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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7월 1째주] 부동산 금융의 그림자

금융 규제라는 이름으로 움직이는 부동산 정책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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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주택담보대출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실질적인 주거 정책으로 작동하고 있다. 신용 팽창과 수축의 역사적 패턴을 추적한 킨들버거의 분석을 통해, 금융과 부동산의 악순환 고리가 반복될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7월의 무더위 속에서도 상담 창구는 붐빈다. 그런데 이번엔 매수 문의가 아니다. 대출 규제가 바뀐다는 소문에 계약을 서두르는 이들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단지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하지만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LTV와 DTI 조정 하나가 아파트 가격의 등락을 좌우한다는 것을. 금리 인상보다 대출 규제가 더 직접적으로 주택 수요를 움직인다는 것을.

찰스 킨들버거는 1978년에 출간한 『광기, 패닉, 붕괴』에서 금융 위기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한 특성임을 밝혔다. 그가 추적한 400년간의 금융사에서 거품의 패턴은 놀라울 정도로 일관됐다. 신용 팽창, 투기 과열, 공포 확산, 그리고 붕괴. 2025년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이 고전적 순환의 어디쯤에 서 있는 것일까.

킨들버거가 특히 강조한 것은 이른바 전위(displacement)의 개념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도 변화가 투기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저금리 시대의 유동성 팽창이 그 전위 역할을 했다. 2020년부터 2년간 시중에 쏟아진 유동성은 주택 가격을 30퍼센트에서 40퍼센트까지 끌어올렸고, 뒤이은 급격한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의 뇌관을 건드렸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2024년 기준 GDP 대비 100퍼센트를 넘어섰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킨들버거의 분석틀로 보면, 이는 전형적인 과잉 신용의 징후다. 문제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면서 시장에 혼란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 완화 때마다 가수요가 몰리고, 규제 강화 때마다 거래가 얼어붙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킨들버거는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의 역할을 강조했다. 위기 시 중앙은행이 과감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고,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경기 부양이라는 상충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 이 딜레마 속에서 정책의 일관성은 점점 더 흐려지고 있다.

『광기, 패닉, 붕괴』이 분석하는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토지와 주택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 구조적 모순이다. 주거의 안정보다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집이 기능하는 사회에서 주거권은 공허한 구호로 남는다.

한국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부의 양극화는 근로소득만으로는 좁힐 수 없는 격차를 만든다. 일해서 번 돈보다 집값 상승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큰 사회에서 근로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은 정권마다 방향이 바뀌어 왔다. 규제와 완화를 오가는 정책의 시계추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그 불확실성은 다시 투기적 수요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찰스 킨들버거의 관점을 빌리면, 부동산 문제는 경제 정책만으로 풀 수 없다. 토지 공개념, 보유세 강화, 공공주택 확대 등 구조적 처방이 필요하지만, 기존 자산 보유자들의 정치적 저항이 개혁의 걸림돌이 된다.

부동산이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 자체가 된 현실에서, 금융 정책은 곧 생존의 문제다. 킨들버거가 살아 있다면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집이라는 자산 위에 쌓아올린 빚의 탑이 무너질 때, 누가 그 잔해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가. 그 대답이 언제나 서민이라면, 우리의 금융 시스템은 과연 누구를 위해 설계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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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추이 최근값
한국은행·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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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5 증감
2025년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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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기준
2020년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한국은행이 2025년 3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 총액은 1,886조 원으로 GDP 대비 101.7%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24년 4분기 기준 0.38%로 2020년(0.14%) 대비 2.7배 증가했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2%에 달해 금리 인상기에 가계의 상환 부담이 급격히 가중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찰스 킨들버거는 『광기, 패닉, 붕괴』에서 금융위기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된 반복적 패턴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위기의 5단계 모델—전위, 호황, 과열, 고통, 혐오—은 1637년 네덜란드 튤립 버블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일관되게 적용된다. 핵심은 시장 참여자들이 '이번에는 다르다'고 확신하는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는 통찰이다.

킨들버거의 분석틀로 보면 한국 부동산 시장은 전형적인 '과열' 단계의 특징을 보인다. 저금리 시기의 유동성 팽창이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고, 영끌·빚투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대중적 투기 심리가 확산되었다. 그는 이런 국면에서 '최종 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보았는데, 개입의 시점과 규모가 위기의 깊이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현재 한국의 상황은 킨들버거가 경고한 '고통' 단계로의 전환 신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24년 하반기 대비 35% 감소했고, 전세사기 피해 규모는 누적 2조 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DSR 규제 강화와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미 축적된 부채의 규모를 고려하면 연착륙의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

역사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듯, 금융위기의 가장 큰 비용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의 파괴다. 대출을 갚지 못해 집을 잃은 가정,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청년—이들의 경험은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전이된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번에는 정말 다른'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킨들버거의 예언처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것인가.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부동산 정책의 주된 수단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실질적인 주거 정책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금융-부동산 악순환의 경고

금융과 부동산의 관계의 역사적 분석을 통해, 이들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3
시장 민감성 강조

LTV와 DTI 조정이 아파트 가격 등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며, 부동산 시장의 민감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추이
출처: 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