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7월의 무더위 속에서도 상담 창구는 붐빈다. 그런데 이번엔 매수 문의가 아니다. 대출 규제가 바뀐다는 소문에 계약을 서두르는 이들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단지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하지만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LTV와 DTI 조정 하나가 아파트 가격의 등락을 좌우한다는 것을. 금리 인상보다 대출 규제가 더 직접적으로 주택 수요를 움직인다는 것을.
1997년 외환위기 직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5%까지 올렸다. 극단적인 조치였지만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견고했다. 왜였을까. 당시엔 주택담보대출이라는 금융상품 자체가 희귀했기 때문이다. 집을 사는 일과 돈을 빌리는 일이 아직은 별개였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28년. 이제 주택과 금융은 분리할 수 없는 한 몸이 되었다. 2025년 한국의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는다. 집값의 70~80%를 대출로 조달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금융 규제는 곧 주거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찰스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는 17세기 튤립 버블부터 1990년대 일본 부동산 거품까지 금융 역사의 순환을 추적한다. 그가 발견한 패턴은 명확하다. 모든 거품은 신용의 팽창에서 시작되고, 신용의 수축으로 끝난다. 부동산은 단지 그 신용이 머무는 그릇일 뿐이다.
킨들버거는 묻는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가. 그의 답은 양면적이다. 개입하면 도덕적 해이를 부르고, 방치하면 시스템이 붕괴한다. 이 딜레마는 2025년 한국의 금융당국이 직면한 문제와 다르지 않다.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20년 0.14%에서 2025년 0.47%로 상승했다. 여전히 낮은 수치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금리 인상기를 거치며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규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대출이 막힌 실수요자들은 전세로 밀려나고, 전세 수요 증가는 전세가를 끌어올린다. 전세가 상승은 다시 매매가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과 부동산의 연쇄 고리는 이렇게 작동한다.
킨들버거는 1873년 오스트리아 부동산 붕괴 사례를 들며 경고한다. 신용이 만든 번영은 신용과 함께 사라진다. 그때 남는 것은 빚과 콘크리트뿐이다. 150년 전 빈의 교훈이 오늘 서울에서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금융이 부동산을 움직이는가, 부동산이 금융을 끌고 가는가. 이 물음에 답은 없다. 둘은 이미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고 아무리 강변해도, 시장은 이미 그 연결고리를 읽고 움직인다. 7월의 뜨거운 공기 속에서도 부동산 중개업소가 붐비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