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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9월 3째주] 청년주거

찾아가는 상담소가 드러낸 주거의 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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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사람들
쫓겨난 사람들
매슈 데스몬드
쫓겨난 사람들매슈 데스몬드 · 2016

매달 말이면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손길이 떨린다. 월세 이체 날짜가 다가오면 숨이 가빠진다. 전세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이사를 가야 할지, 대출을 늘려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청년들에게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다. 생존의 최전선이 되어버렸다.

국토교통부가 '찾아가는 청년주거상담소'를 운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청년들이 겪는 주거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상담해주겠다는 취지란다. 복잡한 주거 정책을 설명하고, 맞춤형 지원 방안을 안내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청년들은 묻는다. 상담으로 월세가 내려가는가. 전세 사기를 막을 수 있는가.

문제는 상담의 부재가 아니었다. 청년들은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어떤 조건을 갖춰야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지, 대출 한도가 얼마인지, 어느 지역이 그나마 저렴한지. 정보는 넘쳐나지만 선택지는 없다.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30퍼센트를 넘어서면 주거빈곤이라 부른다. 서울에 사는 청년 절반이 이 기준을 넘어섰다.

매슈 데스몬드는 『쫓겨난 사람들』에서 미국 밀워키의 퇴거 현장을 8년간 추적했다. 그가 목격한 것은 단순한 주거 불안이 아니었다. 주거가 불안정해지면 일자리를 잃고, 아이들은 학교를 옮겨 다니며, 의료 서비스에서 멀어진다. 빈곤이 주거 불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주거 불안이 빈곤을 고착화시킨다는 역설이었다.

한국의 청년들도 비슷한 굴레에 갇혀 있다. 월세가 오르면 부업을 늘리고, 부업이 늘면 본업에 소홀해진다. 이직을 준비할 시간도, 자기계발을 할 여유도 사라진다. 집 때문에 미래를 저당 잡힌 채 현재에 갇혀버린다. 데스몬드가 말한 '착취의 연쇄'가 서울의 원룸촌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 주거 문제를 '공급 부족'으로 진단한다. 더 많은 임대주택을 지으면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데스몬드의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다르다. 문제는 집의 개수가 아니라 주거가 상품이 된 구조 자체다. 임대업이 수익 사업이 되고, 전월세가 투자 수단이 되는 한, 청년들의 주거권은 언제나 뒷전일 수밖에 없다.

찾아가는 상담소가 청년들을 만날 때, 그들이 듣게 될 이야기는 무엇일까. 대출 상품 안내일까, 임대주택 신청 요령일까. 아니면 왜 당신들의 삶이 이토록 불안정한지, 그 구조적 원인을 함께 들여다볼까. 상담이 필요한 것은 청년이 아니라 이 사회의 주거 시스템인지도 모른다.

월세이체일이 다가올 때마다 불안해하던 그 손길들이, 언젠가는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집이 다시 삶의 토대가 될 수 있을까. 질문은 여전히 무겁게 남아있다.

서울 청년 1인가구 월평균 주거비
출처: 서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