 등장했다.

지하철에서 만난 그 아버지와 아들이 다시 떠올랐다. 아버지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최선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 모두가 갇혀 있는 시스템을 재생산하는 것일까.

일리치의 질문은 여전히 날카롭다. 우리는 왜 배움을 학교에만 맡기는가. 왜 성장을 점수로만 측정하는가. 왜 미래를 준비한다며 현재를 저당 잡히는가. 이런 질문들을 던지지 않는 한, 사교육 대책은 계속 두더지 게임에 머물 것이다.

방학이 시작되었다. 학원 셔틀버스가 아파트 단지를 순회한다. 아이들은 여름방학이 아니라 '방학 중 학습'을 하고 있다. 일리치가 꿈꾼 '학교 없는 사회'는 학교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학교가 독점한 배움을 해방시키자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교육 정책이 아닐지도 모른다. 배움이 무엇인지, 성장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사교육비 총액 추이
출처: 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