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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7월 3째주] 청년 주거

13.5억 원짜리 서울 아파트와 청년들의 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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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과 돌
살과 돌
리처드 세넷
살과 돌리처드 세넷 · 1994

2045년쯤 되면 지금의 청년들은 어떤 집에서 살고 있을까. 그들이 중년이 되었을 때 돌아볼 2025년 7월의 서울은 아마도 기이한 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평균 아파트값 13.5억 원. 중위소득 가구가 평생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20년이 넘게 걸리는 가격이다.

국공유지 활용 방안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청년과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도심의 유휴 국공유지를 개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언제부턴가 이런 논의는 주기적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왜 실현되지 못하는가. 아니, 왜 계속 같은 이야기만 돌고 도는가.

리처드 세넷의 『살과 돌』은 도시가 인간의 몸을 어떻게 배치하고 통제해왔는지 추적한다. 고대 아테네부터 현대 뉴욕까지, 도시는 늘 누군가를 중심부에 두고 누군가를 주변부로 밀어냈다. 청년들이 도심에서 밀려나는 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일까. 아니면 도시가 작동하는 더 깊은 원리가 있는 것일까.

세넷은 18세기 파리의 광장 설계를 분석하며 흥미로운 지적을 한다. 광장은 열린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계층만이 점유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벤치의 방향, 나무의 배치, 심지어 바닥의 재질까지도 누가 머물고 누가 지나가야 하는지를 규정했다.

2025년 서울의 국공유지는 어떤가. 텅 비어 있거나 주차장으로 쓰이는 땅들. 활용 방안을 논의할 때마다 나오는 것은 효율성과 수익성이다. 청년 주거?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무엇이 현실적이고 무엇이 비현실적인지는 누가 정하는가.

세넷은 도시가 몸을 다루는 방식이 곧 그 사회가 시민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했다. 중세 도시는 전염병을 두려워해 이방인의 몸을 격리했고, 근대 도시는 노동하는 몸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려 했다. 그렇다면 청년의 몸을 도심 밖으로 밀어내는 현대 서울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국토부 통계를 보면 서울의 빈집은 계속 늘고 있다. 아파트가 13.5억 원이고 빈집이 늘어난다. 이 역설적인 현상 속에서 청년들은 반지하와 옥탑방, 고시원과 원룸을 전전한다. 도시는 그들에게 말한다. 여기는 너희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하지만 청년들도 도시의 일부다. 그들이 일하고, 소비하고, 관계를 맺으며 도시를 살아있게 만든다. 그들 없는 도시는 박물관이 될 것이다. 깨끗하고 질서정연하지만 생명력을 잃은 공간.

국공유지 활용 논의가 또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다를까. 세넷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도시가 시민의 몸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그 도시의 품격을 결정한다면, 지금 서울은 스스로에게 어떤 점수를 줄 수 있을까.

2045년의 중년들이 지금을 회고할 때, 그들은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13.5억 원이라는 숫자일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어딘가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간 청춘의 기억일까. 도시는 돌로 만들어지지만, 결국 살아있는 것은 그 안의 사람들이다.

서울시 빈집 현황
출처: 국토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