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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2월 3째주] 교육개혁의 문턱

30조원의 사교육비가 말해주는 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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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란 무엇인가
학교란 무엇인가
하르트무트 폰 헨티히
학교란 무엇인가하르트무트 폰 헨티히 · 1993

당신의 자녀는 몇 시에 학원에서 돌아오는가. 아니, 당신은 몇 살 때부터 학원에 다녔는가. 이 질문이 불편하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2월 15일, 사회대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대통령령으로 탄생한 이 위원회가 교육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소식은, 2025년 사교육비가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전해졌다. 30조원. 국방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이 숫자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독일의 교육철학자 하르트무트 폰 헨티히는 『학교란 무엇인가』에서 묻는다. 학교가 삶을 위한 준비 기관이라면, 왜 아이들은 학교에서 삶 자체를 살아갈 수 없는가. 그의 질문은 1993년에 던져졌지만, 2025년 한국의 교실은 여전히 답하지 못한다.

헨티히가 주목한 것은 학교의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시간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우리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으로 향한다. 삶을 준비하느라 삶을 살 시간이 없는 역설.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 참여율 추이를 보면, 2018년 72.8%에서 2023년 78.5%로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초등학생의 참여율이다. 2023년 기준 85.5%에 달한다. 열 명 중 아홉 명 가까운 초등학생이 방과 후 학원으로 향한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생방송으로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뜨려야 교육개혁도 가능하다는 그의 진단은 날카롭다. 집값 상승을 위해 좋은 학군을 만들고, 좋은 학군을 위해 사교육에 매달리는 고리. 그 고리의 한쪽 끝에는 30조원이, 다른 끝에는 우리 아이들의 잃어버린 시간이 있다.

헨티히는 학교가 '작은 사회'여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실수하고, 갈등하고, 화해하며 성장할 수 있는 공간. 그런데 우리는 학교를 대학 진학을 위한 통과의례로만 만들어버렸다.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문제의 정답이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태도인데, 우리는 정답만을 가르치고 있다.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30조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경제적 부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서 빼앗은 시간의 대가다. 학원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지친 얼굴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사회대개혁위원회의 출범이 진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30조원이라는 숫자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교육개혁은 제도의 문제이기 이전에 우리가 아이들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당신의 아이가, 혹은 당신이 학원에서 보낸 그 시간들을 떠올려보라. 그 시간에 우리가 정말로 배운 것은 무엇이었는가. 어쩌면 우리가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삶을 살라고 가르치고 있는가.

초중고 사교육 참여율 추이
출처: 교육부 사교육비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