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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0월 2째주] 기후재난의 일상화

이상기후가 삶의 조건이 된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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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2025년 한국의 폭염, 가뭄, 폭우 등 극단적 기후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기후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다. 클라이브 해밀턴의 『인류세의 시간』을 통해 인간이 지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묻는 기사다.

호주 남부의 한 농가에서 양떼가 말라버린 땅 위에 서 있다. 『인류세의 시간』에서 클라이브 해밀턴은 이 장면을 묘사하며 묻는다. 지구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났을 때,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는가. 2025년 한국의 여름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처럼 펼쳐졌다.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5%까지 떨어져 제한 급수가 시행되던 그때, 다른 지역에서는 폭우로 도로가 침수되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극단의 기후. 이것이 이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일상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는 단 한 해 동안 폭염, 산불, 가뭄, 폭우가 모두 역대 최악 수준으로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6월부터 시작된 이른 더위는 10월까지 이어졌고, 농작물은 고사했으며, 어떤 곳에서는 식수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해밀턴은 인류세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존재론적 전환점으로 본다. 인간이 지구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시대. 그런데 정작 그 변화의 주체인 인간은 자신이 초래한 결과 앞에서 무력하다. 제한 급수를 받으며 물을 아끼는 시민들, 폭우에 침수된 집을 복구하는 사람들. 그들은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기후변화를 다루는 뉴스들은 대개 숫자로 가득하다. 평균 기온 상승 폭, 강수량 변화율, 이산화탄소 농도. 하지만 실제로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것은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물이 나오지 않는 순간이다. 장마철인데도 텃밭의 작물이 말라죽는 것을 보는 순간이다. 해밀턴이 지적하듯,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과거의 패턴으로는 미래를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정부는 정책 실행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개인의 삶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더디다. 오히려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적응해간다. 빗물을 모으고, 절수 습관을 들이고, 극한 날씨에 대비한다. 이것은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해밀턴은 인류세를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지구가 더 이상 안정적인 배경이 아니라 능동적인 행위자가 되었음을 인정하는 것. 2025년의 이상기후는 그 사실을 우리 앞에 선명하게 드러냈다. 폭염과 가뭄과 폭우가 동시에 일어나는 이 비정상이 이제 정상이 되었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공포와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고, 외면하고 부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밀턴이 제안하는 것은 다른 길이다. 인간이 지구와 맺는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것. 지배자가 아닌 지구 시스템의 일부로서 자신을 재정의하는 것.

『인류세의 시간』이 경고하는 기후 위기의 본질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불평등의 심화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가장 적게 배출한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구조적 부정의가 기후 문제의 핵심이다.

한국은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세계 상위권이면서도 기후 취약국이기도 하다. 집중호우, 폭염, 한파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강릉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서울의 도로가 물에 잠기는 2025년. 우리는 이미 인류세를 살고 있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렇게 바뀔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통제할 수 없는 지구와 함께 사는 법을 우리는 배울 수 있을까. 해밀턴의 책은 그 첫 번째 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숫자로 보는 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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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
2025년 한국농어촌공사 저수지 수위 관측 자료

해밀턴은 인류세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존재론적 전환점으로 본다. 인간이 지구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시대. 그런데 정작 그 변화의 주체인 인간은 자신이 초래한 결과 앞에서 무력하다. 제한 급수를 받으며 물을 아끼는 시민들, 폭우에 침수된 집을 복구하는 사람들. 그들은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기후변화를 다루는 뉴스들은 대개 숫자로 가득하다. 평균 기온 상승 폭, 강수량 변화율, 이산화탄소 농도. 하지만 실제로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것은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물이 나오지 않는 순간이다. 장마철인데도 텃밭의 작물이 말라죽는 것을 보는 순간이다. 해밀턴이 지적하듯,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과거의 패턴으로는 미래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일상의 위기 인식

기후재난이 통계 수치가 아닌 수도꼭지의 물, 말라죽은 작물 같은 구체적 경험으로 다가오면서 추상적 환경 문제가 생존의 현안이 됐다. 극한 날씨의 예측 불가능성이 심화되고 있다.

2
존재론적 전환 이해

인류세는 단순한 환경 오염이 아니라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시대다. 지배자 위치에서 지구 시스템의 일부로 자신을 재인식해야 하는 철학적 전환이 요구된다.

3
새로운 적응 전략 모색

정부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며, 빗물 모으기, 절수 습관 등 개인과 지역사회 차원의 자생적 적응 방식이 점증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시대의 생활방식을 스스로 창조하는 과정이다.

국내 기상재해 피해액 추이
출처: 행정안전부 재해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