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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0월 4째주] 지방소멸

빈집이 늘어나는 속도와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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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지방소멸이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학교·병원·버스 폐지로 가속화되고 있으며, 지자체별 빈집 정비 예산에 100배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지방소멸' 예측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한국도 임계점을 넘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276억원. 고창군이 4년간 확보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이다. 한 지자체가 소멸을 막기 위해 쏟아붓는 돈. 그런데 정작 빈집 정비 예산은 시도별로 100배 격차가 난다. 어떤 곳은 수십억원을, 어떤 곳은 수천만원을 쓴다.

빈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사람이 떠난 자리다. 가족이 흩어진 흔적이다. 마을이 조각나는 증거다. 악취가 나고 범죄 우려가 있다고 철거하면 끝일까.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 위에 새 건물을 올린다고 공동체가 되살아날까.

마스다 히로야는 2014년 출간한 『지방소멸』에서 일본의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2040년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그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었다. 20대에서 39세 사이 여성 인구의 급감이 출산율 회복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한국의 상황은 일본보다 더 급박하다. 2024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3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마스다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제안했다. 모든 지역을 살리려는 시도는 오히려 모든 지역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 거점 도시를 집중 육성해 인구의 이른바 '댐'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로 빨려들어가는 인구 흐름을 중간에서 막아낼 수 있는 매력적인 중소도시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이 전략은 한국의 혁신도시 정책과 맞닿아 있지만, 실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빈집 문제의 이면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숨어 있다. 마스다는 지방소멸의 본질이 경제적 쇠퇴가 아니라 관계의 소멸이라고 진단했다. 마을 축제가 사라지고, 이웃 간 돌봄이 끊기고, 세대 간 기억의 전달이 중단될 때 지역은 비로소 죽는다. 건물은 남아 있어도 공동체는 이미 사라진 뒤다. 콘크리트 잔해보다 먼저 무너진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이다.

한국의 지방소멸 대응 예산은 2023년 기준 연간 1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대부분이 출산장려금이나 이주민 정착금 같은 단기 처방에 집중돼 있다. 마스다가 경고한 것처럼 돈을 뿌리는 것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다. 젊은이들이 지역에 남으려면 일자리뿐 아니라 문화와 교육, 의료 인프라가 총체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지방소멸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에 관한 문제다.

『지방소멸』이 제시한 소멸 메커니즘의 핵심은 젊은 여성의 유출이다. 출산과 양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20대 여성이 떠나기 시작하면, 출생률 감소와 인구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지역은 돌이킬 수 없는 축소 경로에 진입한다.

지방 활성화를 위한 정부 예산은 매년 수조 원에 달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일회성 축제와 관광 인프라 투자로는 인구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의 격차를 줄이지 않는 한 예산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한국의 지방소멸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다. 수도권 집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KTX 같은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지방 인구의 수도권 흡수를 가속화하는 역설적 효과를 내고 있다.

결국 지방소멸 문제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효율의 논리로 지역을 줄 세울 것인가, 아니면 다양성의 가치를 지킬 것인가. 모든 마을이 살아남을 수는 없다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보낼 것인지를 누가 결정할 수 있는가. 마스다의 책이 던진 경고가 한국 사회에서 현실이 되어가는 지금, 이 물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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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빈집 비율 추이 최근값
통계청 주택총조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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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20 증감
2020년 통계청 주택총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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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기준
2015년 통계청 주택총조사

행정안전부가 2025년 12월 발표한 '인구감소지역 지정 현황'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9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전체 기초지자체의 39%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전남·경북 지역은 지정률이 70%를 넘어섰으며, 2020년 대비 지정 지역이 20곳 이상 늘어났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47년까지 비수도권 인구는 현재의 65%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소멸』에서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닌 '소멸'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그의 핵심 논지는 20~39세 여성 인구의 이동이 지역 존속의 결정적 변수라는 것이다. 젊은 여성이 떠난 지역은 출산율 회복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지며, 이는 학교 폐교, 의료기관 폐업, 대중교통 폐선의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그는 이를 '축소 스파이럴'이라 명명했다.

마스다는 모든 지역을 동일하게 살릴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전략적 축소'와 '거점 집중'을 통해 생활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 도시를 선별하고, 주변 지역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압축 도시' 모델을 제안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균형발전 정책은 제한된 자원을 분산시켜 오히려 모든 지역의 소멸을 앞당기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

일본은 2014년 마스다 보고서 이후 '지방창생' 정책을 본격 추진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도쿄 일극집중은 오히려 심화되었다. 한국도 세종시 건설, 혁신도시 이전 등 유사한 정책을 시행했으나 수도권 집중률은 2024년 기준 50.7%로 사상 처음 절반을 넘겼다. 정책의 방향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결국 지방소멸 문제는 단순히 '어떻게 사람을 붙잡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삶의 형태를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귀결된다. 빈집이 늘어나는 마을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주민들은 무엇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효율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장소에 대한 애착과 기억은, 정책 설계에서 어떤 무게를 가져야 하는가.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지방소멸의 현실화

이 기사는 지방소멸이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학교·병원·버스 폐지로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지자체간 자금 격차

이 기사는 빈집 정비 예산에 지자체별 100배 격차가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지방소멸 대응에 어려움이 있음을 시사한다.

3
지방소멸의 근본대책 필요

이 기사는 일본의 지방소멸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임계점을 넘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전국 빈집 비율 추이
출처: 통계청 주택총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