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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8월 4째주] 청년주택

400억 채무인수가 드러낸 주거 정책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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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사회
젠더와 사회
김현미
젠더와 사회김현미 · 2014

당신이 매일 지나는 그 역 앞 건물이 청년주택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가. 광운대역 청년주택 프로젝트가 400억원 채무인수로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8월 18일 전해졌다. 현대아산이 시공을 맡은 이 건물은 이제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청년주택이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 있었을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런 명칭은 존재하지 않았다. 원룸, 고시원, 반지하가 청년들의 주거를 대변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주택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냈고, 역세권마다 이런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400억원이라는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 이것은 단순히 건축비나 토지비의 합이 아니다. 누군가의 주거권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의 총합이다. 시공사, 금융기관, 공공기관, 그리고 입주할 청년들. 각자의 계산법은 다르지만 모두가 이 숫자 안에서 움직인다.

김현미가 쓴 『젠더와 사회』(2014)는 주거를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사회적 관계의 장으로 본다. 청년주택이라는 명명 자체가 이미 특정한 삶의 방식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립적이되 임시적인, 개인적이되 관리되는 삶.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청년을 어떻게 상상하고 있는지 묻는다.

실제로 청년주택의 평균 거주 기간은 2.3년에 불과하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안정적인 주거가 아니라 통과의례라는 뜻이다. 청년들은 여기서 잠시 머물다가 다시 떠난다. 더 나은 곳으로? 아니면 또 다른 임시 거처로?

채무인수라는 금융 용어가 낯선 당신에게 설명하자면, 이것은 누군가의 빚을 다른 누군가가 떠안는다는 뜻이다. 현대아산이 떠안은 400억원의 빚은 결국 임대료로 회수될 것이다. 그 임대료는 누가 내는가. 바로 청년들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청년층의 월평균 주거비 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45만원에서 2023년 68만원으로 51%나 올랐다. 같은 기간 청년층 평균 소득 증가율은 23%에 그쳤다. 이 격차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광운대역 청년주택에는 4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400개의 방, 400명의 청년, 400개의 꿈. 하지만 이들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진짜 집을 가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청년주택이 징검다리인지 함정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김현미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주거 불안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청년주택이라는 해법이 과연 이 구조를 바꾸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유지하고 있는가.

당신이 내일 아침 광운대역을 지날 때, 그 청년주택 건물을 한 번 올려다보길 바란다. 400억원의 무게가, 400명의 청년이, 그리고 우리 사회의 주거 정책이 그 안에 담겨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청년층 월평균 주거비 지출 추이
출처: 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