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 아파트 한 채, 주식 몇 주, 혹은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일까.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의향이 74퍼센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연말을 장식했다. 서울은 투자 선호 도시 3위에 올랐다. 숫자가 말하는 것은 명확하다.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망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런데 소유란 무엇일까. 내 이름으로 등기된 부동산이 정말 내 것일까.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산 집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매달 이자를 갚아야 하는 사람과 그 이자를 받는 사람 중에서 말이다.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은 『소유란 무엇인가』에서 도발적인 명제를 던진다. 소유는 도둑질이다. 1840년에 쓰인 이 책은 지금도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한 사람이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그것을 소유할 수 없게 만드는 일이라고. 배타적 점유권이라는 법률 용어 뒤에 숨은 폭력을 그는 집요하게 파헤친다.
프루동의 시선으로 2025년 한국을 본다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활황이라는 것은 곧 임대료가 오른다는 뜻이다. 임대료가 오르면 자영업자의 부담이 늘어난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물건 값에 전가된다. 결국 투자자의 수익은 어디에서 오는가.
통계청이 발표한 자영업자 폐업률은 이런 구조를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2018년 15.3퍼센트였던 폐업률은 해마다 높아져 2023년에는 19.8퍼센트에 이르렀다. 5년 사이 거의 5퍼센트포인트가 늘었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프루동은 소유권이 노동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땅을 일구는 사람이 그 땅의 주인이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건물주는 앉아서 임대료를 받고, 실제로 그 공간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은 월세를 낸다. 이런 역설을 그는 도둑질이라 불렀다.
물론 프루동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권은 경제 활동의 기본 전제다. 투자가 없으면 개발도 없고, 개발이 없으면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소유의 정당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거울수록 차가워지는 것들이 있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꿈, 소상공인들의 안정적인 영업 환경, 도시 곳곳에 스며든 삶의 여유 같은 것들. 투자 수익률 그래프가 가파르게 오를 때, 그 그림자 아래서 무너지는 것들을 우리는 얼마나 보고 있을까.
프루동은 소유가 아닌 점유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용하는 동안만 갖는 권리. 필요한 만큼만 갖는 절제. 하지만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투자 심리 앞에서 이런 생각은 한낱 공상처럼 들린다.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정말 소유하고 있는가, 아니면 소유당하고 있는가.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부동산 시장은 요동칠 것이다. 투자자들은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나설 것이다. 그 와중에 프루동의 오래된 질문이 메아리친다. 소유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소유의 노예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