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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8월 4째주] 청년주택

400억원의 채무인수와 누구를 위한 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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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 2012

현대아산이 광운대역 청년주택 프로젝트에서 400억원의 채무를 인수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사업이 시공사의 부담으로 돌아온 것이다.

채무인수. 그 두 글자가 품은 무게를 생각한다. 청년을 위한다던 정책이 왜 시공사의 짐이 되었을까. 누군가는 이를 부동산 시장의 자연스러운 순환이라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뿐일까.

마이클 샌델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시장의 언어가 모든 영역을 침범하는 현상을 추적한다. 그는 묻는다. 주거가 상품이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집이 투자 대상이 되면 누가 배제되는가.

청년주택이라는 이름표를 단 건물들이 늘어난다. 정부는 공급 실적을 발표하고 언론은 숫자를 보도한다. 그런데 정작 청년들은 어디에 있는가. 월세를 내며 방 한 칸에 머물거나, 부모의 집에서 독립을 미루고 있다.

샌델이 지적한 시장 논리의 확산은 한국의 청년주택 정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공공성을 표방하지만 결국 수익성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청년을 위한다는 명분과 사업성을 추구하는 현실 사이에서 정책은 표류한다.

400억원. 그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단순히 한 기업의 재무적 부담일까. 아니면 청년 주거 정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의 증거일까. 채무인수라는 차가운 용어 뒤에는 집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현실이 숨어 있다.

샌델은 시장가치와 비시장가치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거는 어느 쪽에 속하는가. 청년들에게 집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다. 하지만 정책은 여전히 공급량과 수익률의 언어로 말한다.

광운대역 청년주택의 채무인수 소식을 들으며 생각한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어떤 집을 약속했는가. 그리고 그 약속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서울시 청년 1인가구 주거형태
출처: 서울시 주거실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