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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8월 2째주] 청년일자리

국가가 인증하는 일자리와 젊은이들이 찾는 일의 의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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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생각하기
손으로, 생각하기
매슈 크로포드
손으로, 생각하기매슈 크로포드 · 2010

아침 8시 30분, 구로디지털단지역 2번 출구. 검은 정장을 입은 청년들이 쏟아져 나온다. 스물다섯 살 김 모 씨도 그중 하나다. 대기업 계열사 신입사원. 부모님은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갔다며 안심하지만, 그는 매일 아침 같은 질문을 품고 지하철을 탄다. 이 일이 정말 내가 원했던 일인가.

고용노동부가 '청년일자리 강소기업'을 정부가 직접 인증한다고 발표했다. 임금, 고용안정성, 복지수준을 평가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추천하겠다는 취지다. 정부 인증마크가 붙은 기업이라면 청년들이 안심하고 지원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깔려있다.

그런데 청년들이 일자리를 고를 때 정말 정부의 인증마크를 보고 결정할까. 아니, 애초에 '좋은 일자리'란 무엇일까.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시대에 사치스러운 질문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매슈 크로포드는 《손으로, 생각하기》에서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버리고 오토바이 정비공이 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명문대에서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워싱턴의 싱크탱크에서 일했던 그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일이 아무런 실체가 없음을 깨닫는다. 보고서를 쓰고, 회의를 하고, 이메일을 보내지만 무엇을 만들어냈는지 알 수 없었다.

정비소에서 그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만난다. 고장 난 오토바이가 들어오면 문제를 진단하고, 부품을 교체하고, 엔진을 조정한다. 몇 시간 후 오토바이는 다시 달릴 수 있게 된다. 손으로 만질 수 있고,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 그것이 주는 만족감은 높은 연봉이나 사회적 지위와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한국의 청년들도 비슷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20~30대 청년층의 이직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개월에 불과하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도 27.7%에 달한다. 안정적이라는 일자리에서도 청년들은 끊임없이 떠난다.

크로포드는 이렇게 쓴다. 현대의 사무직 노동은 점점 더 추상화되고 있으며,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엑셀 시트를 채우고, 파워포인트를 만들고,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그것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일의 실체가 사라질수록 노동자는 소외된다.

정부가 인증하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보면 흥미롭다. 임금수준, 4대 보험 가입률, 정규직 비율 같은 정량적 지표들이 대부분이다. 일의 내용이나 의미, 성장가능성, 자율성 같은 것들은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빠져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일자리를 떠나는 진짜 이유는 바로 그 측정 불가능한 영역에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생존이 먼저다. 월세를 내야 하고, 학자금을 갚아야 하고,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청년들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자신의 일이 가진 의미를 묻고 있다.

김 씨는 오늘도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내릴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곳에서 내릴지도 모른다. 정부가 인증한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에서. 그곳이 정비소일 수도, 공방일 수도, 작은 스타트업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노동이 세상과 만나는 지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층(20~30대)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 추이
출처: 한국고용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