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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12월 3째주] 교육개혁의 문턱

30조원의 사교육비가 말해주는 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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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사회대개혁위원회가 교육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가운데, 2025년 사교육비가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사는 학교를 대학 진학 준비 기관으로만 여기며 아이들의 삶의 시간을 빼앗는 한국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며, 진정한 교육개혁은 아이들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당신의 자녀는 몇 시에 학원에서 돌아오는가. 아니, 당신은 몇 살 때부터 학원에 다녔는가. 이 질문이 불편하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2월 15일, 사회대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대통령령으로 탄생한 이 위원회가 교육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소식은, 2025년 사교육비가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전해졌다. 30조원. 국방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이 숫자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독일의 교육철학자 하르트무트 폰 헨티히는 『학교란 무엇인가』에서 묻는다. 학교가 삶을 위한 준비 기관이라면, 왜 아이들은 학교에서 삶 자체를 살아갈 수 없는가. 그의 질문은 1993년에 던져졌지만, 2025년 한국의 교실은 여전히 답하지 못한다.

헨티히가 주목한 것은 학교의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시간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우리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으로 향한다. 삶을 준비하느라 삶을 살 시간이 없는 역설.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 참여율 추이를 보면, 2018년 72.8%에서 2023년 78.5%로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초등학생의 참여율이다. 2023년 기준 85.5%에 달한다. 열 명 중 아홉 명 가까운 초등학생이 방과 후 학원으로 향한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생방송으로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뜨려야 교육개혁도 가능하다는 그의 진단은 날카롭다. 집값 상승을 위해 좋은 학군을 만들고, 좋은 학군을 위해 사교육에 매달리는 고리. 그 고리의 한쪽 끝에는 30조원이, 다른 끝에는 우리 아이들의 잃어버린 시간이 있다.

헨티히는 학교가 '작은 사회'여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실수하고, 갈등하고, 화해하며 성장할 수 있는 공간. 그런데 우리는 학교를 대학 진학을 위한 통과의례로만 만들어버렸다.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문제의 정답이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태도인데, 우리는 정답만을 가르치고 있다.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30조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경제적 부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서 빼앗은 시간의 대가다. 학원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지친 얼굴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사회대개혁위원회의 출범이 진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30조원이라는 숫자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교육개혁은 제도의 문제이기 이전에 우리가 아이들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학교란 무엇인가』이 제기하는 교육의 근본 문제는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아니라 교육이 어떤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느냐에 있다. 선발과 분류의 도구로 전락한 교육은 지식의 전달이라는 본래 목적을 잃어버렸다.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이 있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유일한 사다리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사교육비 지출은 가계 부담을 넘어 사회적 비용이 되고 있다.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가 교육 불평등의 핵심 동력이다.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가 취업과 소득, 심지어 결혼 시장에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한 교육 경쟁은 멈추지 않는다. 구조를 바꾸지 않고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하는 것은 공허하다.

당신의 아이가, 혹은 당신이 학원에서 보낸 그 시간들을 떠올려보라. 그 시간에 우리가 정말로 배운 것은 무엇이었는가. 어쩌면 우리가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삶을 살라고 가르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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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예상 사교육비
교육부·통계청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2025.03

독일의 교육철학자 하르트무트 폰 헨티히는 『학교란 무엇인가』에서 묻는다. 학교가 삶을 위한 준비 기관이라면, 왜 아이들은 학교에서 삶 자체를 살아갈 수 없는가. 그를 향한 질문은 1993년에 던져졌지만, 2025년 한국의 교실은 여전히 답하지 못한다.

헨티히가 주목한 것은 학교의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시간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우리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으로 향한다. 삶을 준비하느라 삶을 살 시간이 없는 역설.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 참여율 추이를 보면, 2018년 72.8%에서 2023년 78.5%로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초등학생의 참여율이다. 2023년 기준 85.5%에 달한다. 열 명 중 아홉 명 가까운 초등학생이 방과 후 학원으로 향한다는 뜻이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막대한 경제 부담

연간 30조원의 사교육비는 국방예산 규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심각하다. 사교육 참여율이 78.5%에 달해 교육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2
아동기 시간 상실

초등학생 85.5%가 학원을 다니며 또래 관계, 자유로운 놀이, 실수와 성장의 기회를 잃고 있다. 이는 아이들의 전인적 발달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3
교육의 본질적 위기

학교가 대학 진학 준비 기관으로 변질되면서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사회성 등 핵심역량 발달이 저해되고 있다. 정부의 교육개혁이 이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초중고 사교육 참여율 추이
출처: 교육부 사교육비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