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8월, 행정안전부가 피서철 바가지요금 단속을 발표하며 슬쩍 언급한 문장이 있었다. 어촌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짧은 설명이었다. 정책 발표의 부연으로 지나가버린 이 한 줄이 오히려 더 무겁게 남는다.
어촌의 고령화.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는 막연한 단어다. 바다를 찾는 것은 휴가철뿐이고, 그마저도 리조트나 펜션에 머문다. 어민들의 삶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빈 배들이 늘어간다는 현실도 모른다.
마이클 폴란은 『잡식동물의 딜레마』에서 현대인이 먹거리의 생산 과정과 얼마나 단절되어 있는지 추적한다. 옥수수가 어떻게 자라고, 소가 어떻게 길러지는지 아는 이는 거의 없다. 마트의 포장육만 본다. 어촌도 마찬가지 아닐까. 횟집의 수조에 담긴 생선만 보고, 그것을 잡아 올린 손들은 보지 못한다.
폴란이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가 먹는 것은 어디서 오는가. 이 질문을 어촌에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먹는 생선은 누가 잡는가. 그 누군가가 사라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통계가 말해주는 현실은 차갑다. 어가인구는 2018년 11만 3천명에서 2023년 8만 7천명으로 줄었다. 5년 사이 23%가 사라졌다. 더 충격적인 것은 65세 이상 비율이다. 2018년 35.2%에서 2023년 42.8%로 뛰었다. 절반에 가까운 어민이 노인이다.
폴란은 산업화된 농업이 만들어낸 거리감을 파헤쳤다. 효율성의 이름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멀어졌고, 그 사이를 거대 기업이 메웠다. 한국의 어촌도 비슷한 길을 걷는 것은 아닐까. 다만 여기서는 기업이 아니라 공백이 그 자리를 채운다.
젊은이들이 떠난 어촌에서 노인들이 그물을 던진다. 힘에 부친다. 배를 띄우는 날이 줄어든다. 어획량이 준다. 수입 수산물이 그 빈자리를 메운다. 소비자는 원산지 표시만 확인하고 지나간다. 연결의 고리는 끊어졌다.
피서철 바가지요금을 단속한다는 정책 발표가 아이러니하다. 관광객을 위한 대책을 세우면서, 정작 그 바다를 지키는 이들의 위기는 한 줄로 처리된다. 무엇이 더 시급한 문제일까. 일시적인 요금 문제일까, 구조적인 소멸 위기일까.
폴란은 책 말미에서 대안을 제시한다. 생산자와 직접 연결되라고. 농부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라고. 한국의 어촌에도 같은 처방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만날 어민이 남아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귀가 우리에게 있을까.
고령화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문제다. 기술과 지혜, 삶의 방식과 공동체. 그 모든 것이 노인들과 함께 바다로 돌아간다.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